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우 민주신문 기자
         박현우 민주신문 기자

 민주신문=박현우 기자|20대 남성(이대남)과 20대 여성(이대녀) 간 이념 격차가 더욱 벌어지고 있다. 이들의 정치적 대립은 지난 대선을 기점으로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통합하면 이대남과 이대녀는 각각 국민의힘, 더불어민주당을 지지하는 경향이 컸다.

2020년 총선 당시 국민의힘 지지율의 남녀 격차는 약 15%포인트였으나, 2022년 대선에서는 약 25%포인트 이상으로 확대됐다.

더불어민주당 역시 2020년 총선의 약 15%포인트에서, 2022년 대선 때는 약 20%포인트로 남녀 간 지지율 차이가 커졌다.

이러한 현상은 최근 집회 참여도에서도 확인됐다.

BBC코리아의 조사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 12·3 비상계엄 이후 열린 대통령 탄핵 집회에서 20대 여성 참가자는 17.7%였던 반면, 20대 남성은 3.3%에 그쳤다.

20대 여성 참여율의 경우, 과거 전국민적인 관심을 모았던 2008년 광우병 촛불집회와 2016년 탄핵집회와 비교해 큰 차이가 없었다. 반면 20대 남성의 경우 10%대 초중반을 기록했던 이들 시점에 비해 그 수치가 크게 떨어졌다.

다만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 반대 집회에서는 20대 남성의 참여가 높게 나타나, 남성들이 '광장'에 나오지 않은 것은 정치 무관심 때문이 아닌 이념적 성향 차이 때문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러한 성별 간 이념 갈등은 미국에서도 관찰됐다.

전략대화연구소(ISD)에 따르면 최근 미국 대선 직후 24시간 동안 X(옛 트위터)에서 여성 혐오 관련 표현이 4600% 증가했다. '너의 몸 나의 선택', '부엌으로 돌아가' 등의 발언과 함께,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향한 혐오 표현도 6만4000회 이상 게시됐다.

여성쪽에선 한국에서 시작된 '4B(非) 운동'을 적극 차용하는 현상까지 나타났다.

4B는 비혼(Bihon·no marrying men), 비출산(Bichulsan·no giving birth), 비연애(Biyeonae·no dating men), 비성관계(Bisekseu·no sex with men)를 뜻하는 여성 중심의 생활양식을 일컫는다.

가디언지는 미국 대선 다음 날인 6일, 4B 운동 관련 검색량이 전일 대비 450% 급증했다고 밝혔다.

전 세계적으로 남녀 간 이념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보니 최근에는 젠더 갈등에 대한 실질적 해결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0대 남녀 간 정치적 성향 차이가 극명해지고, 미국에서도 여성 혐오 발언이 급증하는 등 젠더 갈등이 사회 문제로 대두되는 상황이다.

다만 정치권은 선거 시기에만 이 문제에 관심을 보이는 경향을 보인다. 표심을 얻기 위해 20대의 젠더 갈등을 이용하면서도, 정작 선거가 끝나면 갈등 봉합을 위한 구체적인 노력은 찾아보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성별 간 갈등은 이제 단순한 남녀 대립을 넘어 사회 통합을 저해하는 심각한 문제로 확대되고 있다. 정치권이 선거와 무관하게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성평등 교육 강화와 차별 해소를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에 나서야 할 시점이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민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