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 '차종 자체 문제' 인정…전문가는 현행 제도 한계 지적

BMW 420i 컨버터블. ⓒBMW코리아
BMW 420i 컨버터블. ⓒBMW코리아

민주신문=조환흠 기자|BMW에서 신차를 출고한 소비자가 두 번 연속으로 결함 차량을 받아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출고장에서 시동을 걸자마자 발견된 결함으로 두 달 만에 차량을 교환받았지만, 새로 받은 차량마저 원인을 알 수 없는 결함이 발생한 것.

차주 A씨는 "올해 5월 도이치모터스 BMW 잠실전시장에서 BMW420i 컨버터블 신차를 구매했다"며 "차량을 인도받고 그 자리에서 시동을 걸자마자 차가 심한 진동과 소음이 발생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당시 현장에 있던 딜러 역시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했고, A씨는 차량 인수증에 서명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후 BMW코리아, 딜러사 지점장, 딜러 등과 수차례 통화를 했음에도 "원인을 찾지 못했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A씨는 "답답한 마음에 국토교통부와 한국소비자원에 민원을 제기하며 약 두 달을 싸운 끝에 7월 8일 돼서야 겨우 새 차로 교환 받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어렵게 교환받은 두 번째 차량마저 결함이 있었다는 점이다. 그는 "내리막길에서 신호 대기 중 브레이크를 밟으면 차체에 진동과 소음이 발생하고, 주행 중 가속 페달을 밟으면 귀뚜라미 소리 같은 고주파음이 계속해서 들린다"고 주장했다.

결국 A씨는 지난 7월 15일경 차량을 도이치모터스 BMW 성수 서비스센터에 입고시켰다. 며칠 뒤 센터 측은 A씨에게 "센터에 있는 동급 차량을 테스트한 결과 유사한 증상을 확인했다"며 "이는 특정 차량의 문제가 아닌 차종 자체의 문제로 보인다"고 했다.

그러면서 센터 측은 "다른 구매자에게서는 관련 클레임이 없었다"는 이유를 들며, 사실상 수리 없이 차량을 그대로 타야 한다는 입장을 전해왔다.

이후에도 대응은 지지부진했다. 센터 측은 연락을 통해 "독일 본사에 관련 내용을 메일로 보내고 답을 기다리는 중"이라며 "명확한 원인을 찾지 못해 수 주째 기다려달라"는 말만 반복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두 번 연속 결함 차량을 받은 것도 억울한데, 판매사의 불성실한 대응에 맞서느라 너무 많은 시간을 허비했다"며 "차량 할부금과 보험료는 매달 그대로 나가는데, 정작 차 때문에 받은 스트레스와 시간 낭비는 보상받을 길이 막막하다"고 토로했다.

도이치모터스 BMW 성수 서비스센터. ⓒ도이치모터스
도이치모터스 BMW 성수 서비스센터. ⓒ도이치모터스

이에 대해 도이치모터스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이번 사안의 담당 주체는 BMW코리아다. 직접 답변할 수 있는 내용이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서비스센터에서 이뤄진 실험에 대해서도 "해당 실험이 도이치모터스 센터에서 진행됐더라도 BMW코리아 직원이 직접 한 것이지 자사가 개입한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도이치모터스 CC팀 역시 공식적인 답변은 어렵다며, 관련 대응은 혼선을 막기 위해 BMW코리아를 통해 일괄적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차주와 센터 간의 사실관계 확인 요청에도 "답변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BMW코리아는 이번 사안에 대해 문제 자체는 명확히 인정했다. 사측은 "독일 본사에 리포트한 결과, 인지하고 있는 증상이며 솔루션을 마련하고 있다"고 답하며, 성수 서비스센터가 '차종 자체의 문제'라고 결론 내린 것이 사실임을 확인했다.

또 "동일 증상으로 문제 제기한 케이스가 있었다"며 A씨와 같은 피해 사례가 존재했음을 인정했다.

하지만 환불이나 금전적 손실에 대한 보상 계획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답변을 피했다. BMW코리아 관계자는 "본사에서 솔루션을 마련하고 있는 중이다.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해 고객님과 소통할 예정"이라고 했다. 

문학훈 오산대 미래전기자동차과 교수는 A씨 차량에서 발생한 두 번의 결함에 대해 "매우 드문 경우이며, 이는 현재 상황으로 판단했을 때 제조 결함의 가능성이 매우 높을 것 같다"고 진단했다.

출고 직후 발생한 시동 진동·소음과 두 번째 차량에서 나타난 내리막길 제동 시 진동·소음, 가속 시 고주파음은 각각 하드웨어 또는 소프트웨어적 문제로 인해 발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그는 "제동 시 발생하는 귀뚜라미 소리는 디스크와 브레이크 마찰음으로 의심된다"며 "한두 대가 아닌 여러 차량에서 나타나는 증상이라면 제작사의 결함일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서비스센터 측이 '차종 자체의 문제'라고 언급하면서도 '다른 클레임은 없었다'고 대응하는 것에 대해선 "BMW의 공식 딜러사인 도이치모터스가 중대한 결함에 대해 자체적으로 결정을 내릴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즉, 이러한 사안은 딜러사를 거쳐 BMW코리아에 보고되고, 다시 독일 본사에서 총체적인 결정을 내려야 조치가 이뤄지는 복잡한 절차라고 전했다.

아울러 결함 원인을 즉각 파악하지 못하고 본사 문의를 기다리는 대응 방식은 일반적이지만, 이로 인해 소비자가 겪는 금전적 손실에 대한 보상은 실제로 보상받기가 쉽지 않다고 언급했다.

문 교수는 "이럴 경우, 소비자가 권리를 찾기 위해 국토교통부의 자동차안전·하자심의위원회에 고발하거나 민원을 제기하는 방법 등이 있지만 일반 소비자가 서류를 준비하고 절차를 진행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례를 통해 국내 자동차 교환·환불 제도의 실효성 한계가 다시 드러났다"며 "미국처럼 강력한 레몬법이 적용돼야 소비자가 시간과 돈을 들이지 않고도 보호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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