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신문=이한호 기자|삼성, SK, 현대차, LG 등 국내 기업들이 향후 5년간 800조 원이 넘는 역대 최대 규모의 국내 투자 계획을 발표하며 미래 성장동력 확보와 국내 생산기반 강화에 나선다.
최근 한미 간 '조인트 팩트시트(JFS)' 최종 확정 이후 나온 이번 발표는 인공지능(AI)용 메모리 반도체 수요 폭증에 대응하고, 비수도권 중심의 투자를 통해 국가 균형 발전에 기여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17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은 향후 5년간 연구개발(R&D)을 포함해 국내에 총 450조 원을 투입한다. 특히 전 세계적으로 품귀 현상을 빚는 AI 메모리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평택캠퍼스 5라인(P5) 공사에 본격 돌입한다.
약 60조 원이 투입될 것으로 예상되는 P5는 2028년 가동을 목표로 한다. 완공 시 평택캠퍼스는 세계 최대 반도체 생산 기지로서 위상이 더욱 공고해질 전망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R&D(연구개발)도 포함해 국내 시설 투자를 더욱 적극적으로 해나가겠다"며 "경제 상황이 녹록지 않은데 삼성은 지난 9월 약속한대로 향후 5년간 6만명씩 국내에서 고용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삼성의 투자는 비수도권 지역에도 집중된다. 삼성SDS는 전남에 국가 AI 컴퓨팅센터를, 경북 구미에 AI 데이터센터를 구축할 계획이며, 삼성전자는 최근 인수한 플랙트그룹의 국내 생산라인을 광주에 건립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또한 삼성SDI는 울산 사업장을 차세대 전고체 배터리 생산 거점으로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으며, 삼성디스플레이는 충남 아산, 삼성전기는 부산 사업장에서 투자를 확대한다.
SK그룹은 오는 2028년까지 128조 원 이상을 국내에 투자할 계획이다. 특히 AI 메모리 수요 급증에 따라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투자 규모는 장기적으로 600조 원에 이를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최태원 SK 회장은 "반도체 메모리 수요 증가와 공정 첨단화 등으로 투자비가 계속 증가하고 있다"며 "용인 팹(공장)만으로도 600조원 정도의 투자가 앞으로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은 2026년부터 2030년까지 5년간 국내에 125조2000억 원을 투자한다. 이는 직전 5년 투자액보다 40% 이상 늘어난 역대 최대 규모다. 전체 투자의 70% 이상인 89조 원을 AI,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 로보틱스, 수소 등 미래 기술 분야에 집중해 사업 체질 전환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이를 위해 AI 데이터센터 구축, 로봇 제조 및 파운드리 공장 조성 등을 추진한다.
LG그룹도 향후 5년간 국내에 100조 원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투자금의 60%를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기술 개발과 생산 확장에 투입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른 대기업들도 국내 투자 확대에 동참한다. HD현대는 향후 5년간 에너지 및 AI 로봇 사업(8조 원), 조선해양 분야(7조 원) 등에 총 15조 원을 투자한다. 한화그룹은 조선과 방산 분야에 5년간 11조 원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셀트리온 역시 3년간 인천 송도, 충북 오창, 충남 예산에 총 4조 원의 시설 투자를 단행한다.
이러한 대규모 투자는 수도권 외 지역에 집중될 전망이다. 삼성은 광주, 전남, 구미, 아산, 부산 등에서, SK그룹은 영남·서남권에 AI 데이터센터 건립을 추진하는 등 비수도권 지역 경제 활성화와 양질의 일자리 창출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