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6일(현지시간) 카타르 알라이얀 아흐메드 빈 알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4강전 요르단 대 대한민국의 경기시작 전 경기장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6일(현지시간) 카타르 알라이얀 아흐메드 빈 알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4강전 요르단 대 대한민국의 경기시작 전 경기장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민주신문=조규상 편집국장|이번에도 아시안컵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지 못했다. 역대급 선수단 구성임에 분명했지만 이들은 하나가 되지 못했다. 여론과 언론의 화살은 당연히 클린스만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로 향했다.

클린스만 감독은 이 상황에서 또 한 번 말을 바꿨다. 결과에 책임을 지겠다던 클린스만 감독은 “지금 당장 해야 할 것은 한국으로 돌아가 대회를 세밀하게 분석하는 것이다. 잘 됐던 점들과 보완해야 할 점들에 대해 논의하겠다”면서 “다음 대회를 준비해야 한다. 다가올 북중미월드컵 아시아 예선에서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사실상 사임할 뜻이 없다는 말이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220만 달러(약 29억 4200만 원)의 연봉을 포기하긴 쉽지 않았을 것이다. 더욱이 애국심이 없는 외국인이기에 돈만 벌면 그만이라고 생각했을 수 있다.

이젠 축구협회가 결단을 내릴 시기가 왔다. 우선 클린스만 감독 선임에 대한 실패를 인정해야 한다. 이번 대회에서 우승을 못한 것은 둘째치고 클린스만 감독은 부임 전부터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여론과 언론의 지지를 받지 못했다.

감독 선임 당시부터 시끄러웠던 재택근무 논란은 결국 현실이 됐다. 축구협회는 "클린스만 감독이 한국 거주를 약속했다"고 했는데 국내 체류보다 국외 체류 기간이 훨씬 길었다.

이는 K리그 외면으로 인한 선수 선발의 한계로 드러났다. 현 대표팀에서 유럽파는 총 12명이다. 보통 이들은 어떤 감독이든 대부분 선발할 것이 자명하고 나머지 엔트리는 K리그 등에서 발탁해야 한다. 특히 김민재와 합을 맞출 센터백, 양쪽 풀백, 수비형 미드필더에는 사실상 유럽파가 없다.

결국 감독이 열심히 현장을 찾아 선수를 발굴해야 하는데 클린스만 감독은 그렇게 부지런한 감독이 아니었다. K리그를 직접 보면서 선수 성향을 파악해 자신의 전술에 부합한 선수를 선발한 것이 아니고 그저 리그 내에서 잘한다고 소문난 선수만 선발했다. 마치 올스타전 선수 선발처럼 말이다.

히딩크 감독과는 상반된 모습이다. 히딩크 감독은 2002년 월드컵을 준비하면서 박지성, 김남일 등 무명에 가까운 선수들을 발굴해 키워냈다. 이동국·이임생·신태용 등 당시 리그 내 스타들을 뒤로하고 직접 현장을 찾아 자신의 전술과 부합한 선수들을 발탁한 것이다.

전술 부재도 끊임없이 지적된 사안이다. 일명 ‘해줘 축구’는 손흥민, 이강인, 황희찬, 김민재 중 누구 한 명이라도 없으면 불안감을 노출했다. 이번 요르단과 4강전에서도 김민재의 부재는 수비 불안으로 이어졌고, 황희찬이 부상으로 절뚝이면서 공격의 활로를 찾지 못했다. 8강까지 풀타임을 소화한 손흥민과 이강인은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평가전부터 플랜B를 실험한 적이 없었기에 이들이 없으면 속수무책이 되는 것은 당연한 이치였다.

히딩크 감독까지 소환할 필요 없이 지난 항저우 아시안게임과도 비교되는 모습이다. 물론 대회의 무게감이 다를 순 있지만, 내용적 측면을 들여다보면 클린스만 감독의 무능함이 절로 보인다. 지난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전승으로 정상에 오른 황선홍 감독은 에이스 이강인에 의존하지 않고 로테이션을 적극 활용했다. 누구 한 명이 튀는 축구가 아닌 전체가 박수받을 팀으로 만들었다.

그 밖에 경기 중 전술 지시, 교체 타이밍 등에서도 아쉬움이 남는다. 그저 29억 원을 받는 VIP 관중이랄까.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고 하지만 이번에는 뱉어야 한다. 장점이라곤 웃는 얼굴뿐인 감독을 언제까지 ‘사람 좋다’고 옹호할 순 없다. 국가대표 감독은 성직자를 뽑는 자리가 아니기 때문이다.

냄비근성이라고 생각해 여론도 빨리 식을 것이라 오판하면 축구협회에 모든 화살이 돌아갈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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