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 터널 지났다…사업 전 부문 고른 성장
컬리N마트·샛별배송, 4분기 성과 이어갈까
민주신문=변현경 기자|새벽배송 플랫폼 마켓컬리·뷰티컬리를 운영하는 컬리가 올해 들어 수익성 개선 흐름을 공고히 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컬리가 실적 회복을 발판으로 멈춰 있던 상장 시계를 다시 돌릴 수 있는 여건을 갖춰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컬리는 올해 3분기 23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하며 창사 이래 첫 순이익 흑자를 냈다. 매출은 5787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4%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61억 원으로 분기 기준 최대치를 경신했다.
완만한 외형 성장 속 수익성까지 뒷받침되면서 시장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같은 기간 총 거래액(GMV) 역시 8705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3% 증가하며 견조한 수요를 입증했다.
이러한 흐름은 컬리의 IPO(기업공개) 재추진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컬리는 지난 2022년 한국거래소 예비 심사를 통과해 코스피 입성을 추진했으나 글로벌 긴축과 경기 둔화 여파로 이듬해 1월 상장 계획을 철회한 바 있다.
이후 시장 변동성이 이어지며 상장 타이밍 포착이 쉽지 않았지만 최근 실적 안정성이 드러나며 재도전 여건이 마련되고 있는 분위기다.
창립 10주년을 맞은 올해는 사업 기반이 한층 탄탄해졌다. 두터운 단골 고객층과 신선식품 중심의 뚜렷한 브랜드 이미지는 컬리의 대표 강점으로 꼽힌다. 고객 충성도 역시 높아 가격 변동에도 이용 패턴이 크게 흔들리지 않는 점이 장기 성장성을 뒷받침한다.
컬리의 주력 부문은 안정적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신선식품 호조로 올 3분기 식품 카테고리 거래액은 7.7% 늘었다. 고도화된 공급망과 품질 관리 역량이 유지되고 있다는 평가다.
비(非)식품 영역에서도 성장 동력이 확보되고 있다. 뷰티 부문은 럭셔리·인디 브랜드 수요가 함께 늘며 양면 성장을 보였다. 최근에는 뷰티 자체 브랜드(PB) 론칭을 앞두고 관련 인력을 확충하는 등 조직적 준비도 가속화하고 있다.
네이버와의 협업도 외형 확장에 크게 기여했다. 양사가 지난 9월 선보인 '컬리N마트'는 네이버 생태계를 기반으로 신규 고객을 효과적으로 유입시키는 효과를 내고 있다.
물류 측면에서는 자회사 컬리넥스트마일이 '네이버 풀필먼트(통합 물류) 얼라이언스'(NFA)에 합류하면서 배송 경쟁력이 강화됐다.
외부 판매자를 대상으로 한 사업도 빛을 발했다. 올 3분기 풀필먼트 서비스(FBK)와 판매자 배송 상품(3P) 거래액은 전년 동기 대비 45.7% 증가하며 수익 구조 다변화에 힘을 보탰다.
신사업도 속도를 내고 있다. 컬리는 지난 9월 인공지능(AI) 기반 식단 관리 앱 '루션'을 출시해 기존 식품 사업과 데이터 역량을 연계했다. 루션은 이용자 특성에 맞춘 영양 식단과 섭취량을 제안하며 추천 메뉴는 컬리에서 판매 중인 상품과 연동되는 방식이다.
사업성을 뒷받침하는 토대로는 자체 새벽배송 서비스 '샛별배송'이 꼽힌다. 지난해 2월 경주 지역 도입을 시작으로 서비스 권역을 꾸준히 넓히며 고객 수 및 주문량 확대에 톡톡한 역할을 해 왔다.
다만 IPO 추진에 앞서 해결해야 할 불확실성이 남아 있다. 최근 업계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새벽배송 금지' 논란이다. 지난달 22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산하 전국택배노조가 사회적 대화기구에서 관련 검토를 제안한 사실이 알려지며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에 컬리는 자체 AI 알고리즘을 활용해 당일 예측 수요에 기반한 선발주를 적용하고 있어 기사들의 업무 강도가 일률적으로 유지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무엇보다도 회사 내부에서 상장 논의가 꾸준히 이뤄져 왔다. 김슬아 컬리 대표는 지난 9월 "시장 환경이 적절히 맞물려야 한다"며 "구체적인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기업가치를 온전히 평가받을 수 있는 시점에 시도할 계획"이라고 재추진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업계에서는 비용 절감이 아닌 구조적 확대와 체질 개선을 통해 실적이 개선됐다는 점에서 컬리의 IPO 추진이 가까운 시일 내에 본격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코스피 지수 4000선 돌파로 시장 분위기가 달라진 점도 긍정적이다. 컬리뿐 아니라 무신사와 케이뱅크 등 여러 '대어' 기업들이 상장에 나서면서 IPO 시장 온기가 회복되고 있단 분석이다.
컬리 관계자는 "메인 사업인 식품·뷰티 부문을 지속 성장시키도록 주력하는 동시에 패션·리빙 등 3P 부문도 고도화할 것"이라며 "IPO 역시 시장 상황을 지켜보며 가장 적절한 시점에 추진하려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