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인수 시너지 본격화…"내년까지 지주사 전환 완료"
SBI그룹과 협력 강화…차세대 디지털 자산 시장 '정조준'

교보생명 광화문 본사. ⓒ 교보생명
교보생명 광화문 본사. ⓒ 교보생명

민주신문=이한호 기자|교보생명이 '디지털 종합금융그룹'으로의 도약을 위한 청사진을 본격 가동했다. 업계 1위 SBI저축은행 인수로 전통 금융의 기반을 다지는 동시에,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네트워크에 합류하며 미래 금융 영토 확장에 나선 것이다.

1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 4월 교보생명 이사회는 SBI저축은행 지분 50%+1주를 인수하기로 결의했다. 2026년 10월까지 단계적으로 인수 작업을 진행해 순익 기준 업계 1위 저축은행을 포트폴리오로 편입시키는 것이 목표다.

이를 통해 교보생명은 그동안 갖추지 못했던 수신 기능을 확보하고, 보험업에서 축적한 고객 기반을 결합해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재 교보생명은 SBI그룹과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하고 내부 협의를 진행 중이다.

인수가 마무리되기 전부터 양사의 협력은 이미 시작됐다. 최근 SBI저축은행은 교보생명과 함께 '한달적금 with 교보'를 출시했다.

31일 만기의 초단기 적금 상품으로, 기본금리 연 5%에 교보생명 앱 가입 및 마케팅 수신 동의 시 우대금리 연 25%를 추가해 최고 연 30%의 금리를 제공한다. 가입 고객에게는 교보문고 전자책 플랫폼 이용 할인권 등 3만 원 상당의 사은품도 제공한다.

앞서 지난 10월에는 SBI저축은행의 포항·대구 지점을 통합해 교보생명 대구 동성로 사옥으로 이전했다. 생명보험업계 선두 주자인 교보생명과 저축은행업계 1위 SBI저축은행 간의 시너지를 본격화하고 있는 것이다.

교보생명은 향후 보험계약자들에게 저축은행 서비스를 제공하고, 저축은행 고객에게는 보험 상품을 연계하는 등 금융 솔루션을 확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기존 교보생명의 생명보험-증권-자산운용 포트폴리오에 SBI저축은행이 합류하게 되면 시너지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이러한 움직임은 교보생명이 추진 중인 지주회사 설립과 맞물려 있다. 교보생명은 내년 연말까지 지주회사 전환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SBI저축은행 인수와 지주사 전환 모두 계획대로 진행하고 있다"며 "현재는 당국 승인 절차를 밟기 위한 내부 협의 단계에 있으며, (최근 협업은) 인수 과정에서 작은 사업부터 차례대로 시도해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양사의 깊은 신뢰 관계는 파트너십의 중요한 기반이 됐다. SBI그룹은 지난 3월 어피니티컨소시엄이 보유했던 교보생명 지분 9.05%를 인수하며 신창재 회장의 안정적인 경영 활동을 지지했다. SBI그룹은 향후 20%까지 지분율을 확대해 전략적 파트너십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미래 사업 분야에서의 협력은 양사의 시너지를 명확히 보여준다. 교보생명은 최근 스테이블코인 발행사 서클(Circle)의 블록체인 '아크(Arc) 테스트넷'에 합류했다.

아크는 서클이 설계한 새로운 레이어1 블록체인으로, 결제·외환(FX)·자본시장·대출 등 주요 금융 기능을 블록체인 위에서 직접 처리하기 위한 네트워크다. 거래 확정 시간을 1초 미만으로 줄이고 수수료도 달러 기준으로 고정해 결제 편의성과 비용 예측 가능성을 높인 것이 특징이다.

신창재 교보생명 대표이사 겸 이사회 의장 © 교보생명
신창재 교보생명 대표이사 겸 이사회 의장 © 교보생명

교보생명은 일찌감치 스테이블 코인에 관심을 보여왔다. 지난 8월에는 은행이 중심이된 오픈블록체인·DID협회(OBDIA) 산하 스테이블코인 생태계 분과에 참여으며, 신창재 교보생명그룹 회장은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가상자산 엑스포 웹엑스(WebX)에 직접 참석해 글로벌 동향을 파악하기도 했다.

이는 보험, 증권, 은행 등 기존 금융 서비스와 스테이블코인 결합 가능성을 염두 둔 행보로 풀이된다.

서클은 "대출, 자산 발행, 자본시장, 결제 및 보험 분야의 기회가 확장되고 있다"며 은행, 자산 운용사 및 보험 협력사 부분에 교보생명을 소개했다. 이 네트워크에는 블랙록, 골드만삭스, HSBC 등 글로벌 금융사들이 이름을 올렸다. 일본에서는 SBI그룹이 참여하고 있다.

SBI그룹은 세계 25개국에서 은행·보험·증권 등의 자회사를 거느린 일본의 대표적인 디지털금융 그룹이다. 전통적인 금융을 넘어 디지털 금융분야로도 사업영역을 빠르게 확장하고 있다.

교보생명과는 지난해 토큰증권(STO) 사업을 위한 공동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등 오랫동안 디지털 금융 분야에서 협력 관계를 이어왔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스테이블코인 사업에 대해 "아직은 사업을 구체화하기보다 먼저 시도해보는 초기 단계"이라면서도 "SBI저축은행이 디지털 측면에서 앞서 있고 SBI그룹도 일본에서 디지털 금융 역량이 뛰어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구체적으로 확정된 협업안은 없지만, 인수가 마무리되면 시너지를 강화하는 사업들이 나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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