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 '배당소득 분리과세' 공감대…주주환원 기대감 '활활'

코스피가 전 거래일(3953.76)보다19.48포인트(3.02%) 상승한 4073.24에 장을 마감한 10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 종가가 보이고 있다. ⓒ 뉴시스
코스피가 전 거래일(3953.76)보다19.48포인트(3.02%) 상승한 4073.24에 장을 마감한 10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 종가가 보이고 있다. ⓒ 뉴시스

민주신문=이한호 기자|정부가 부동산 시장의 악재를 덮기 위해 주식시장 활성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주말 사이 전해진 '배당소득 분리과세' 논의는 지난주 급락했던 코스피를 하루 만에 4000선 위로 끌어올리는 기폭제가 됐다.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119.48포인트(3.02%) 급등한 4073.24에 마감했다. 지난주 미 연준의 금리 인하 신중론과 AI 버블 우려로 급락했던 코스피가 정책 모멘텀을 업고 V자 반등에 성공한 모습이다.

주가 회복의 가장 큰 원동력은 주말 사이 전해진 세제 개편 논의였다.

정부와 여당은 지난 9일 고위당정협의회를 열고 배당소득 분리과세 최고세율을 현행 정부안보다 낮추는 방안을 논의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세법 개정이 탁상공론에 그치지 않고 배당 확대를 통한 주주가치 제고 등 실효성을 담보할 수 있도록 국민들이 제시한 의견에 당정대가 화답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 7월 31일 세제개편안을 통해 배당소득 분리과세 제도 신설 계획을 밝혔다. 2000만 원 초과 금융소득에 최고 45%의 누진세율을 적용하는 대신, 일정 기준을 충족한 상장사 배당소득은 최고 35%(지방세 별도)의 세율로 분리과세하는 것이 골자였다.

배당소득 분리과세가 도입된 것은 긍정적이었지만 기준이 까다롭고 최고세율 역시 너무 높아 기업이 배당 확대를 할 유인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왔다.

투자자들의 반발도 거셌다.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합리적 기업은 내년 배당을 줄일 것"이라고 주장했고, 이재명 대통령도 100일 기자회견에서 "얼마든지 교정할 수 있다고 본다"며 정책 변화를 시사했다.

결국 당정은 최고세율을 인하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이미 국민의힘이 조건 없이 최고세율을 25%로 낮추는 법안을 발의한 만큼, 세부 조율을 거쳐 국회 통과는 무난할 전망이다. 구체적인 내용은 11월 중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에서 확정될 예정이다.

배당소득 분리과세와 더불어 정부와 여당은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담은 3차 상법 개정안 처리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이는 기업이 사들인 자사주를 소각해 유통 주식 수를 줄임으로써 주당 가치를 실질적으로 높이는, 보다 직접적인 주주환원 정책이다.

배당 확대와 함께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고 주가 상승 모멘텀을 강화할 핵심 카드로 꼽힌다.

정부가 이처럼 연이어 자본시장 활성화에 드라이브를 거는 배경에는 최근 급격히 흔들리는 증시와 복합적인 경제 상황이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상승 가도를 달려온 주식시장은 최근 미국발 'AI 버블' 공포와 외국인 자금 이탈이라는 암초를 만났다. 지난주 외국인 투자자는 국내 증시에서 7조 원이 넘는 역대급 순매도세를 보이며 지수를 3800선까지 끌어내렸다. 급기야 지난주 수요일에는 7개월 만에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되는 등 시장의 불안감이 극에 달했다.

여기에 급증하는 해외주식 투자도 정부의 위기감을 더욱 고조시키고 있다. 국내 증시가 큰폭으로 상승했음에도 개인 투자자들이 해외로 눈을 돌리면서 '서학개미'의 행렬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10월 한 달간 국내 투자자의 해외주식 순매수액은 62억4800만 달러(약 8조9000억 원)로, 월간 기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달 들어서도 단 5거래일 동안 국내 투자자들은 미국 주식을 16억4638만 달러어치 순매수하며 해외 투자 쏠림 현상을 이어갔다.

부동산 정책의 난맥상도 증시 부양의 필요성을 키우고 있다. 강력한 대출 규제와 거래 제한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가격 상승세는 잡히지 않고, 오히려 거래절벽으로 인한 '전월세 대란' 조짐마저 나타나고 있다.

부동산 시장에 묶인 막대한 유동성을 자본시장으로 유도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로 떠오른 것이다.

결국 정부는 여권 일각에서 나오는 '부자 감세'라는 비판을 감수하면서까지 증시 부양 정책을 서두르고 있다. 지지율의 기반인 주식시장을 안정시키고, 국내 증시의 투자 매력도를 높여 이탈하는 자금을 붙잡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실제로 이날 코스피에서는 정책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는 지주사와 금융주들이 급등세를 보였다.

HS효성은 15% 가까이 상승했고, GS와 SK는 10% 가까이 올랐다. PLUS 고배당주,  SOL 금융지주플러스고배당, TIGER 은행고배당플러스TOP10 등 관련 ETF도 높은 상승세를 보였다.

최정욱 하나증권 연구원은 "지난주 IT 위주로 급등하던 코스피가 큰 폭의 변동성을 보이면서 조정 국면에 진입하자 그동안 소외됐던 은행주로 순환매가 유입됐다"며 "배당소득 분리과세를 비롯한 상법 개정안 등의 정책 모멘텀까지 감안시 오랜만의 은행주 랠리가 단기 순환매로만 그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분석했다.

이재원 신한투자증권 연구원도 "코스피는 셧다운 우려 완화와 배당소득 분리과세 최고세율 조정 움직임에 대형주가 반등하며 4000선을 회복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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