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G·한화 등 대기업 대거 채용 시작
의대 증원에 따른 인재 유출 가능성 대두

상반기 기업 채용이 진행 중인 13일 서울 동작구 중앙대학교에서 학생들이 IBK기업은행, LG전자, 삼성SDI 등 주요 기업 채용 상담을 받고 있다. ⓒ 뉴시스
상반기 기업 채용이 진행 중인 13일 서울 동작구 중앙대학교에서 학생들이 IBK기업은행, LG전자, 삼성SDI 등 주요 기업 채용 상담을 받고 있다. ⓒ 뉴시스

민주신문=박현우 기자|인력난과 경기 침체에도 불구, 재계는 인재 확보를 위해 대규모 채용에 나서고 있다. 

다만 글로벌 최고의 인재를 육성해 경쟁력을 끌어올리겠댜는 주요 기업들의 전략은 ‘의대 열풍’에 발목이 잡히고 있는 모양새다.

취업이 보장된 계약학과에서도 무더기 등록 포기 현상이 나타나는 등 최우수 인재들의 의대 쏠림 현상은 더 심화되는 추세다.

◇ 삼성·LG·한화 등 대기업 채용 시작

지난 10일 삼성은 상반기 신입사원 공개 채용을 한다고 밝혔다. 공채에 나선 계열사는 삼성전자를 비롯한 총 19개사다. 올 상반기에만 8000명 정도의 규모로 채용한다는 계획이다.

CXO연구소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삼성전자에서만 국민연금에 새로 가입한 직원 수는 9125명이었다.

LG는 LG전자를 비롯한 7개 계열사의 신입·경력 채용을 진행하고 있다. 이번 채용은 LG가 지난해 3월부터 도입한 '3·5·7·9 채용 캠페인'의 일환이다.

LG는 지난 2020년 하반기부터 계열사별 수시 채용으로 전환했다. 이어 매년 3월·5월·7월·9월을 '집중 채용 기간'으로 정하고, LG 계열사의 직무별로 대졸 신입·경력사원 채용 공고를 내고 있다.

한화는 '한화에너지계열 대졸신입 통합채용'을 진행하고 있다. 한화에너지 등 5개의 한화에너지계열사가 채용에 참여한다. 근무지역은 직무별로 상이하며 기졸업자 또는 졸업예정자에 한해 지원할 수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100인 이상 기업 500개사(응답 기업 기준)를 대상으로 올해 신규채용 실태조사를 실시했는데 응답 기업의 66.8%는 '신규채용 계획이 있다'고 답했다.

신규채용 실시 예정 기업 중 57.5%는 올해 채용 규모가 '작년과 유사'하다고 답했다. '작년보다 확대'는 14.7%, '작년보다 축소'는 8.7%, '신규채용 계획은 있지만 규모 미확정'은 19.2%였다.

ⓒ 이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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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취뽀 대신 의대…취업 시장 '촉각’

재계가 이처럼 우수인력 확보에 적극 나서고는 있지만, 식지 않은 의대 열풍은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반도체 계약학과의 수시 충원율(정원 대비 추가합격자 비율)은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삼성전자와 연계돼있는 연세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는 수시에서 75명을 모집했지만 4차 추가합격까지 53명이 충원돼 충원율 70%를 기록했다. SK하이닉스과 연계돼있는 고려대 반도체공학과는 20명 모집에 19명의 추가합격자가 발생해 충원율 95%를 기록했다.

추가합격자 수가 모집정원을 넘긴 학교도 있었다. 서강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SK하이닉스)는 20명 모집에 4차 충원까지 진행해 32명이 합격했고, 한양대 반도체공학과(SK하이닉스)는 모집정원 32명에 추가합격자가 56명까지 발생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의학계열과에 복수합격해 계약학과를 포기한 것이 원인으로, 다른 요인을 찾기 힘들다고 이 현상을 설명하고 있다. 학비무료·채용연계·해외연수 등 파격적인 혜택을 제공하는 계약학과에 붙고도 등록을 포기하고 의대를 택하는 수험생들이 상당한 것.

또 종로학원에 따르면 서울대는 2024학년도 정시모집에서 자연 계열 769명을 모집했으나 이 가운데 164명이 등록하지 않았다. 정시 합격자의 21.3%가 미등록한 것이다. 서울대 자연 계열 정시 합격자 가운데 등록하지 않은 인원은 지난해 대비 2배 가까이 늘었다.

더욱이 의대 정원이 내년부터 매년 2000명씩 5년간 1만명이 늘어날 것이라는 정부 계획이 나온 후부터는 의대 입시를 노리는 직장인들까지 늘고 있는 추세다.

의대 입시의 문을 두드리는 직장인 중에는 30대 중반의 대기업 과장·대리급이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서울대·연세대·고려대·카이스트 등 상위권 대학 이공계 출신의 관심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직장인을 대상으로 하는 학원가들의 유혹도 이어지고 있다. 이달 18일 메가스터디교육은 의대 준비 직장인 대상 야간특별반인 '수능 ALL in 반'을 연다.

이투스 역시 스타강사를 앞세워 '의대 가기 쉬워요! 직장인도 도전해보세요!'라는 문구를 활용, 수강생 모집에 열을 올리고 있다.

다만 정부는 의대 증원 확대로 인해 의대 쏠림 현상이 가속화되진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지난달 8일 브리핑에서 “의사 공급이 늘어나면 의사 인력에 대한 초과 수요가 해소돼 의대 쏠림 현상이 완화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첨단산업의 새로운 기회 창출과 혁신을 위해서는 인재가 많이 필요하다”면서 “최근 주요기업 CEO급에서도 대학에서 공개 강의를 통해 우리 직장의 비전과 문화를 설명하며 선제적으로 인재 확보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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