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켓다방 성매매 사건 전모


 

가출소녀 2명과 성관계, 한 동네 주민 53명 적발
합숙소 나온 다방 여종업원 도움 요청해 드러나

조용하던 전남의 한 농촌마을이 불미스러운 사건에 휘말려 발칵 뒤집혔다. 마을 안에서 암암리에 성매매가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청천벽력과 같은 이 소식은 순식간에 퍼져 해당 마을뿐 아니라 인구 2만9,000명의 구례군 전역을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경찰에 따르면 전남 구례읍 주민 53명은 마을의 한 티켓다방에서 일하던 미성년 여종업원 2명과 수차례 성관계를 맺어온 혐의를 받고 있다. 이 같은 사실은 지난달 말 다방 여종업원들이 합숙소를 빠져나와 경찰에 도움을 요청하면서부터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지난 9월18일 부산 서부경찰서는 다방 업주 추모(50)씨를 성매매 알선 혐의로 구속하고, 김모(23)씨 등 53명을 성매수범으로 불구속 입건했다. 티켓다방 성매매 사건의 전모를 파헤쳐 본다.

대구에서 고등학교를 다니다 지난해 9월 가출한 김모(16)양과 정모(19)양은 직업소개소를 통해 전남 구례군에서 ‘ㅇ다방’을 운영하는 추씨 부부를 처음 알게됐다.

가출을 해 돈이 필요했던 김양 등은 “숙식을 제공하는 것은 물론 매상의 40%를 떼어주겠다”는 추씨의 꼬임에 넘어가고 말았다. 하지만 당시 계약조건에는 하루 16시간 근무에 1인당 20만원 상당의 매출을 올려야 한다는 조약이 있었다.

계약조건을 꼼꼼히 읽어보지 못한 실수로 김양 등은 지난해 10월부터 최근까지 악몽 같은 나날을 보내야만 했다.

작은 시골마을에서 매일 20만원씩 매상을 올리기란 사실상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차 한잔에 2,000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1인당 100잔 이상의 차를 팔아야만 하루 매출을 맞출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인면수심 어른들

악덕 업주인 추씨는 매출액이 채워지지 않은 날이면 김양 등이 일한 시간을 반일 근무로 계산해 누적된 월급에서 5만∼30만원씩 떼기도 했다.

게다가 추씨는 김양 등이 ▲출근시간인 오전9시까지 나오지 않으면 시간당 3만원 ▲새벽1시까지 들어오지 않으면 20만원 ▲손님과의 약속을 어기면 35만원 등 터무니없는 벌금을 부과하기도 했다.

심지어 아직 미성년인 김양 등을 수차례 성추행하는 등 짐승보다 못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와 관련 경찰 관계자는 “다방 업주인 추씨가 아침에 김양 등을 깨울 때 일부러 가슴을 만지는 등의 파렴치한 행동을 했던 것 같다”면서 “그게 수개월 간 계속되니까 아이들이 불안해서 잠도 제대로 못 잤던 모양”이라고 안타까워했다.

하루빨리 빚을 청산한 뒤 이곳에서 탈출하고 싶었던 김양 등은 결국 넘어선 안될 선을 넘고 말았다.

노출이 심한 옷차림으로 커피 배달을 나간 김양 등은 손님들에게 “티켓을 끊어달라”고 매달리기 시작했다. 티켓비는 기본 3만원으로 한 시간이 넘을 때마다 2만원씩 추가되기 때문이다. 옷이 야하면 야할수록 티켓을 끊는 손님들도 점점 늘어났다.

경찰에 따르면 김양 등에게 돈을 주고 성관계를 맺은 남성들은 모두 한 마을 주민들로, 이들은 자신의 집과 사무실·가게·비닐하우스 등으로 커피를 주문한 뒤 김양 등에게 3만∼10만원을 주고 성관계를 가진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에 입건된 주민들의 연령 또한 25세부터 73세까지 천차만별이었으며, 직업도 자영업자와 농민, 건설업자, 회사원, 택시기사 등 다양했다. 심지어 이들 중 상당수는 부자지간이거나 형제지간인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더한다.

이러한 김양의 노력에도 불구 빚은 줄기는커녕 자꾸 늘어만 났다. 견디다 못한 김양 등은 지난달 말 구례에서 가장 멀다고 생각한 부산으로 달아나 경찰에 도움을 요청, 끔찍했던 이번 사건에 종지부를 찍었다.

이번 사건을 수사한 한 경찰관은 “김양의 휴대전화에 입력된 연락처와 다방의 장부를 살펴봤을 때 더 많은 남성들이 성매매를 한 것으로 보인다”며 “현재 모든 정황이 드러났음에도 마을 주민들이 성매매 사실을 감추고 서로 덮어주고 있어 수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한편 지난해 10월부터 최근까지 김양 등에게 커피 배달과 성매매를 강요한 추씨 부부는 그동안 총 1억5,000만원 상당의 부당 이득을 취한 것으로 드러났다.
박지영 기자


구례군, 잇단 악재로 ‘뒤숭숭’

5·18 선거부정으로 이장 78명 사법처리
전 군수, 흉기 피습… ‘청정이미지’ 먹칠

지난 5·31지방선거 때 마을 이장 70여명이 대규모로 ‘거소투표 부정’을 저질러 무더기 사법처리됐던 전남 구례군에서 이번에는 주민 수십명이 미성년자와 성매매를 일삼다 경찰에 붙잡혔다. 또한 지난 9월5일 전경태 전 군수가 앙심을 품은 주민으로부터 피습당해 중태에 빠지기도 했다.

이처럼 몇 달 새 불미스런 사건이 잇따르자 구례군은 침통한 분위기다. 특히 그동안 지리산 자락의 청정 지역으로 많은 관광객이 찾았던 구례 이미지에 심각한 타격을 주지 않을까 우려하는 눈치가 역력하다.

한 구례군 주민은 “그동안 구례는 ‘지리산을 끼고 있는 깨끗한 곳’이었으나 최근 들어 ‘몹쓸 짓만 하는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으로 비춰지는 것 같다”면서 “요즘은 창피해서 외지에 나가면 ‘구례 사람’이란 말도 못하겠다”고 원통해 했다.

또 다른 주민은 “(주민들이) 만나기만 하면 온통 이 얘기 뿐”이라며 “군 전체가 뒤숭숭하기만 하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일련의 사태에 대해 ‘선거 탓’을 하는 주민들도 있었다.
구례읍에 거처를 두고 있는 한 주민은 “이번 사태는 선거이후 갈라진 민심이 수습되지 않았던 탓”이라며 “주민들의 행동도 나쁘지만 갈라진 주민들이 하루빨리 하나가 됐으면 한다”고 소망했다.
<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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