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만과 1-1 무승부…전반전 황희찬 선제골→경기 종료 직전 '찬물'
25일 요르단전서 본선 직행 결정…패배 시 플레이오프行 가능성도
민주신문=최경서 기자|홍명보호가 또 한번 '쇼크'를 겪었다. 비교적 한 수 아래로 여겨지는 오만에게 안방에서 일격을 당했다. 스포츠 경기에서 당연한 것은 없다지만, 승점 1점이라는 결과는 아쉽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번 경기에서도 홍명보 감독의 고질적인 문제점들이 여실히 드러났다. 본선을 1년가량 남겨둔 시점에서 본선 경쟁력에 의문부호만 더 붙었다. 이대로라면 '북중미 쇼크'까지 일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홍명보, 이대로는 안 된다
한국 축구대표팀은 지난 20일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B조 7차전에서 오만과 1-1로 비겼다. 이강인(파리생제르맹)과 황희찬(울버햄튼)의 합작으로 만들어낸 선제골을 끝까지 지키지 못하고 승점 1점 획득에 그쳤다.
한국은 4-2-3-1 포메이션에 주민규(대전하나시티즌)가 최전방에 섰다. '캡틴' 손흥민(토트넘)과 황희찬이 양쪽 측면을 맡았고, 공격형 미드필더에는 이재성(마인츠)이 배치됐다. 3선에선 백승호(버밍엄시티)와 박용우(알아인)가 호흡을 맞췄다. 포백은 이태석-권경원-조유민-설영우가 출전했다. 골문은 조현우가 맡았다.
김민재(바이에른 뮌헨)는 부상으로 소집 해제되면서 이번 경기에 출전하지 못했다. 이강인은 경기 이틀 전 합류해 우선 벤치에서 스타트했다. 양현준(셀틱)과 양민혁(QPR‧원 소속팀 토트넘)도 벤치에서 출격을 대기했다.
빠른 템포의 다득점 경기가 예상됐던 것과 달리 한국은 오만 골문을 공략하는 데 애를 먹었다. 오만 역시 4-2-3-1 포메이션으로 나섰지만, 사실상 수비 시엔 파이브백 대형을 갖췄다. 한국의 공격이 대부분 사이드를 거쳐 중앙에서 마무리가 이뤄진다는 점을 대비한 것이다.
반면 홍명보 감독은 이번 경기에서도 무색무취 전술을 보였다. 의미 없는 후방 빌드업을 통해 점유율만 늘릴 뿐이었다. 개인 전술과 부분 전술은 찾아볼 수 없었다. 늘 그렇듯 손흥민과 황희찬의 개인 능력에 의존했다.
현재 한국 대표팀의 전술은 손흥민의 소속팀인 토트넘과 유사한 형태다. 사이드로 상대의 중앙 수비를 유인해 중앙 수비수들 간의 간격이 벌어지면 그 공간으로 컷백 혹은 크로스를 이어가는 그림이다. 이 전술은 상대팀에게 공략된 것이 오래전 일이다.
오만 역시 이를 대비했다. 손흥민과 황희찬 등이 사이드에서 공을 잡으면 수비가 붙지 않았다. 끌려 나갈 땐 반드시 두 명 이상의 선수가 지역방어를 펼쳤다. 돌파를 하거나 크로스를 올릴 수 있는 공간을 허용하지 않았다. 이를 기반으로 한 '선 수비 후 역습' 전술로 틈틈이 기회를 노렸던 오만이다.
선제골은 전반 41분 터졌다. 앞서 전반 38분 백승호의 부상으로 투입된 이강인과 황희찬이 개인 능력으로 골을 만들어냈다. 홍명보 감독의 용병술과 전술이 적중했다고 보기엔 다소 무리가 있다. 백승호의 갑작스런 부상이었던 데다 이 자리를 대체할 선수는 사실상 이강인이 확정돼 있던 것이나 다름이 없다.
이후 한국은 별다른 찬스를 만들어내지 못한 채 그대로 전반전을 마쳤다. 후반 시작과 동시에 존재감이 없던 주민규를 빼고 오세훈(마치다 젤비아)를 투입했지만, 큰 효과는 없었다. 전반전과 비교해 전술적으로 달라진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특히 수비에서 불안한 장면을 수 차례 연출했다. 점유율을 높이며 공격 기회를 엿봤지만, 뚜렷한 공격 찬스를 만들지 못한 채 역습에 가슴을 쓸어내리기를 반복했다. 한국 대표팀 경기에서 늘 보던 그 모습이다.
후반 35분, 우려했던 일이 터졌다. 오만의 알부사이디의 슈팅 이후 수비수들이 공을 멀리 걷어내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면서 결국 실점을 허용했다. 이 과정에서 이강인은 부상까지 당하면서 곧바로 실려 나갔다.
국제적 '대 망신'
이와 관련해 홍 감독은 경기 후 진행된 인터뷰에서 수비수와 수비 전술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되레 당당한 모습을 보였다. 중심인 김민재가 빠졌기에 발생할 수 있는 일일 뿐이라는 것이다.
홍 감독은 "팀의 중심 역할을 하는 선수(김민재)가 빠지다 보면 팀이 흔들릴 수 있지만, 우리 수비가 불안했다거나 문제가 있다고 느끼지는 못했다"며 "조직적으로 큰 문제가 있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무리 주전 수비수인 김민재가 빠졌다고 해도 오만에게 위험천만한 상황을 여러 차례 연출한 것에는 분명 문제가 있다. FIFA 랭킹에서 57계단이나 아래에 있는 상대라면 김민재 없이도 안정적인 수비가 돼야 한다. 이는 독일 언론도 알고 있다.
독일 매체 바바리안 풋볼위크스는 "한국은 월드컵 예선에서 가장 쉬운 조에 속해 있다"며 "FIFA 랭킹 23위인 한국이 김민재가 없다는 이유로 오만을 이기지 못한다면 월드컵에 나갈 자격이 없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동점골 이후 급하게 오현규(헹크)와 양현준을 투입하며 재역전에 나섰지만, 결국 실패하면서 경기는 그대로 끝이 났다. 이 역시 홍 감독의 고질적인 문제점 중 하나다. 발등에 불이 떨어지면 뒤늦게 모든 패를 꺼내 총력전을 펼친다.
급박한 상황에서 갑작스럽게 투입된 교체 선수들은 준비가 돼 있지 않은 상태다. 심리적으로 압박감만 가중될 뿐이다. 이런 상황에서 경기 템포가 가열된다면 부상 위험 역시 높아진다. 마음이 급하다 보니 섬세한 공격 작업도 가능할 리가 없었다.
선제골 이후 추가골을 넣어 격차를 벌리기 위해선 흐름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홍 감독은 선제골 이후 반대로 템포를 낮게 조절한다. 스코어상으로 유리한 고지를 점했으니 안전하게 경기 운영에 나서겠다는 의도다. 하지만 이번 경기처럼 되레 동점골을 얻어맞고 급하게 역전을 노리는 경우가 많았다.
긍정적인 경기 결과를 위해선 중심 선수를 과감하게 교체하는 법도 알아야 한다. 스포츠에서 절대적인 것은 없다. 손흥민, 이강인 등의 개인 기량이 월등히 높다고 해서 반드시 이들이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니다. 전술과 경기 양상 등에 따라 더 적절한 선수가 있을 때도 있는 법이다. 교체 선수는 부상, 체력 안배용이 아니다.
박문성 축구 해설위원은 이날 경기 직후 본인의 유튜브 '달수네라이브'에서 "감독으로서 경쟁력도 잘 모르겠다. 오늘 경기뿐만 아니라 시원스럽지 않았으니까"라며 "이 정도 멤버로 저 정도 경기력을 보이면 안된다"고 말했다.
인기 유튜버 새벽의 축구 전문가 페노 역시 이날 본인의 유튜브를 통해 "보통 감독들이 하는 이야기가 전술적으로 슈팅이 나올만한 상황까지는 내가 한다. 그 다음에 마무리하는 창의성 등은 선수들이 할 수밖에 없다"면서 "그런데 오늘은 아예 슈팅할 수 있는 상황,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는 상황을 전술적으로 못 만든 경기에 가깝다"고 평가했다.
또다시 등장한 '경우의 수'
이번 경기가 무승부로 그치면서 본선 진출에도 먹구름이 꼈다. 비교적 쉽게 승점 3점을 챙겨 본선 직행에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었지만, 미궁 속으로 빠지게 됐다. 최악의 경우는 플레이오프까지 추락한 뒤 여기서 탈락하는 것이다.
아시아 3차 예선은 '홈 앤드 어웨이 풀 리그' 방식으로 진행된다. 총 10경기를 진행해 각 조에서 1·2위를 차지한 팀만 월드컵 본선에 진출한다. 3·4위는 월드컵 본선 진출을 위한 마지막 티켓을 놓고 플레이오프 그룹 스테이지인 4차 예선을 거치게 된다.
한국 대표팀은 7차전까지 진행된 현재 4승3무(승점 15점)를 기록 중이다. 최소 플레이오프 진출은 확정된 상태다. 5위인 쿠웨이트(0승 5무 2패‧승점 5점)와 승점 격차가 10점이다. 남은 3경기에서 한국이 모두 패한다고 해도 4위 밖으로 밀려나지 않는다.
반면 북중미 월드컵 본선 직행 티켓은 아직 안심할 수 없다. 앞으로 예선 경기는 총 3경기(홈 1경기‧어웨이 2경기) 남았다. 현재 2‧3위는 각각 요르단(3승 3무 1패)과 이란(3승 3무 1패)이다. 두 팀의 승점은 12점으로 동률이나, 골득실에서 우위인 요르단이 2위에 올라 있다. 한국과 승점 차는 3점에 불과하다.
남은 3경기에서 한국이 3승을 챙겨야 본선 직행을 확정지을 수 있다는 얘기다. 요르단과 이라크가 전승을 거두고, 한국이 2승에 그친다면 세 팀 모두 승점 21점으로 동률이 된다. 골득실차도 최대 3점 차이밖에 나지 않는다. 최악의 경우 플레이오프로 추락할 수도 있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한국과 요르단은 오는 25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맞붙는다. 사실상 본선 직행을 확정지을 수 있는 경기다. 한국이 요르단에게 승리를 거둔다면, 요르단의 전승 경우의 수는 무의미해지기 때문이다. 최소한 조 2위는 확보할 수 있다.
하지만 요르단은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팀이다. 한국의 발목을 잡은 오만보다도 전력상 우위에 있다. 더욱이 요르단은 지난해 2월 카타르 아시안컵 4강전(0-2)에서 한국을 탈락시킨 장본인이기도 하다. 4강전에 앞서 조별리그 맞대결에서도 무승부(2-2)에 그쳤다.
만약 이번 경기에서도 무승부를 거둔다면 본선 직행은 더 힘들어진다. 남은 3경기 중 2경기가 이라크와 요르단에서 열리는 원정 경기다. 중동 원정이 '원정팀의 지옥'으로 불리는 것은 유명한 이야기다. 실제 한국도 그간 중동 원정에서 유독 힘을 내지 못했다.
요르단이 한국과 비긴 뒤 남은 2경기서 모두 승리하고, 이라크가 전승을 거둔다면 한국은 조 3위로 떨어지게 된다. 이라크가 1승 2무를 챙겼을 때도 마찬가지다. 어떠한 변수도 일어날 수 있는 곳이 플레이오프다. 다 된 밥에 재를 뿌리는 일은 없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