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신문=이한호 기자|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가 모두 이번 주 주주총회를 개최한다. 지난해 사상 최대 이익을 거둔 금융권인 만큼 올해 주총의 핵심 의제는 '주주환원'이 될 전망이다. 돌이켜보면 그야말로 격세지감이라고 느낄 만한 상황이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금융지주가 고배당을 한다고 하면 '국부 유출'이라는 비난이 쏟아지고 금융당국마저 '배당 자제령'을 내리며 압박하던 시절이 있었다.

당시만 해도 금융지주의 고배당은 '공공의 적'이었다. "서민들은 고금리에 허덕이는데, 금융권만 돈 잔치를 벌인다"는 비난과 함께, 외국인 주주 배만 불린다는 날 선 지적도 이어졌다.

하지만 최근 분위기는 180도 달라졌다.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추진과 함께 "적정한 수준의 주주환원은 바람직하다"는 인식이 자리 잡기 시작했다. 위기 대응에 충분한 자본을 쌓아두되, 이를 넘어서는 이익은 주주에게 환원하는 것이 건전한 경영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이다.

이는 금융지주들로 하여금 '자본 효율성'을 고민하게 만들었다. 곳간에 돈을 쌓아두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적재적소에 자본을 투입해 더 큰 이익을 내고, 이를 주주와 나누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해야 한다는 과제가 주어진 것이다.

금융지주들은 주주환원 약속을 지키기 위해 안정적인 자본비율 관리와 수익성 제고에 집중하고 있다. 이는 단기 주가 부양을 넘어, 장기적인 신뢰 구축으로 이어진다. 이렇게 쌓인 주주들과의 신뢰는 훗날 위기가 닥쳤을 때 자본 조달을 용이하게 하는 원동력으로도 작용할 것이다.

그럼에도 마음 한구석이 불편한 것은 어쩔 수 없다. 평균 60%를 넘어가는 4대 금융지주의 외국인 주주 비중을 보면 DNA 속 어딘가 잠들어 있는 흥선대원군이 깨어나 "국부 유출!"이라며 호통을 쳐야할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특히 서민들의 과도한 이자 부담이 내수 부진의 원인이라는 푸념이 나오는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지난해 4대 금융지주의 외국인 지분율은 역대 최고 수준이었다. 국내 증시가 휘청거리는 동안에도 외국인 투자자들은 묵묵히 한국의 알짜 기업 주식을 사 모은 셈이다.

반면 국내 투자자들은 어떠했나. 지난해 "국장 탈출은 지능순"이라며 미국 주식으로 달려가던 모습이 떠오른다. 과도한 변동성에 기대는 레버리지 상품, 테마주에 '몰빵'하는 투자 행태도 적지 않았다. 그러다 올해 들어 미국 주식이 조정을 받으면서 "한국인이 있는 곳, 그곳이 국장이다"라는 자조 섞인 탄식도 흘러나온다.

주주환원 정책에 대한 인식 전환은 분명 긍정적이다. 하지만 그 이면에서 국내 자본의 역량과 투자 철학도 함께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금융지주가 쌓아가는 주주와의 신뢰가 '그들만의 잔치'가 되지 않으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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