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단풍과 차 한 잔, 그리고 겨울나기

[민주신문=김은정 茶-say 아카데미 대표]

김은정 茶-say 아카데미 대표

가을의 마지막을 알리는 사나운 비가 쏟아져 내린 뒤 거리는 온통 낙엽이 뒹굴고 있다.

노란 은행잎이 눈 내리듯 휘날리며 떨어지매, 차 앞 유리창에 딱 붙어 자리 잡고 있는 낙엽을 굳이 걷어내고 싶지 않다.

필자에겐 그마저도 삭막한 이 시기에  운치 있는 풍경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멈춰진 듯한 시간과 닫혀있는 공간은 코로나로 인해 누리는 여유라고 자위해보며 가을 끝자락에 혼자만의 고독을 즐긴다.

바람은 작게 또는 거세게 지나간다. 머무르려 하질 않는다.

시간도 그와 같다. 

더구나 코로나는 강제성에 의해서라도 분명히 지나갈 것이다. 그러니 지금의 시간을 안즐길 이유가 없다.

여럿이 같이 즐길 수 없다면 혼자서 차를 마셔보자.

차가운 바람과 함께 다가오는 겨울은 홀로 외로움을 즐기며 차 마시기에 좋은 계절이다.

특히, 따뜻한 차 한 잔은 몸에 이로운 성분들로 건강은 물론 예전 문인들이 즐기던 정신음료이기도 하다. 

때문에 지금 이 시기에 더욱 더 잘 어울린다.

필자는 요즘 같은 가을에는 향 위주의 홍차를 즐겨 마신다.

과일과 꽃 향이 첨가된 다양한 종류의 티백 ⓒ 김은정 茶-say 아카데미 대표

차를 어렵고 번거롭게 생각한다면 우리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티백 홍차부터 시작해 보길 권한다.

여러 가지 과일과 꽃 향이 첨가된 다양한 종류의 홍차가 많이 나와 있다.

티백을 우릴 때에는 시간과 물의 양, 그리고 온도가 중요하다.

티백이라 간단하다고 무시하면 차의 향과 맛을 제대로 즐길 수 없다.

그러나 걱정할 필요는 없다.

홍차 제품의 겉 포장박스에 설명서가 자세히 나와 있기 때문이다.

다만, 설명서에 없는 것 중 유의 할 것은 아깝다고 티백을 티스푼으로 눌러 짜거나 마구 흔들어서 마시면 안된다는 점이다.

고급 와인에서 볼 수 있는 아름답고 영롱한 붉은 탕색을 눈으로 감상하고, 들숨의 코로 느껴지는 은은한 향에 취하며, 혀로 전달돼 부드럽게 넘어가는 목 넘김을 느껴본다. ⓒ 김은정 茶-say 아카데미 대표

고급 와인에서 볼 수 있는 아름답고 영롱한 붉은 탕색을 눈으로 감상하고, 들숨의 코로 느껴지는 은은한 향에 취하며, 혀로 전달돼 부드럽게 넘어가는 목 넘김을 느껴본다.

달달한 꿀을 조금 넣거나 조각 레몬을 띄워도 좋다.

필자는 오늘 가을 단풍과 함께 티백 홍차 한 잔으로 편하게 오늘의 게으름을 대신할까 한다.

이 가을 끝자락에 제법 잘 어울리는 그림인 것 같아서.

 

<김은정 茶-say 아카데미 대표>

성균관대 생활예절다도학과 석사 졸업
성균관대 일반대학원 예술철학 박사과정
티파티플래너 / 티소믈리에
서울 서초구 문화센터 다도 강사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민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