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상중, 우치다 타츠루 ▲사계절 ▲1만6000원

[민주신문=장윤숙 기자] 1950년 전후 일본에서 태어나 근대화 과정을 성찰하며 일본 사회를 대표하는 비판적 지식인으로 자리매김한 강상중과 우치다 타츠루가 처음으로 만났다. 두 사람은 이 책에서 근대화의 그늘과 세계의 오늘을 돌아보며, 다시 한 번 역사의 비극을 향해 돌진하고 있는 인류에게 “처참과 고난, 비탄과 번민, 죽음과 질병 같은 비극을 통해 숙연해지고 새로 태어나야 한다”고 경고한다.

인류는 근대를 거치며 자유와 평등이라는 사상 위에 인간으로서 당연히 누릴 수 있는 권리를 확보했다. 근대의 횃불은 시민혁명을 잉태했고 헌법 아래에서 국민의 권리가 보장되는 국가를 출현시켰으며, 또한 찬란히 빛나는 이성의 힘은 인류에게 무한한 가능성을 제시했다. 그 안에서 우리는 영원히 평화를 구가할 수 있으리라고 믿었다.

하지만 굳건할 것만 같았던 근대는 이제 종언을 고하는 중이다. 평범한 시민들의 일상에 테러가 침입하고 글로벌 자본주의와 신자유주의가 소용돌이치는 오늘날, 근대를 지탱해온 국민국가체제가 마지막 숨을 모라쉬며 전 세계는 최종 전쟁 단계에 돌입했다.

문제는 어디에서부터 시작된 것일까. 인류의 역사는 ‘21세기의 야만’을 넘어 다시 한 번 새로운 세계의 문을 열수 있을까. 저자들은 이 책에서 근대의 침몰은 막을 수 없다고 말하며, 세계가 조금 더 안전하게 다음 단계에 도달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한다.

새로운 야만의 출현, 전 세계적 우경화

세계는 20세기에 두 차례의 세계대전과 냉전을 겪으며 전체주의라는 환상의 위험을 통감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름에 따라 과거의 기억은 희미해졌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등장, 프랑스 ‘국민전선’의 대약진, 일본 아베 총리의 장기 집권 등 전 세계에서 우경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우치다 타츠루는 이 현상을 ‘21세기 새로운 야만’의 징조로 경고한다.

그에 따르면 17세기 이후 근대 세계는 ‘국민국가’라는 공통 조건하에서 유지될 수 있었다. 국민국가체제라는 모델에 따라 세계는 제도와 문화를 획일화하고 경제성장이라는 유일한 목표를 향해 달려갔다.

마침내 ‘자본과 시장’이 지상의 원리가 되는 시점에 이르자, 국민국가체제는 더 이상 경제성장의 조건이 될 수 없게 되었다. 자본과 시장은 각 국가의 경계를 넘어 자유롭게 이동하기를 원하는 반면, 국가는 자본과 시장을 국경 안에서 보호하고 운용하고자 했다. 20세기가 끝날 무렵까지 치열하게 전개된 국가와 시장의 갈등에서 마침내 시장이 승리했고, 여기에 대한 반발로 자국의 국경에 높은 담장을 치자는 ‘우경화’ 현상이 다시 대두했다는 분석이다.

작은 공동체에서 다가올 미래를 상상하다

책의 마지막에 이르러 두 사람은 작은 공동체 단위로 세계가 재구축될 것이라고 말하며 독자를 안심시킨다. 미국이라는 세계 유일의 성장 모델이 힘을 잃고 국민국가체제가 액상화됨에 따라 세계는 이슬람권, 유럽권, 유교권 등 몇 개의 단위로 광역화되는 동시에 그에 대한 보완으로 작은 지역 단위의 공동체가 재구축된다는 예상이다. 우치다 타츠루는 지역화 과정에서 ‘정상경제’가 회복될 것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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