김형범 선수 무면허 교통사고 물의


 

▲ 전북현대모터스 염기훈, 김형범 선수

무면허로 신호위반, 과속운전… 동료가 운전한 것처럼 꾸며
현역군인 2명 6개월 상해, 한차례 찾아온 뒤 합의는 뒷전

한국 프로축구 사상 최초로 2006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정상에 올라 ‘부’와 ‘명예’를 한꺼번에 거머쥔 프로축구팀 전북 현대 모터스가 그 동안에 보여진 면모와는 달리 소속 선수인 김형범(22) 선수의 무면허 교통사고 사건을 평범한 교통사고로 둔갑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경찰에 따르면 김 선수는 올 7월 무면허 과속운전으로 교통사고를 일으켜 현역군인 2명에게 각각 전치 6개월과 전치 2주의 상해를 입힌 혐의를 받고 있다. 하지만 김 선수와 구단 측은 당시 피해를 당한 피해자 가족들과의 합의는 뒷전으로 제처두고 사건 자체를 감추기에만 급급해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올 7월 발생한 김 선수의 무면허 교통사고 전말과 그 후 피해자들이 겪게 된 시련 등을 살펴봤다.


아시아 클럽 축구 최고봉에 오른 ‘역전의 명수’ 전북 현대 모터스가 다음 달 11일부터 일본에서 열리는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 월드컵에도 아시아 대표로 나가게 되는 행운을 거머쥐었다.

상금도 어마어마하다.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우승으로 60만 달러를 확보한 전북은 클럽 월드컵 출전으로 ‘아시아 최강’이라는 명예와 함께 최소 100만 달러 이상의 부를 챙기게 됐다.

하지만 전북 현대 모터스는 그동안 닦아온 명성과는 어울리지 않게 뒤에선 무면허로 과속운전을 해 피해자를 속출시킨 소속 선수를 감싸고 피해자 가족들에겐 무관심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제보가 들어와 충격을 주고 있다. 사실여부를 떠나 공인의 입장으로서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태도를 보인 것.

만약 이러한 내용이 사실로 밝혀진다면 축구 팬들로부터 엄청난 질타를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설마’라는 생각에 취재를 들어갔지만 이는 곧 사실로 밝혀졌다. 적지 않은 논란을 불러올 이번 무면허 교통사고는 올 7월 말께로 거슬러올라간다.

무면허 과속운전

지난 7월 25일 오후 2시 25분, 전북 현대 모터스 소속 김형범 선수는 동료 축구선수인 염기훈(23) 선수와 함께 당시 구단에서 장기 임대한 벤츠 차량을 몰고 완주군 봉동면 용암리 9군단 입구 인근을 달리고 있었다. ‘둘도 없는 친구’ 사이인 김 선수와 염 선수는 구단의 좌우 측면 미드필더로 최근 베어벡 감독의 눈에 띄어 ‘신성’으로 떠오르고 있는 프로축구 선수들이다.

사건을 담당한 경찰에 따르면 당시 김 선수는 무면허 상태로 제한 속도 시속 80㎞ 구간에서 시속 107㎞로 과속운전을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사고가 발생한 곳은 9군단 인근 사거리. 대기신호를 무시한 채 과속으로 차를 몰던 김 선수는 맞은편에서 정상신호에 따라 좌회전 중이던 서모(20) 일병의 차량과 정면으로 부딪쳤다.

이 사고로 김 선수와 함께 타고 있던 염 선수는 머리와 이마가 깨져 50바늘을 꿰매야만 했다.

하지만 피해차량조수석에 타고 있던 이모(23) 하사는 뇌출혈 등 전치 6개월 상당의 중상을 입게 돼 급히 전북대병원으로 후송됐으며, 다행히 차량을 운전한 서 일병은 얼굴 부위에 전치 2주 가량의 찰과상 정도로 끝났다.

병원 관계자에 따르면 이 하사는 중환자실에서 5일 가량 혼수상태에 빠져있었으며, 뇌출혈, 어깨인대 파열, 비장파열 등으로 생명이 위독한 상태였다고 한다.

의식을 되찾고 50여일 만에 퇴원한 이 하사는 현재 머리를 다친 후유증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군대 생활이 쉽지 않아 의가사 제대까지 고려하고 있다는 것이 가족 측의 전언이다.

하지만 당시 언론에 보도된 내용을 살펴보면 ‘전북 현대 모터스 소속 김형범·염기훈 선수 세탁소 다녀오다 마주오던 차량과 정면충돌’ 정도로만 알려져 있을 뿐 전반적인 사고내용에 대해서는 보도된 바가 없다.

이 하사의 아버지는 “아들이 중환자실에 있을 때 김 선수 등 3명이 합의를 위해 한번 찾아왔었다”면서 “당시 의사 등의 조언으로 합의금 2억원을 요구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북 현대 모터스 측은 1억원 이상은 줄 수 없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고 한다.

아버지 이 씨는 “협상이 원만하게 끝나지 않자 그 후로는 사고발생 2달이 지나도록 한번도 찾아오지 않았을 뿐 아니라 합의에 대한 아무런 접촉도 하지 않았다”고 분노를 표출했다.

서 일병의 가족 측 또한 “김 선수 측이 아무런 연락도 없었는데 사고가 발생한지 한 달만에 100만원을 명시한 공탁통지서가 날아왔다”며 “사고를 낸 사람이 그렇게 나 몰라라 할 수 있는 지 알 수 없다”며 억울해 했다.

피해자 측에 따르면 김 선수가 무면허 운전한 탓에 보험사 측 또한 일정액 이상은 지원할 수 없다고 했다는 것. 현재 매달 발생하는 100여만원 상당의 치료비는 전액 가족들이 부담하고 있다고 한다.

피해자 가족들은 또 “사고발생 시 무면허인 김 선수 대신 동승한 염기훈 선수가 운전한 것처럼 꾸몄다가 일이 커지자 김 선수가 운전한 것을 시인했다”면서 “사고차량이 구단에서 장기 임대한 것이므로 구단도 책임을 져야 한다”고 울분을 토했다.

두 피해자 가족들은 현재 손해배상 소송을 진행하고 있으며, 김 선수는 현재 불구속 상태로 AFC챔피언스 리그에 출전해 있다.

이와 관련 전북 현대 모터스 측 관계자는 “구단에 속한 선수이므로 선수보호 차원에서 구단도 일정부분 책임을 느끼고 있지만 아직 김 선수 가족이 어떤 식으로 합의를 진행하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고 말끝을 흐렸다.
박지영 기자
pjy092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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