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국회에서 내년도 예산안 설명을 하면서 AI 시대를 여는 대한민국의 첫번째 예산이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이 설명에서 "박정희 대통령이 산업화의 고속도로를 깔았다"는 것을 앞세우고 "AI 시대의 고속도로를 깔겠다"고도 했다.
이 대통령이 박정희 전 대통령을 언급할 때는 거의 공(功)과 과(過)를 함께 인용했는데 이번은 공을 치켜세웠다.
예산 설명을 위한 국회본회의에 국민의힘은 참석을 거부했다. 이 대통령은 빈 좌석을 흘깃 보고는 "허전하군요" 한마디만 하고 이례적으로 비난이나 공격을 하지는 않았다.
이재명 대통령이 과거에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평가를 어떻게 했는지 잠깐 살펴보자.
지난 5월 대통령 후보 시절 경북 구미 광장 유세에서 "박정희, 아주 나쁜 사람이지만 산업화 공도 있어. 독재하고 군인 동원해서… 장기 집권하고 민주주의를 말살한 몹시 나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지금도 그건 사실이지만 또 한편으로 보면 이 나라 산업화를 끌어낸 공도 있는 것 아닌가"라고 했다.
이 대통령의 국회 연설에서 사용한 용어 중에 주목할 것은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긍정 발언과 함께 윤 전 대통령에 대한 발언도 '내란' 대신 "불법 계엄"이라는, 어떻게 보면 순화된 용어를 썼다.
이재명 대통령의 용어 선택의 변화는 여당 내의 행보에서도 나타났다. 극단적인 비난 단어를 조심하는 이런 언어의 변화는 이 대통령이 진정한 심경의 변화인지, 겉모양만 바꾼척하는 것인지는 더 두고 보아야 할 일이다.
정청래 대표가 갑자기 밀어붙이려는 '대통령 재판 임기 중 정지' 법안을 대통령이 황급히 가로 막았다. 정청래 대표 측은 국정감사에서 판사들이 "대통령 관련 재판은 이론상으로 언제든지 재개할 수 있다"고 발언하자 선수를 쳐서 아예 봉쇄하겠다는 의도였으나, 대통령실은 그렇게 해석하지 않은 것 같다. 경주 APEC 정상 회담 분위기를 타고 대통령 인기를 회복하는 기회를 맞았는데 찬물을 끼얹을까봐 제동을 걸었다는 해석이다.
정청래 대표가 눈치가 없었는지 전략적으로 단행하려 한 것인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이 대통령이 극단으로 치닫는 당을 견제하려는 듯한 행동은 이전에도 더러 있었다. 정청래 대표가 앞장 선 '추석 전 검찰 지우기'에 대해서도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말로 신중한 태도를 보이며 직접 만나 설득까지 하려 했으나 실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여당과 대통령 사이의 미묘한 기류는 부산 공천 파동으로 노출되었다.
지난주 더불어민주당 부산시당위원장 경선에서 컷오프 된 친명계 인사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청래 대표의 결자해지를 요구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 시절 영입했던 유동철 동의대 교수는 기자회견에서 "이유도 명분도 없는 컷오프는 독재"라며 "정청래 대표는 이번 사태에 책임을 지고 결자해지하라"고 했다. 유 교수는 작년 총선 때 민주당 험지인 부산 수영구에서 낙선한 뒤 이곳에서 지역위원장을 맡고 있다. 그런데 최근 부산시당위원장 당내 경선에서 컷오프 당했다.
유 교수는 "조직강화특별위원회의 후보 면접이 편파적이고 불공정하게 진행됐고 그로 인해 부당한 컷오프를 당했다. 이번 사태는 '당원 주권 말살 사태'로 처음부터 결과를 정해놓고 시작한 불공정한 심사였다"면서 "정청래 대표가 '100% 완전 경선' 약속을 해놓고 컷오프를 들고 나왔다"라고 공격했다. 그러나 정 대표는 "당대표가 부족해서 그렇다고"고 말은 하면서도 "유 위원장의 면접 점수가 낮았기 때문에 문제없다"고 했다.
이 사건이 불거지자 정가에서는 벌써부터 '이재명 지우기'에 나섰느냐는 말이 나돌기 시작했다.
과거 대권을 노리는 정치인들이 제1인자와 각을 세움으로써 자신의 존재감을 부각시킨 전례가 많기 때문에 나도는 말이다. 대권 야망이 있다고 치더라도 너무 빨리 노출된 모양새다.
민주당의 내부 권력 구조에 대해 '대통령 실, 당 대표 실, 그리고 강성 유튜브, 개딸'등을 당내 여러 대립세력으로 보는 관측이 있다.
이 4세력 모두가 국권 행사에 막중한 힘을 가지고 있다. 국민이 대통령과 여당의 행보를 엄중한 눈으로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권력을 쥔 사람들은 명심해야 한다.
<Who is>
이상우-언론인, 소설가, 한국디지털문인협회, 한국추리작가협회 이사장, 국민일보, 한국일보, 서울신문, 스포츠서울, 파이낸셜뉴스, 일간스포츠 goodday 등에서 편집국장 대표이사, 회장 등 역임. <세종대왕 이도> <신의불꽃> 등 역사, 추리소설과 <긴생각 짧은글> <권력은 짧고 언론은 영원하다>등 저서 400여 편을 발표. 한글 발전공로로 문화포장 수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