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신문=승동엽 기자|"기업하기 참 어려운 나라다", 요즘 취재 현장에서 기업 관계자들에게 가장 많이 듣는 말이다. 기업을 지배(?)하고 있는 총수나 대주주, 오너 일가 입에서 나오는 소리가 아닌 점을 주목해야 한다. 소위 일반 직장인들의 생각이다. 왜 그럴까?
몇 달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보자. 지금은 전직 대통령이 된 윤석열 대통령은 작년 12월 3일 무려 45년 만에 역사적 유물이라고만 생각했던 비상계엄을 선포하면서 나라 안팎에 충격을 안겼다.
비상계엄만으로 끝난 게 아니다. 곧바로 이어진 대통령 탄핵 소추, 권한대행 체제, 대행의 대행 체제 등 여의도발(發) '포탄'은 한국 경제에 치명상을 입혔다. 그리고 그 피해에 중심에는 '기업'이 있었다.
설상가상(雪上加霜)이라 했던가? 같은 시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칼날'까지 우리 기업들을 옥죄었다. 국가 지도자 부재 속에서 기업 총수가 직접 미국행에 올라 발 벗고 나서고 있지만, 예측불허의 상황은 지속되고 있는 형국이다.
여기에 조기 대선 정국이 본격화되면서 기업들의 신경은 더 곤두선 상태다. 대선 때마다 단골 소재로 등장하는 반(反)기업적 정책 공약이 하나 둘 수면 위로 올라오고 있기 때문이다. 상법 개정안, 주 4.5일제 등 표심잡기에 유리한 '기업 때리기'가 이번에도 주요 의제로 급부상하고 있다.
반면 '반도체특별법' 등 기업 경영 환경을 뒷받침할 만한 정부 정책이나, 정치권의 논의는 제자리 걸음이다. 4개월 넘게 끌고 온 계엄 및 탄핵 정국의 파고는 일정 부분 넘겼지만, 조기 대선 정국이 본격화되면서 사실상 관심 밖으로 밀려난 상태다.
부랴부랴 유력 대선 후보들은 AI(인공지능), 반도체 등 '트렌디'한 단어들을 꺼내 들며 글로벌 경쟁에서 우리 기업들의 경영 환경을 뒷받침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이들이 행한 이 같은 행적들을 살펴보면 믿음이 안 가는 게 솔직한 심정이다.
가장 큰 문제는 이로 인한 피해를 우리 국민이 고스란히 입고 있다는 점이다. 기업의 경영 환경 불확실성이 고조될수록 가장 큰 타격을 입는 이들은 기업 구성원이자 직장인, 즉 국민이다.
앞서 살펴본 기업 발목 잡기(?) 사례 중에서도 정치권의 기업 때리기가 핵심 중의 핵심이다. 계엄이나 탄핵, '트럼프 리스크' 등 예측할 수 없는 변수보다 이 같은 반기업 정서가 경영 환경 불확실성을 초래하는 가장 큰 원인이다.
이는 우리 정치권이 과거부터 '재벌'과 '기업'을 동일시하는 경향에서 비롯된 것이다. 재벌 개혁에 대한 옳고 그름을 떠나, 재벌 개혁의 타깃이 재벌이 아닌 기업에 설정돼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기업을 옥죄는 법안들을 통해 근로자를 보호하고 재벌을 견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는데, 이러한 인식 자체가 잘못됐다는 의미다.
재벌과 기업은 분명 다르다. 기업 구성원의 대다수가 일반 직장인이다. 기업을 때리면 국민이 피해를 보는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기업 경영 환경 불확실성이 고조될수록 피해는 고스란히 이들에게 돌아올 수밖에 없다. 직장인들 입에서 "기업하기 참 어려운 나라다"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