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자 배정 RCPS 발행…종투사 1년 만에 자기자본 4조 원
발행어음 사업 진출 포석…'ROE 10%' 목표 IB 역량 확대
민주신문=이한호 기자|대신증권이 초대형 IB 진입 요건인 자기자본 4조 원 달성을 위해 3350억 원 규모의 자본 확충에 나섰다. 이번 자금 조달을 통해 기업금융 한도를 늘리고 향후 발행어음 사업 진출을 위한 발판을 마련할 예정이다.
대신증권은 지난 20일 이사회를 열고 총 3350억 원 규모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결의했다고 공시했다.
발행되는 주식은 상환전환우선주(RCPS) 413만5796주이며, 신주 발행가액은 8만1000원으로 책정됐다. 이번 증자는 투자자별 배정 규모에 따라 1770억 원, 1120억 원, 460억 원 등 3개 트랜치(Tranche)로 구분돼 진행되며, 주금 납입일은 오는 28일이다.
RCPS는 투자자가 만기 때 상환을 요청하거나 보통주로 전환할 수 있는 권리가 붙은 주식이다. 회계상 자본으로 인정되면서도 일반적인 보통주 증자와 달리 기존 주주의 지분 가치 희석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지난 3분기 말 대신증권의 별도 기준 자기자본은 3조7312억 원이다. 이번 조달로 3350억 원을 추가하면 대신증권의 자기자본은 4조 원을 넘어서게 된다.
대신증권 관계자는 "기업 신용공여 투자 확대 등 IB 부문 비즈니스 확대를 위해 RCPS를 발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대신증권은 올해 초 발표한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통해 2028년까지 자기자본 4조 원 달성과 자기자본 이익률 10%를 목표로 하는 초대형 IB 도약 청사진을 발표한 바 있다.
실제로 대신증권은 초대형 IB 진입을 목표로 최근 공격적인 자본 확충 행보를 이어왔다.
지난해 RCPS와 후순위채를 발행해 자기자본 3조 원을 돌파하며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 지위를 획득했다. 올해도 사옥을 리츠로 유동화하고 계열사 간 자본거래 등을 통해 몸집을 불렸다.
대신증권이 이처럼 자본 확충에 속도를 내는 배경에는 '발행어음'이 있다. 자기자본 3조 원 요건인 종투사가 기업 신용공여 한도 확대에 그친다면, 4조 원 이상인 초대형 IB는 자체 신용으로 어음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는 단기금융업(발행어음)을 영위할 수 있다.
자기자본의 2배까지 자금을 조달해 기업금융, 모험자본 등 고수익 사업에 투자할 수 있는 만큼, 수익성(ROE) 개선을 위한 필수 관문으로 꼽힌다.
이를 위해 대신증권은 IB 조직 정비에도 공을 들여왔다. 지난해 종투사 인가 이후 M&A 및 인수금융 전담 부서를 신설했고, 최근에는 IB부문을 'IB총괄'로 승격시켰다. 또한 산하에 기업금융1·2부문과 IPO부문을 편제해 전문성을 강화했다.
현재 국내에서 발행어음 사업을 영위하는 곳은 한국투자·NH투자·KB·미래에셋증권 등 4곳 뿐이다. 여기에 키움증권이 최근 발행어음 인가를 획득한 가운데 삼성·하나·신한·메리츠 증권이 심사를 받고 있다.
다만 대신증권이 자기자본 4조 원을 달성하더라도 내년에 곧바로 초대형 IB 인가를 신청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금융당국이 지난 4월 '증권업 경쟁력 제고 방안'을 통해 진입 장벽을 높였기 때문이다.
당국은 재무 안정성을 검증하기 위해 신청 시점에만 요건을 맞추면 됐던 기존 규정을 '결산 기준 2년 연속 충족'으로 강화한 상태다.
대신증권 관계자는 "초대형 IB 진입 등의 목표는 기존에 발표한 기업가치 제고 계획의 로드맵에 맞춰 진행되고 있다"며 "정확한 자기자본 규모와 요건 충족 여부는 내년 초 결산 보고서가 나와야 확인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