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사랑할 권리 있다”


 

동성애자, 기회와 장소 제한돼 애인찾기 적극적
바에서 진한 애정행각은 기본, 성행위도 예삿일

영화 ‘왕의 남자’의 흥행 성공과 함께 ‘동성애’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고 있다. ‘동성애 코드’라는 사회의 지대한 관심 속에 동성애 문화에도 변화의 바람이 일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8월 23일 신촌의 한 레즈비언 전용 바를 찾았다. 이곳에서 만난 레즈비언들은 ‘따가운 시선’ 따위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사랑하는 연인과 큰 목소리로 얘기를 나누고, 손을 잡거나 포옹, 키스를 해도 그 누구도 이상한 시선을 보내지 않았다. 이곳은 그들에게 해방구 역할을 하는 셈이다.

지난 8월 23일 오후 10시 30분경. 서울 신촌의 A바를 찾았다. 여느 카페와 다르지 않게 A바의 실내는 어두컴컴하고 소란스러웠다.

여성들만 있을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간간이 남성들도 눈에 띄었다. 그러나 조금 눈 여겨 보니 분명 남성은 아니었다. 그들 역시 여성이었다. 레즈비언 사이에서 남성의 역할을 하는 ‘부치’였던 것. 참고로 여성 역할을 하는 이를 ‘팸’이라고 한다.

부치의 머리모양은 대부분 짧은 커트였다. 또 주로 힙합이나 정장 스타일의 옷을 입었다. 일반적인 남성들의 복장과 유사했다.

남들 시선 의식 안 해

바 안의 사람들 행동은 자유스러웠다. 춤을 출 수 있는 무대가 따로 마련돼 있진 않았지만 테이블 사이 통로와 화장실 인근 등 움직임이 가능한 곳 모두 무대가 됐다. 돌아다니면서 술을 마시고 담배를 피우는 모습 또한 매우 자연스러웠다.

자정이 가까워질수록 강도는 더욱 세졌다. 서로를 끌어안고 다정스럽게 얼굴을 맞댄 커플이 하나 둘 눈에 띄었다. 이들은 귀에 대고 나지막이 어떤 얘기를 속삭이더니 이윽고 서로의 입술을 살짝 포갰다. 몇 번씩 같은 동작을 반복하더니, 나중에는 격렬하게 키스를 나눴다.

이들 외에도 키스를 나누는 커플의 모습은 곳곳에서 목격됐다. 또 서로의 몸을 쓰다듬으며 귓속말을 주고받는 커플도 적지 않았다. 분위기에 취해 셔츠를 풀어헤치는 ‘부치’의 모습도 보였다.

자정이 넘어서자 가슴이나 성기를 쓰다듬는 모습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몇몇 커플은 아예 1층 칸막이로 나눠진 방으로 들어가기도 했다.

가끔씩 A바에 오고는 한다던 김미연(24·가명)씨는 “1층에는 청소년이나 20대 초반의 젊은 친구들이 있고 오픈 된 공간인 2층에는 비교적 나이가 많은 여성들이 있다”고 귀띔했다.

연인 찾기에 적극

미연씨는 이어 “칸막이가 쳐져 있는 공간에는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고는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알 수 없을뿐더러 알려고 하지도 않는다”며 “두 세 명씩 들어가 격렬하게 애무를 하다보면 짙은 성행위로 이어진다”고 덧붙였다.

실제 내부에 여성들은 낯뜨거울 만큼 애정 표현에 적극적이었다. 간간이 테이블에서는 추파를 던지는 쪽과 거절하는 쪽 사이에서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이 곳이 레즈비언 전용 바임을 모르고 들어오는 이들도 있었다. 이들은 테이블에서 느껴지는 익숙치 않은 분위기를 알아채고 곧 자리를 뜨기 일쑤였다.

A바의 업소 관계자는 “이반(동성애자를 가리키는 말로써 일반인과 다르다는 의미)분들은 들어올 때 미리 주문을 하고 계산을 한다”며 “종업원이 쫓아와 방해를 하는 게 싫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때문에 종업원들 역시 입구에 들어선 사람들을 일반과 이반으로 구분 지을 수 있는 것.

일반인도 동성에 관심

레즈비언은 일반인들의 따가운 시선을 의식하지 않아도 되는 이유에서 여성 전용 바를 선호한다. 안에서 어떤 일을 해도 서로 신경 쓰지 않는 게 이곳의 불문율이다.

A바에서 만난 양희연(27·가명)씨는 “이반은 만남의 기회와 장소가 극히 제한돼 있기 때문에 한 번의 만남에서 최대한의 효율을 이끌어 내기 위해 노력한다”며 “이런 연유에서 노골적인 성행위나 은밀한 성 관계가 이뤄지기도 한다”고 말했다.

서울 신촌·홍대·이대 부근의 레즈비언 바에는 주말이 되면 전국의 이반들로 북적인다. 여기에 더해 최근에는 이반 뿐만이 아니라 일반인도 크게 늘었다는 것이 A바 업소 관계자의 전언이다.

관계자는 “일반 여성들의 발걸음이 눈에 띄게 늘었다”며 “트랜스젠더 하리수로부터 시작된 관심이 영화 ‘왕의 남자’의 흥행성공으로 이어지면서 호기심 많은 일반 여성이 크게 증가한 것”이라고 내다봤다. 영화로 인해 현대인의 동성애적 코드가 자극 받고 있다는 뜻이다.

자칫 동성애가 존중 받아야할 개인의 성적 취향이 아닌 유행의 하나로 인식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되는 대목이기도 하다.
마이너뉴스
www.minornews.com

동성애자들의 은어
‘게이더, 부치, 팸’을 아세요?

동성애자들은 일반 사람들이 알아듣지 못하도록 그들만의 용어를 따로 만들어 사용하고 있었다. 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에 따르면 일반인이 자주 쓰는 ‘호모’는 동성애자를 비하는 말로 사용되어서는 알 될 용어라고 한다. 다음은 그들이 사용하는 단어를 알기 쉽게 풀이한 것들이다.

▲바이- 성을 가리지 않고 모두 좋아하는 사람. (성관계가 문란하다)

▲스트레이트- 일반을 가리키는 말.

▲트랜스젠더-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 전환한 사람.

▲이반- 일반과 대칭되는 의미로 자기 비하적인 뉘앙스를 가졌으나 점차 긍정적 의미로 확대 사용되고 있다.

▲게이더- 게이 레이더를 줄인 말로 동성애자가 다른 동성애자를 알아보는 능력.

▲부치- 레즈비언 커플 중 남성 역할을 하는 레즈비언을 지칭. 반대말은 ‘팸’이다.

▲커밍아웃- 동성애자 스스로 외부에 자신의 성 정체성을 밝히는 일.

▲아웃팅- 커밍아웃과는 달리 스스로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자신이 동성애자임이 알려지는 일.

▲식성- 남성 동성애자들이 쓰는 은어로 성적으로 끌리는 외모를 가진 이상형.
<마이너뉴스>

지금은 유니섹슈얼 시대
체육시간 ‘이색풍경’
선크림·팩하는 남학생 vs 축구하는 여학생

중·고등학교에서 남학생과 여학생들의 구분이 점차 모호해지고 있다. 화장품을 갖고 다니는 남학생들이 늘어나는가 하면 점심시간 여학생들끼리의 축구 시합도 드물지 않은 풍경이 됐다.

남자고등학교 Y고의 체육시간 10분전. 뒤에 앉은 한 학생이 가방에서 화장품처럼 보이는 무언가를 꺼내 얼굴에 바르기 시작했다. 이 학생이 바르고 있는 것은 다른 아닌 자외선차단제, 일명 선크림이다.

주위 다른 친구 3~4명도 기다렸다는 듯 선크림을 넘겨받아 돌려가며 바른 후 운동장으로 뛰어갔다.

Y고의 경우 한 반에 2~3명씩은 선크림을 가지고 다니고 일부는 점심시간을 이용해 마사지 팩을 하기도 한다. 또 일부 학생은 모공을 축소하는 기능의 스프레이를 가지고 다니며 얼굴을 씻은 후 수시로 뿌려댄다는 것.

남녀 공학인 인근 G고 체육시간은 Y고와는 또 다른 모습이다. 운동장 한쪽편의 축구 골대는 남학생이 아닌 여학생들 차지다. 자기들 끼리만의 축구 게임을 즐기는 여학생들 뒤에는 햇볕을 피해 그늘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남학생들의 모습이 눈에 띈다.

쉬는 시간의 ‘말뚝박기’ 놀이는 여학생들 사이 인기 있는 놀이 중 하나가 됐으며 월드컵 이후 여학생들끼리 공을 차는 모습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이 성에 대한 정체성을 찾아가야 할 사춘기 시절, 남녀공학의 확대 등으로 이성과 함께 보내는 시간과 기회가 늘어나며 남녀에 대한 경계가 모호해 짐에 따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마이너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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