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텃밭 지키며 외연 확장…보수·진보 맞대결 ‘다목적 카드’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자유한국당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홍준표 대표가 참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영수회담 거부, 바른정당·국민의당 무시, '제1야당' 굳히기
당내 우클릭 행보 비판 정면돌파, 친홍체제 구축 ‘큰 꿈’   

[민주신문=이학성 기자]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의 나 홀로 행보에 정치권 안팎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류석춘 혁신위원장의 우클릭 행보에 대한 당내 우려에도 불구 정면 돌파를 선택한 것은 물론 영수회담도 거부하며 ‘보수질주’를 통한 원내 제 1야당 존재감 찾기에 공을 들이고 있다.
아울러 홍 대표는 이미 대표직 취임 직후부터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을 의도적으로 무시하는 듯한 스탠스를 취해 온 바 있다. 두 야당을 인정하지 않음으로써 진보 대 보수의 싸움인 양당 체제로 분위기를 이끌겠다는 목표다. 이를 통해 바른정당과의 보수 경쟁에서 완전한 우위를 점하겠다는 전략이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16일 여야대표 회담 참석에 대해 다시 한번 불참 선언을 하면서 "저들(더불어민주당)이 본부중대와 1·2·3중대를 데리고 국민 상대로 아무리 정치 쇼를 벌여도 우리는 우리 갈 길을 간다"고 밝혔다. 이미 참석 뜻을 밝힌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을 여당의 '1·2·3중대'로 표현하며 깎아내린 셈이다.
때문에 두 야당도 잠시나마 대여 공세를 일단 내려놓고 자유한국당과 맞서 신경전을 펼쳐야 했다. 직접적인 위협을 느끼는 곳은 바른정당이다. 바른정당은 홍 대표의 영수회담 불참에 대해 '좀팽이' '놀부 심보' 등의 원색적 표현을 섞어가며 맹비난했다. 이종철 대변인은 "얼굴 붉힐 것 같아 (대통령을)못 만나겠다니 애들 소꿉장난 하는 것인가"라고 공격하기도 했다.
이미 바른정당은 홍 대표 취임 직후부터 지속적으로 자유한국당과 홍 대표에 견제구를 던져온 바 있다. 이혜훈 바른정당 대표는 물론이요 하태경 최고위원도 이른바 '홍모닝'이라 불릴 정도로 하루도 빠짐없이 적극적인 공세를 펼치고 있다.
국민의당의 경우 바른정당만큼은 아니지만 지지 않고 목소리를 이어가고는 있다. 최근 악재로 당 존폐 위기로까지 언급되는 국민의당으로서는 자유한국당의 태도에 위기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지금의 다자간 여야 구도도 현안에 따라 언제든 다시 여야 대립 구도로 되돌아갈 가능성이 있다. 여야간 의견을 달리하는 인화성 큰 이슈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류석춘 자유한국당 혁신위원장이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자유한국당 기자실에서 기자회견 중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류석춘 '극우논란', 한국당 '탈당파'와 신경전

류석춘 자유한국당 혁신위원장의 극우행보에 대해서도 당내 의원들의 우려가 짙다. 보수진영결집에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외연 확장의 한계가 명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류 신임 위원장이 '홍준표 식 혁신 작업'을 어떻게 완수할지 관심이 쏠린다. 홍 대표는 취임 직후부터 혁신위원장에 외부인사를 영입하겠다며 "자유대한민국의 가치를 지켜온 인사와 보수 우파의 대표적 인사들을 섭외해 혁신위를 구성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또 "혁신위로 하여금 인적혁신, 조직혁신, 정책혁신을 모두 전권으로 처리하도록 하겠다"며 혁신위에 강력한 권한을 부여할 것을 시사했다.
류 위원장은 대표적인 보수 우파 계열 이론가로 이런 홍 대표의 인선기준에 들어맞는 인사로 보인다. 실제 류 위원장은 박정희 대통령 기념재단 이사와 연세대 이승만연구원장을 역임했고, 뉴라이트 계열 단체인 '교과서포럼'의 운영위원을 맡기도 했다. 현재 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의 이사도 맡고 있다. 보수우파의 대표 인사를 혁신위원장으로 영입함으로써 안으로는 친박 청산과 밖으로는 '보수 결집'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하지만 당내에서 류 위원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이 부당하다는 입장을 밝힌 것을 두고 바른정당에서 복당한 '바른정당 탈당파'들은 난감해 하는 표정이 역력하다. '탈당파' 의원들은 지난해 일어난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대한 반발과 박 전 대통령의 탄핵을 찬성한다는 이유로 당시 새누리당을 탈당해 바른정당에 합류한 뒤 지난 대선 때 자유한국당에 복당한 이들이다.
'탈당파' 장제원 의원은 류 위원장 영입에 대해 공개적으로 반발한 바 있다. 장 의원은 지난 1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당이 혁신이라는 이름으로 극우화되는 것 같아 심각한 우려를 하게 된다"며 "류 위원장의 취임 기자회견과 과거 칼럼들을 보면 이것이 류 위원장 개인 의견인지 아니면 당 혁신 방향을 제시한 건지에 대해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탈당파인 홍문표 사무총장도 14일 류석춘 위원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정치적 탄핵'을 주장한 것에 대해 "바로잡아야 한다"고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공개적인 언급은 꺼려도 당내 '바른정당 탈당파'들은 불편한 기색이다. 당내 입지 때문에 큰 소리를 내진 못하지만 탈당의 이유가 '탄핵 찬성'이었던 만큼 류 위원장의 발언이 당황스럽다는 것이다.

친홍체제 구축-바른정당 흔들기 다목적 포석 

아울러 홍 대표는 당내 주요 요직에 '탈당파‘를 전면에 배치하며 친홍체제 구축에 박차를 가하는 모양새다. 이미 홍문표 사무총장 등 당 주요 포스트에 바른정당 탈당파를 대거 포함시키면서 이 같은 계획의 일단을 내비친 바 있다.
홍 대표는 17일 홍보본부장, 노동위원장, 법률자문위원장을 비롯해 신임 당직자 20여명에 대한 임명장을 수여했는데, 여기에도 바른정당으로부터 복당한 의원들의 이름을 여러 명 올렸다. 이은재 의원은 대외협력위원장, 김재경 의원과 박순자 의원은 홍보본부장에 선임됐다. 탈당파 초재선들이 새누리당-자유한국당에 계속 남아 있던 의원들을 제치고 당직에 대거 등용된 것이다.
홍 대표의 이같은 당직 인선 역시 이들을 통해 확실하게 친홍계를 구축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장성호 건국대학교 교수는 "당권의 보호를 사람으로써 하는 것"이라며 "대표직 유지를 위해서 자기 사람을 많이 심을 수밖에 없다. 자신의 편을 확실하게 구축해 자신의 옆에서 끝까지 호흡을 맞추며 함께 갈 사람을 택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홍 대표의 탈당파 끌어안기에는 또 다른 전략도 들어있다. 바른정당 의원들을 한명이라도 더 자유한국당으로 데려오는 것이다. 실제 바른정당은 현재 20석으로 원내교섭단체 구성요건을 가까스로 유지하고 있다. 보수의 적통을 놓고 경쟁하는 한국당 입장에서는 서둘러 한명의 의원이라도 끌어오는 것이 급선무다. 탈당파들의 자유한국당 주요 보직 임명에는 이 같은 홍 대표의 바람도 녹아 있다는 분석이다.
홍 대표가 바른정당에 대해 '무시전략'을 쓰고 있는 반면 이혜훈 바른정당 대표는 자유한국당과 홍 대표를 향해 적극 견제구를 날리고 있다.
이혜훈 바른정당 대표는 18일 자유한국당을 향해 "대한민국이 전진하면서 자동 소멸될 수 밖에 없는 운명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날 KBS '4시 뉴스집중'에 나와 이같이 말한 뒤 "(자유한국당은) 침몰하는 난파선으로 보인다"고 거듭 비판했다.
이 같은 두 대표의 상반된 행보는 각자 겨냥하는 위치가 다른 데서 비롯된다는 지적이다. 홍 대표 체제의 자유한국당은 '제1야당'으로서의 입지를 굳건히 하고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 대항할 유일한 야당의 위치를 선점하려 한다. 반면 바른정당의 경우 당장 정부·여당을 견제하기보다 뿌리가 같은 보수당인 자유한국당을 겨냥해 보수층을 끌어 모으려 한다는 것이다.

19일 오후 대구 중구 동성로 대구백화점 앞 무대에서 '바른정당 주인찾기 1박2일 행사'가 열린 가운데 이혜훈 바른정당 당대표(왼쪽)가 대구시민들에게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방선거 겨냥 TK 민심잡기 경쟁 본격화

'보수의 텃밭'으로 꼽히는 대구·경북(TK) 지역 민심 잡기 경쟁도 본격화 되고 있다. 일년 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를 앞두고 전통적 지지층이 다수인 이곳에서 먼저 승기를 잡으려는 의도로 보인다.
먼저 TK 지역 깃발 꽂기에 나선 당은 바른정당이다. 바른정당은 19일부터 1박2일 일정으로 TK지역에서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다. 방문에 앞서 이혜훈 대표는 "TK 방문을 시작으로 바른정당 주인찾기 1박2일 프로그램이 시작된다"며 "다시 신발 끈을 조여매고 국민 속으로 첫발을 내디딜 것"이라고 의지를 다졌다. 
이같은 바른정당의 'TK 민심잡기' 행보는 보수의 심장인 이 지역을 겨냥 '보수적통'을 가져오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특히 자유한국당과 '보수경쟁'을 벌이는 바른정당으로서는 보수 핵심지지층인 TK의 마음을 얻는 게 중요한 탓이다. 또 이 지역에서의 '배신자 낙인'을 벗어나려는 의지도 읽힌다.
자유한국당 역시 이에 질세라 'TK 잡기' 경쟁에 돌입했다. 자유한국당은 지난 18일 국회에서 '자유한국당 대구경북발전협의체(협의체)' 창립대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는 김관영 경북도지사, 권영진 대구시장을 비롯해 자유한국당 TK 지역구 의원들이 대거 참석했다.
홍 대표는 이날 창립대회에 참석해 "한국 우파가 궤멸했던 상황에서 TK 지역에서 새롭게 당을 재건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해줘서 정말 감사하게 생각한다"며 거듭 TK지역에 감사를 전했다.
이철우 의원은 "대구 경북 지역민들이 우리가 공천되면 무조건 당선되는 무한한 사랑을 줬는데 지난 선거 때 (이후) 많이 움직이고 있다"며 "(협의체는) 그분들한테 마음을 다시 돌려달라는 뜻도 있고 보수가 새롭게 태어나야 하기 때문에 건강하고 건전한 보수우파를 만드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 대표 역시 내달부터 전국을 돌며 민심을 청취하는 일정을 TK지역부터 시작할 예정에 있다. 당 관계자는 "홍 대표께서 자유롭게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토론회도 열고 민심을 들으려 한다"며 "아마 첫 행선지는 TK가 될 것 같다. 그 지역에서 가장 요구가 많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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