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신문=최경서 기자|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이 이번에도 승전보를 울리지 못했다. 3월 A매치 2연전서 모두 무승부를 기록했다. 월드컵 본선 조기진출은커녕 본선에 오를 수 있을지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홍명보호는 지난 25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B조 8차전서 요르단과 1-1로 비겼다. 전반 6분 만에 이재성의 골로 일찌감치 승기를 굳히는 듯했지만, 추가골에 실패하면서 무너졌다.
한국은 이날 손흥민을 원톱 스트라이커로 둔 '손톱' 전술로 요르단 골문을 수시로 위협했다. 지난 오만전과는 확실히 다른 경기력이었다. 활발한 '패스 앤 무브'로 공간을 창출하고, 손흥민의 침투를 적극 활용하는 등 경기 시작부터 수많은 찬스를 만들어냈다.
결국 전반 6분 만에 선제골을 기록했다. 코너킥 상황에서 손흥민이 올려준 공을 이재성이 수비수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노마크 상태로 슛을 날렸다. 요르단 골키퍼가 반응도 할 수 없었다.
그러나 전반 30분 만에 동점을 허용했다. 중원에서 박용우가 미숙한 컨트롤로 허둥지둥하는 사이 요르단이 공을 낚아채면서 역습으로 이어졌다. 조현우가 선방하면서 위기를 넘기는 듯 했으나 수비수들이 공을 멀리 걷어내지 못했다. 결국 요르단이 또 한번 시도한 슛이 권경원 몸에 맞고 굴절됐다.
홍명보 감독은 후반 시작과 동시에 이동경을 빼고 양민혁을 투입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양민혁이 들어오면서 오른쪽 측면 공격에 활기가 돌았다. 이후에도 후반 막바지 양현준과 오세훈, 오현규까지 우르르 들어갔지만 결과를 만들어내진 못했다.
이로써 홍명보호는 이번 3월 A매치 2연전(오만‧요르단)에서 모두 무승부를 기록하며 승점 2점을 획득하는 데 그쳤다. 한 경기만 승리했어도 확정지을 수 있던 월드컵 본선 조기진출 기회를 놓쳤다.
아시아 3차 예선은 '홈 앤드 어웨이 풀 리그' 방식으로 진행된다. 총 10경기를 진행해 각 조에서 1·2위를 차지한 팀만 월드컵 본선에 진출한다. 3·4위는 월드컵 본선 진출을 위한 마지막 티켓을 놓고 플레이오프 그룹 스테이지인 4차 예선을 거치게 된다.
한국 대표팀은 8차전까지 진행된 현재 4승4무(승점 16점)를 기록 중이다. 최소 플레이오프 진출은 확정된 상태다. 5위인 쿠웨이트(0승 5무 3패‧승점 5점)와 승점 격차가 11점이다. 남은 경기에서 한국이 모두 패한다고 해도 4위 밖으로 밀려나지 않는다.
반면 북중미 월드컵 본선 직행 티켓은 아직 안심할 수 없다. 앞으로 예선 경기는 2경기 남았다. 현재 2‧3위는 각각 요르단(3승 4무 1패)과 이라크(3승 4무 1패)이다. 두 팀의 승점은 13점으로 동률이나, 골득실에서 우위인 요르단이 2위에 올라 있다. 한국과 승점 차는 3점에 불과하다.
공교롭게도 6월 A매치 중동 2연전의 첫 상대는 이라크다. 사실상 승점 6점이 걸린 경기인 셈이다. 이 경기에서 승리한다면 이라크와 승점 차가 9점으로 벌어져 최소 조 2위를 확보하게 된다.
반면 패배 시 이라크와 승점 동률이 된다. 만약 요르단까지 승리를 거둔다면 세 팀의 승점이 모두 같아진다. 한국이 마지막 경기인 쿠웨이트전에서 패하고, 이라크와 요르단이 모두 승리를 거둔다면 조 3위로 밀려 본선 진출에 실패한다.
이렇듯 홍명보호는 상당한 부담을 안고 중동 원정길에 나서게 됐다. 중동 원정이 '원정팀의 지옥'으로 불리는 곳인 만큼 한국에는 악재다. 실제 한국도 그간 중동 원정에서 유독 힘을 내지 못했다.
특히 이라크라는 상대는 더 부담이다. 직전 맞대결이었던 지난해 10월에는 홈경기였음에도 3-2 진땀승을 기록했다. 역대 전적에선 10승 12무 2패로 우위를 점하고 있지만, 무승부가 많다는 점을 생각하면 쉽게 이기진 못해왔던 상대라고 볼 수 있다.
실제 홍명보호 핵심 미드필더인 이재성도 요르단전 이후 "중동원정이 부담스럽지만, 그럼에도 우리가 잘 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한다"며 "특히 이라크 원정이 조금 부담"이라고 말했을 정도다.
한국이 11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이라는 대기록을 이어갈 수 있을지는 홍명보 감독 손에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