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신문=이한호 기자|서민들이 불법 사금융에 피해를 입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정치권에서도 대책을 쏟아내고 있다.

당정은 11일 신체 상해 등 반사회적 대부 계약을 무효화 하고 불법 대부 처벌 수위를 금융 관련 법령상 최고 수준으로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더불어민주당 역시 법정 최고이자율(20%)을 넘는 대출, 미등록 대부업자의 대출 이자를 무효화하는 등 내용을 담은 대부업법 개정안을 22대 국회 들어 잇따라 발의했다.

이 가운데 서영교 의원은 이자 제한 상향을 15%로 낮추는 대부업법 개정안 및 이자제한법 개정안을 내놨다. 서민들의 이자부담을 덜어주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현장의 목소리는 다르다.

과거 취재 과정에서 만난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서민대출 공급에 더 힘써야 하지 않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법정 최고금리가 연 20%로 제한되다 보니 저신용 차주에 대한 대출 운용에 한계가 있다"며 "저축은행이 판매하는 중금리 대출은 금리 상한이 17.25%인데, 여기서 신용도가 조금만 낮아져도 심사가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그의 주장은 이렇다. 금리가 낮아지면 금융기관들은 위험 관리를 위해 대출 심사 기준을 더욱 엄격하게 적용할 수밖에 없고, 그 결과 저신용자들의 제도권 금융 접근성이 오히려 제한된다는 것이다.

제도권 금융에서 배제된 이들은 결국 불법 사금융의 늪으로 내몰릴 가능성이 크다. 이는 정책의 본래 취지와 정반대의 결과다.

실제로 지난해 말 등록 대부업체의 대출 잔액은 12조5148억 원으로 지난해 6월 말(14조5921억 원) 대비 14.2% 감소했다. 이용자 수 역시 72만8000명으로 6개월 사이에 12만 명(14.2%) 감소했다.

반면 금감원에 접수된 불법사금융 피해 상담·신고 건수는 2022년 1만350건에서 지난해 1만3751건으로 24.5% 증가했다. 대부업체조차 이용할 수 없는 저신용자들이 불법 사금융으로 넘어가 고금리와 악질적인 추심행위 등 피해를 입고 있는 것이다.

국회입법조사처에서는 오히려 최고금리 인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최고금리를 20%로 내렸던 지난 21년 기준금리는 0.75%에 불과했다. 기준금리는 이후 3.5%까지 가파르게 인상됐고 이에 따라 조달금리 역시 큰 폭으로 올랐다.

조달금리가 오르는 동안 최고금리는 변하지 않았다. 이에 상대적으로 고금리 대출을 취급하는 카드, 캐피털, 저축은행 등은 물론 대부업체들까지 영업환경이 나빠져 취약계층이 제도권 금융에서 이탈하는 결과로 나타난 것이다.

입법조사처는 법정 최고금리를 금리 변동과 연동하는 방안을 대안으로도 제시했다. 시장금리 또는 기준금리와 연동하면 취약차주의 대출시장 배제 문제를 완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법정 최고금리 인하는 서민 보호라는 명분 아래 추진되고 있지만, 그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정책의 의도와 실제 결과 사이의 괴리를 좁히기 위해서는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종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최소한 서민들을 더 어려운 처지로 내모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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