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남북으로 나뉜 대한민국 하나로 통합하는데 밑거름 될 것"

 

9월 8일로 국회의장 취임 100일을 맞은 정의화 의장은 임기중 "남북 간 화해와 협력에 앞장서는 국회" "국민으로부터 사랑받고 신뢰받는 국회를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與野 조금 더 양보하고 타협하는 자세 통해 국민 신뢰 회복 급선무”
“임기 중 남북간 화해와 협력에 앞장서는 국회 만들고 싶다” 밝혀

[민주신문=강신복 편집위원] 추석날인 9월 8일로 취임 100일을 맞은 정의화 국회의장을 인터뷰를 하기 위해 지난 3일 바쁜 걸음으로 국회로 향했다. 가을을 재촉하듯 밤새 내린 비는 아침 10시경 그쳤다. 이른 추석 때문에 들녘의 벼들이 하루라도 땡볕을 더 받아야 하는 데 다행이다. 국회 본청 안내데스크에 11시경 도착하여 안내를 받아 인터뷰를 가졌다.   
제19대 후반기 신임 정의화 국회의장 인터뷰를 하기 위해 지난 8월 16일 국회의장실 정연진 행정비서관을 만났고 며칠 후 국회 대변인실 최준구 공보비서관으로부터 연락이 와 그간 일정을 조율하며 이날 인터뷰를 가질 수 있었다. 대한민국 입법부 수장(首長)이자 의전 서열 2위인 국회의장을 인터뷰한다는 것은 여간 신경이 쓰이는 게 아니었다. 필자가 국회의원 비서관과 보좌관을 지내고 여러 권의 책을 내고 기사를 썼지만 이번 만은 아니다. 무척 조심스러웠다. 그래서 인터뷰에 앞서 정의화 신임 국회의장에 대하여 알아봤다.

우선 정의화 국회의장이 국회부의장 시절에 저술한《이름값 정치》(주 메디치미디어, 2011) 책을 살펴봤다. 그 책에는 ‘사람 정의화, 의사 정의화, 정치인 정의화’가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솔직하고 인간미 넘치는 책에는 건강한 대한민국을 위한 정의화 의장의 멈추지 않는 질주를 볼 수 있었다. 지난 1996년 제15대 총선에서 병원 CEO로서 능력과 지역사회에 대한 봉사와 공헌을 인정받아 집권당 신한국당 후보로 출마(부산·중구·동구)하여 당선된 후 내리 5선을 역임하며 국회부의장과 국회의장으로 취임한 것이다.
정 의장의 삶의 발자취를 들여다보면 정직과 근면성실로 18년 의정활동을 해오면서 소신과 원칙에 입각하여 오직 내 나라와 내 민족, 지역발전을 위해 헌신해 왔다. 사람을 살리는 의사에서 대한민국을 살리는 구원투수로, 신뢰와 화합, 소통의 리더십으로 무장한 지도자, 그리고 결코 소신과 원칙을 잃지 않는 원칙주의자, 그 누구보다도 호남과의 상생발전을 위해 발로 뛰어온 결과 ‘괴짜영남 국회의원’이란 별칭까지 얻었다. 
 그는 우리가 잘 사는 건강한 사회로 나아가는 선장으로, 동서로, 남북으로 나뉜 반신불수의 대한민국을 하나로 통합하는데 앞장서 온 정치인으로 올곧이 오직 한길을 걸어온 정치인, 존경하는 아버지께서 손수 지어준 나라 정(鄭), 옳을 의(義), 화합할 화(和), 정의화! 그 이름 그대로! 자신의 이름에 부끄럽지 않게 살려고 노력해왔다. ‘이름값 제대로 하며 살려고 노력하는 모든 분들과 함께 하는 세상, 그런 세상을 만들고 싶다’는 정의화 국회의장의 마음을 엿볼 수 있었다.  
   

 

 

▲ 지난 8월 18일 오전 국립현충원 현충관에서 열린 故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5주기 추도식. 정의화 국회의장은 추도사를 통해 "지금 우리 국민들은 정치를 잘 믿지 않고 기대를 크게 걸지 않는 것 같습니다. 대통령님께서 걸으셨던 의회민주주의의 길을 저희 후진이 잘 본받았다면 이런 일은 없었을 것입니다"고 말했다.

 

정의화 국회의장이 18일 동작동 국립현충원에서 열린 故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5주기 추모식에 참석한 후 묘역에 헌화하고 있다.

‘동서화합’ 위해 20년 넘게 ‘고군분투’

좌우명이 ‘절차탁마’(切磋琢磨)라는 정의화 의장은 《대학》에 나오는 말 그대로 ‘톱으로 자르고 줄로 쓸고 끌로 쪼며 숫돌에 간다’는 좌우명처럼 항상 공부하고 연구하며 마음의 수양뿐만 아니라 지역주민에 봉사하는 인술을 펴는 데 아낌없는 노력을 해 왔다. 정치도 마찬가지다.

정의화 국회의장 하면 특별하고도 소중한 애칭들이 있다. 그것은 다름이 아니라 ‘병원CEO 출신 국회의원’을 비롯하여 ‘괴짜영남 국회의원’, ‘광주, 여수 명예시민’, 국민대통합의 밑거름 ‘동서화합의 선봉장’, ‘합리적 리더십을 갖춘 의회주의자’, ‘국회 문을 활짝 열어놓은 개방주의 국회의장’ 등이 그를 수식하는 단어들이다.
특히 동서화합 운동은 의사시절인 지난 1991년부터 20년 넘게 지금까지 쭉 해 오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동서화합에 대한 진정성을 높이 평가받아 광주시, 여수시 명예시민으로 추대되었고 조선대학교에서 명예박사를 수여받았다. 여야와 좌우를 아우르는 대화와 타협을 통한 국민대통합에 노력해 온 것이다. 그래서 대동세상, 빛고을 광주시민들이 존경과 함께 영예로운 ‘광주명예시민증’을 주었고 그 상징성은 매우 크다. 통일에 앞서 동서화합, 국민대통합의 노력은 헛되지 않을 것이다.  
 
필자가 지난 8월 18일 오전 9시 20분경 레드카펫을 밟는 유명 연예인처럼 정의화 국회의장이 플래시 세례를 받고 있는 현장을 목격했다. 이날은 서울 동작동 국립현충원 현충관에서 고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5주기 추도식이 열리는 날이었다. 이 나라 민주주의, 인권, 평화통일의 상징이자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김대중 전 대통령을 추모하기 위해서 전국에서 수많은 추모객들이 모였다. 10시 추도식에 앞서 김대중 전 대통령 부인 이희호 여사를 기다리고 있는 ‘국민의 정부’의 주요 인사들이 정의화 국회의장이 도착하자 모두들 기쁜 마음으로 악수를 청했다. 권노갑, 김옥두, 문희상 상임고문을 비롯하여 김원기, 임채정 전 국회의장, 박지원 국회의원 등이 반갑게 맞이했다. 특히 김대중 전 대통령을 존경한다는 정의화 국회의장은 그래서 ‘김대중기념사업회’ 고문직을 맡고 있다고 한다. 이것이야말로 동서화합, 국민대통합의 모범이자 우리가 본받아야 할 가치다. 
 
특히 눈길을 끈 것은 ‘김대중 대통령 서거 5주기 추모위원회’ 위원장인 정의화 국회의장의 추모사였다. 민주주의에 헌신한 김 전 대통령의 노력을 언급한 정 의장은 “지금 우리 국민이 정치를 믿지 않는데 대통령님이 걸었던 의회주의의 길을 잘 본받았다면 이런 일은 없었을 것”이라며 “부디 큰 소리로 가르침을 주시기 바란다”고 말한 대목이다. 6선 국회의원이자 의회민주주의자 김대중 전 대통령 역시 필생을 동서화합을 위해 많은 노력을 했고 정 의장 역시 동서화합을 위해 고군분투한 게 사실이다.

 

▲ 지난 8월 27일 부산 수해현장을 찾아 복구상황과 재발방지책을 점검하고 있는 정의화 국회의장
▲ 지난 7월 4일 오전 정의화 국회의장이 서울 여의도 국회를 예방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악수를 하고 있다

“세월호 특별법 갈등의 근간도 국회에 대한 국민의 신뢰 부족” 

이처럼 대한민국 동서화합을 위해 노력한 정 의장을 만나 인터뷰를 시작했다. 정 의장의 첫 인상은 온화한 학자풍으로 자상하면서도 근면, 성실하게 보였다. 필자가 “국회의장 취임을 축하드린다”며 “의장 취임에 가장 좋아하는 사람은 누구냐”고 묻자 “사랑하는 가족들, 특히 말 없이 내조해 준 아내다”며 미소를 지으며 가족과 아내에 대한 고마움을 나타냈다.

이어 시국이 시국인지라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놓고 여야 유가족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사안에 대해 묻자 정 의장은 “세월호 특별법을 만들어야하는 가장 큰 이유 중에 하나는 여러 가지 진상을 철저히 규명 하는 것이고 사고의 원인이 무엇인지를 알아내자는 것이다. 결국은 대한민국이 법치국가로서 나라의 법과 질서에 따라 접근해야 되고 무엇보다도 여야합의가 중요하다”고 하면서 “이제는 세월호 특별법을 둘러싼 갈등을 끝내야 할 때다. 여야가 조금만 더 양보하고 타협하는 자세가 필요하고 국회는 최대공약수를 찾아내는 장(場)이며, 이것이 의회민주주의의 본령이다. 세월호 진상조사는 앞으로 모든 과정에 유족들이 참여하게 되고, 온 국민도 함께 지켜볼 것이며. 유족들과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충분한 기간을 통해 철저하게 조사가 이뤄질 것이고 국회의장인 나부터 철저한 진상 조사와 대안이 마련되는 과정을 지켜보며 조금이라도 소홀함이 있다면 앞장 서 막아낼 것이다”고 말했다. 

‘현재 대한민국 국회의 가장 큰 문제점과 개선방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냐’고 묻는 질문에 정 의장은 “결국은 국회의 권위가 실추 된 것이 가장 큰 문제이고 국회 권위가 실추된 가장 큰 이유는 국회의원들이 그 동안에 보여준 모습이 국민들로부터 신뢰받을 수 없었기 때문이며 세월호 특별법 재협상 결과를 많은 유가족들이 거부한 것도 국회를 신뢰하지 못하는 결과이다. 의장으로서 임기 중 가장하고 싶은 것도 ‘국민들로부터 신뢰받는 국회’를 만드는 것이다”라며 국회운영에 관한 포부도 밝혔다.
아울러 지난 제헌절에 소선거구제를 바탕으로 한 현행 국회의원 선거제도의 개편을 주장한 부분에 대해서는 “지금 우리사회가 통합보다는 갈등과 분열이 심각한 상황이다. 그래서 지난 제헌절 경축사를 통해 선거제도 개편문제를 제기했고 중대 선거구와 권역별 비례대표제 등을 주장하는 큰 이유는 우리 사회의 통합을 이루어내는 방법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고 강조했다.

 

▲ 제329회 국회(정기회) 개회식이 열린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정의화 국회의장이 개회선언을 하고 있다

“남북국회회담 통한 실질적 교류 절실히 필요한 때” 

‘남북 국회 회담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한 부분에서는 “저는 신경외과 의사다. 남북관계가 교착에 빠지고 한국과 일본의 관계가 아베총리 이후에 교착에 빠져있고 누군가가 이 상황을 드릴로 뚫듯 뚫어주어야 하는데 신경외과 의사가 수술하기 위해 드릴링을 하고 뚜껑을 열듯이 그 역할을 대한민국 국회가 해야 한다고 본다. 국회수장인 국회의장부터 나서서 노력을 해야 하고 남북국회회담도 이런 측면에서 진행되어야 한다”며 말했다.
이어 정 의장은 “국회회담은 두 가지에서 굉장히 의미가 있다. 남과 북이 똑같은 국회의원은 아니지만 그러한 역할을 하는 사람들끼리 상호교류하고 소통하면서 작은 통로를 만들어 여러 의제에 대한 논의와 합의점을 찾아가는 노력이 중요하고 다른 하나는 이렇게 만들어진 통로를 통해 결국 행정부가 들어가 만나고 논의해 최종적으로는 정상회담으로 이어져야 한다. 남북국회회담을 통한 실질적 교류가 절실히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인터뷰 말미에 “국회의장 임기 중에 반드시 이뤄내고 싶은 일을 꼽는다면 무엇이냐”는 물음에도 정 의장은 “가장 이뤄내고 싶은 것은 남북 간의 화해와 협력에 앞장서는 국회를 만들어 내고 싶다”고 밝히면서 “남북관계를 풀어감에 있어 지금까지의 국회가 다소 소극적이었다면 보다 적극적인 자세로 통일을 준비하는 국회가 되어야 한다”며 “이와 더불어 국회의 신뢰를 높이는 것 역이 급선무이고 국민으로부터 사랑받고 신뢰받는 국회를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참고로 정의화 국회의장은 부인 김남희 여사와의 슬하에 3男을 두고 있으며 한나라당 지역화합발전특별위원회 위원장(2004), 2012년 여수세계박람회유치특별위원회 위원장(2006), 국회 재정경제위원회 위원장(2006), 한나라당 최고위원(2009), 2015광주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 조직위원회 위원장(2010),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2011), 제19대 국회 한미외교협의회 회장(2013) 등 당과 국회 주요 요직을 두루 거쳤고 입법부 수장의 자리에 오른 영광까지 안았다. 

필자가 인터뷰를 끝내고 돌아오면서 국회 제1회의장 입구 넓은 광장인 로텐더홀에서 잠시 발걸음을 멈췄다. 그리고 그 중앙 좌측에 ‘제헌국회의원상’ 옆에 제헌국회 2대 국회의장을 지낸 해공 신익희 선생(1894∼1956)의 동상과 그 옆 통로 우측에 제헌국회 초대 국회의장을 지낸 우남 이승만 전 대통령(1875∼1965) 상이 나란히 놓여 있고 90도 옆 우측에 독립운동가이자 대한민국 임시정부 의정원 초대의장 이동녕 (1869∼1940) 선생의 흉상을 둘러보면서 느꼈다. 신익희 선생의 옆에 이 나라 민주주의, 인권, 평화통일의 상징이자 노벨평화상을 수상하신 김대중 전 대통령과 우측 이승만 전 대통령 옆에 이 나라 산업화의 주역 박정희 전 대통령의 동상을 세웠으면 했다. 이런 필자의 생각은 장차 이 나라의 주인이 될 후손들에게 역사적 교훈을 줌과 동시 평화통일에 앞서 남남갈등 해소와 동서화합 차원에서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이는 김대중 전 대통령과 정의화 국회의장의 ‘동서화합’ 필생의 업(業)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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