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있는 시간들이 많아지는 지금, 옛 문인들의 차 문화 활용해 보기

[민주신문=김은정 茶-say 아카데미 대표]

김은정 茶-say 아카데미 대표
김은정 茶-say 아카데미 대표

요사이 하루는 창을 열면서 시작된다.

새소리와 함께 따뜻한 봄기운을 느끼기 위해서다. 반면, 황사의 역습에도 대비를 해야 한다.

그러나 사람들은 겨우내 닫혀있던 답답함에 없는 시간을 만들어서 꽃 마중을 위해 밖으로 나간다.

매년 각종 매체에서는 급히 봄소식을 알리는 꽃으로 매화를 선택한다.

화려하지 않지만 가까이 다가갈수록 그 우아함과 고결함의 품위에 반한다.

사군자(四君子)의 하나이기도 한 매화는 홍매와 백매가 있다.

퇴계 이황이 사랑했던 백매를 필자 역시 좋아한다. 1000원짜리 지폐를 꺼내 살펴보면  이황의 초상화 뒤에 백매를 볼 수 있다.

무심히 지나쳐버릴 수 있는 그림 하나에도 깊은 뜻이 담겨 있다. 예전 문인들은 홍매 보다는 백매를 좋아했다. 백매는 우아하고 이성적으로 표현되며 천지자연을 상징하는 의미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유학자들이 자신들 삶에서 주변 사물에 뜻과 의미를 부여해 시를 짓고 글로 남기며 그들의 정신을 정갈히 하는 데에 이용했다.

차 역시 그중 하나다.

차 잎의 성질이 차고 겨우내 죽지 않고 뿌리를 더욱 깊이 내리는 속성과 차가 주는 이로운 영양분으로 차는 그들의 정신 수양에 필요한 음료였다.

문인들 사색 공간에는 술과 차가 있었다.

전해 내려오는 많은 시 가운데 술과 차는 많은 소재거리이기도 했다.

그러나 술은 정신을 흐리게 해서 잠시 즐기는 용도일 수 있으나, 차는 정신을 맑게 하고 긴 시간 대화 깊이를 더할 수 있는 장점으로 문인들의 정신 음료로 사용됐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밖으로만 나가고 싶은 들뜬 봄날, 차와 함께 나만의 평정심으로 잔잔한 울림이 있는 봄으로 편안하게 지나가 보자. ⓒ 김은정 茶-say 아카데미 대표
밖으로만 나가고 싶은 들뜬 봄날, 차와 함께 나만의 평정심으로 잔잔한 울림이 있는 봄으로 편안하게 지나가 보자. ⓒ 김은정 茶-say 아카데미 대표

차가 널리 퍼지게 된 계기는 중국 불교의 선(禪) 수행에서 비롯됐다. 잠을 깨우고 정신을 맑게 하는 차로 스님들 참선에 도움을 주었고, 절 근처에 직접 차밭을 만들어 재배했다.

이후로 점차적으로 밖으로 퍼져나가게 되면서 왕실과 귀족들 음료가 되었다. 또한 과거시험을 보러 온 각 지역 유생들에게 왕이 차와 다식을 내렸고, 차 맛을 보고 돌아간 선비들이 구해 마시기 시작하면서 차는 전국으로 퍼지게 됐던 것이다.

이렇게 문인들은 눈, 비, 바람, 꽃과 같은 계절에서 오는 변화와 달, 별과 같은 시간이 주는 쓸쓸함 등 감정을 차를 마시면서 시 속에 녹여냈다.

또한 문인 자신만의 공간에서 여럿이 사교를 할 때에도 차를 마셨고, 홀로 산수(山水)와 정자에서 자신만의 수양을 할 때에도 차를 동반했다.

요사이 필자는 ‘혼밥’하는 경우가 많다. 지금 환경이 만들어준 상황일 것이다.

갈수록 혼자서 해야 하는 일들이 많아지고, 혼자 있는 시간들이 많아지므로 각자 방식대로 꾸려 나가야 한다.

이럴 때 옛 문인들의 차 문화를 갖고 와서 활용해 보자.

밖으로만 나가고 싶은 들뜬 봄날, 차와 함께 나만의 평정심으로 잔잔한 울림이 있는 봄으로 편안하게 지나가 보자.

그 옛날 성현들의 차 생활을 모방하며.

아래 시는 정조의 사위인 홍현주의 어머니 영수합 서씨의 차에 대한 시다.

어느 봄날 밤 차 달이는 정취를 엿볼 수 있다.

 

고요한 밤에 차를 달임
                                                                                                                      영수합 서씨

여러 해 동안 은근한 불로 작은 다로에 차를 끓였으니
신기하고 영묘한 공덕이 틀림없이 조금은 있으리
차 한 잔 마신 뒤 거문고를 어루만지다가
밝은 달을 바라보니 누군가를 부르고 싶네
봄날 다반의 푸른 잔에 붉은 옥같은 차를 올리느라
오래된 벽은 연기가 서려 얼룩져 있네
잔에 가득한 것이 어찌 꼭 맛있는 술이어야 하리
답청가는 내일에는 또 다병을 가져 가리라

 

 

<김은정 茶-say 아카데미 대표>

성균관대 생활예절다도학과 석사 졸업
성균관대 일반대학원 예술철학 박사과정
티파티플래너 / 티소믈리에
서울 서초구 문화센터 다도 강사

SNS 기사보내기
관련기사
기사제보
저작권자 © 민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