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신문=조규상 편집국장|유효슈팅은 하나도 없이 요르단에 완패를 당하며 망신을 당한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의 감독은 역시나 거짓말쟁이였다. "한국에 가서 분석하겠다"고 했지만, 귀국 이틀 만에 미국으로 떠났다.

하루 이틀 있었던 일도 아니라 새삼스럽지도 않다. 그냥 경질이 답이다. 그런데 풀어야 할 실타래가 많다.

클린스만 감독은 사퇴를 거부했다. 국내 정서를 의식하는 사람이 아니었기에 이는 예상 가능한 범주였다.

그렇다면 다음은 축구협회의 몫이다. 설 연휴로 인해 축구협회가 입을 닫고 있지는 않았을 것이다. 되레 설 연휴는 삼삼오오 모이기 때문에 입방아에 더 자주 올라 화를 키웠다. 결국 축구협회도 아직까지 이번 사태에 대한 해결책을 찾지 못했을 것이다.

축구협회는 이번 주 내로 전력강화위원회를 열고 아시안컵 경기력을 포함해 대표팀 운영과 관련된 전반적인 내용을 논의한다는 방침이다. 클린스만 감독의 거취도 함께 거론될 것으로 보이는데 당장의 경질은 쉽지 않아 보인다.

우선 클린스만 감독 경질 시 지급해야 하는 거액의 위약금을 해결해야 한다. 축구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축구협회는 클린스만 감독을 선임하면서 오롯이 4년 계약을 체결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아시안컵 성적을 토대로 연장 계약이 자동 발동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우승을 목표로 하는 팀에서 클린스만 감독의 계약 조건이 최소 결승전도 아닌 16강, 8강이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클린스만 감독 역시 귀국 기자회견에서 “4강에 진출했고, 이것이 실패라고 말할 순 없을 것 같다”고 웃으며 말했다. 대한민국 축구의 성패가 아닌 자신의 성패를 유체이탈 화법으로 표현한 듯 하다.

클린스만 감독의 계약 기간은 북중미 월드컵까지로, 대략 2년 5개월 정도 남아있다. 현재 알려진 클린스만 감독의 연봉 29억 원을 고려했을 때 그를 당장 경질할 경우 약 70억 원을 지급해야 한다. 거기에 같이 온 코치진들의 연봉을 합하면 90억 원이 넘는다는 말이 나온다.

이 돈을 축구협회에서 지불할 수도 없다. 축구협회는 현재 천안축구센터 건립을 위해 추가 대출을 받은 금액이 300억 원이나 되는 등 재정 상황이 좋지 않다. 거기에 새로운 감독을 선임하는 비용까지 고려해야 한다.

위약금 문제를 해결할 방법은 이제 두 가지로 좁혀진다. 가장 좋은 방법은 클린스만 감독과 위약금 문제를 최소화하는 논의이다.

다만 이는 클린스만 감독이 받아들일 리 만무하다. 국내파 감독이라면 국내에서 계속 경제활동을 해야 하기 때문에 가능하다. 아니 국내파 감독이었다면 여론을 의식해 경질이 아닌 사퇴로 진즉 마무리됐을 수 있다. 그러나 클린스만 감독은 외국인이다. 심지어 눈치도 없는, 자신의 안위만 생각하는 사람처럼 행동했다.

그렇다면 방법은 딱 하나, 개그맨 이경규와 정치인 홍준표·권성동 등이 주장한 정몽규 회장의 사비 지출이다.

정 회장의 결단이 중요한데 그는 현재 두문불출이다. 13일 열린 대한축구협회 제5차 임원 회의에도 불참했다.

어차피 막다른 길에 서 있다. 정 회장 입장에서도 내년 1월 축구협회장 4선에 도전하려면 작금의 사태를 빨리 해결하는 것이 좋다. 감독 선임 실패에 대해 사과하고 클린스만 감독의 거취를 마무리지어야 한다.

위약금 문제가 해결된다면 새 감독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사실 이 부분이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이번 주에 열리는 전력강화위원회는 경질 논의와 함께 새 감독에 대한 논의도 함께 진행돼야 한다. 감독이 공석인 상태에서 2026 북중미 월드컵 예선을 치를 순 없기 때문에 빠르게 후보군을 추려 접촉해야 한다. 물론 빠르게만 해선 안 된다. 빠르고 확실해야 한다. 

지금이야 클린스만 감독만 아니면 된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잘못된 인사는 도돌이표와 같다. 비전이 확실하고 이를 실천에 옮길 수 있는 유능한 감독의 선임이 필요한 것은 자명하다. 들끓고 있는 여론을 잠시 잠재우기 위해 ‘땜질식’ 감독을 앉힌다면 정 회장의 축구협회 경력은 어둠만 반복되는 역사로 남을 것이다.

어려운 일이지만 축구협회가 신뢰를 얻기 위해선 분주하게 뛰는 일만 남았다. 선수들이 잘 뛰어서 덩달아 신뢰를 얻을 수 있는 시간은 지났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민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