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신문=이한호 기자|공정거래위원회가 신용카드사, 리스·할부금융사 등 여신전문금융회사의 불공정 약관 46개 조항에 대해 금융위원회에 시정을 요청했다고 17일 밝혔다.
이번 조치는 총 1668개에 달하는 약관을 심사한 결과 금융소비자의 권익을 침해할 소지가 있는 다수의 불공정 조항을 확인한 데 따른 것이다.
공정위는 매년 은행, 여신전문금융회사, 금융투자업자 등 금융기관의 약관을 심사하고 있다. 지난달 은행 분야에 대한 시정 요청에 이어 이번에는 여신전문금융 분야의 불공정한 약관을 검토해 시정을 요청했다.
이번에 지적된 대표적인 불공정 약관 유형으로는 고객에게 부당하게 불리한 재판관할 합의 조항이 꼽혔다.
A 카드사의 체크카드 약관에는 소송 발생 시 회원의 주소지 외에 카드사의 본점 또는 영업소 소재지를 관할 법원으로 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는 2023년 개정된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이 비대면 계약 관련 소송의 관할을 금융소비자의 주소지 관할 지방법원으로 규정한 취지에 어긋난다.
공정위는 소송수행 능력이 취약한 금융소비자의 권리구제를 어렵게 만드는 불공정 조항이라고 판단했다.
고객이 예측하기 어려운 사유를 들어 사업자가 일방적으로 부가서비스를 중단하거나 제한하는 조항도 도마 위에 올랐다. B카드사의 상품서비스 약관에는 "제휴사의 사정(폐업, 공사, 예약 마감 등)에 따라 원하는 날짜에 이용이 불가할 수도 있습니다"라고 규정돼 있었다.
공정위는 이처럼 '제휴사 사정'과 같이 고객이 명확히 예측할 수 없는 사유를 근거로 사업자가 일방적으로 할인, 적립 등의 혜택을 변경하거나 중단하는 것은 고객에게 부당하게 불리한 조항이라고 지적했다.
시설대여(리스) 계약에서 고객의 법적 권리를 부당하게 제한하는 조항도 발견됐다. C캐피탈의 리스 계약서에는 "일체의 지급금은 반소청구나 상계의 대상이 되지 아니하며"라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다.
이는 법률상 보장된 소비자의 항변권이나 상계권을 상당한 이유 없이 배제하는 것으로, 고객의 법률상 권리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불공정한 조항이라고 공정위는 판단했다.
이 밖에도 '서비스의 이용 목적을 벗어난 회원 개인의 영리목적 또는 부정한 방법으로 이용한 경우'와 같이 계약해지 사유를 추상적이고 포괄적으로 규정한 조항도 시정 대상에 포함됐다.
공정위는 이러한 조항이 사업자의 자의적인 판단에 따라 계약이 해지될 수 있어 고객에게 부당한 불이익을 줄 우려가 크다고 설명했다.
공정위는 국민의 소비생활과 밀접하게 관련된 카드 약관 등 여신전문금융분야의 약관을 시정해 해당 분야의 금융소비자 및 기업고객들의 권익을 보호하고 불공정 금융거래 약관으로 인한 피해를 예방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향후 금융투자 및 온라인투자연계 금융 분야에 대해 신속하게 심사를 완려해 금융당국에 불공정 약관 시정을 요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