듀얼 모터 단일 모델로만 시승, 기본으로 '풀 옵션' 적용
테슬라ㆍ폴스타 라이벌...완성도·가성비로 소비자 어필

[민주신문=육동윤 기자]

볼보 C40 리차지 트윈 얼티밋 모델 ⓒ 민주신문 육동윤 기자
볼보 C40 리차지 트윈 얼티밋 모델 ⓒ 민주신문 육동윤 기자

싱글 모터와 듀얼 모터 차이는 컸다. 

지난 15일 볼보자동차코리아가 진행한 미디어 시승 행사에서 C40 리차지 트윈 얼티밋을 짧게 타본 소감이다. 비교 대상은 지난달 출시를 알린 폴스타 2다.

두 모델은 태생이 같아서인지 실내 촉감과 분위기, 주행 중 경험하는 핸들링과 승차감 등은 모두 비슷했다. 그저 페이스리프트 모델의 전과 후의 느낌 정도다.

디자인은 서로 닮은 듯 달라 각자만의 이미지를 연출한다. SAV와 세단 사이의 갈림길도 있지만 아마도 선택은 시승 후 느끼는 뚜렷한 퍼포먼스 차이와 가성비에서 결정될 것 같다.

행사는 서울 페어몬트 호텔에서 출발해 파주 한 카페까지 다녀오는 시승코스로 짜였다.

◇ 볼보 전동화  첫 선봉지기 

길리자동차를 등에 업고 급성장 중인 볼보차는 전동화 전환에도 진심이다.

하지만 계획만 무성할 뿐 생각처럼 표면에 드러난 노력은 미미해 보였다. 이미 다들 하나씩 갖고 있다는 순수 전기차 모델  부재 때문이었다.

겉으로는 친환경을 외쳤지만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적용됐다는 S90이, XC90이 뿜어내는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만만치 않다. km당 150g 이상. 효율성 즉 연비 수준도 같은 맥락이다. 

물론 생산에서 소멸까지 전체 라이프 사이클을 본다면 ‘할말하않’인 것도 안다. 다만, 볼보를 사랑하는 고객들의 기다림이 다소 길어진다는 느낌이다.

현재로선 조금 더 역동적으로 변해가는 모습이 기대될 뿐이다.

최근에는 그런 노력이 엿보인다. 특히, 국내 볼보차코리아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해마다 꾸준한 두 자릿수 성장과 프리미엄 브랜드 못지않은 고객 중심 서비스를 제공해 고객들오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올해 판매 목표는 1만5000대. 단일 브랜드, 단출한 모델 라인업이지만 가능성은 충만하다. 

지금 국내 전기차 시장은 아니 전체 자동차 시장은 경험해보지 못한 성장통을 겪고 있다.

걷잡을 수 없이 치솟는 기름값에 돌파하기 쉽지 않은 보조금 정책, 반도체 사태 등이 전동화 전환에 촉매제인 동시에 난관이 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늦깎이로 출발한 볼보차코리아가 C40 리차지 모델을 시기적절하게 내놓은 듯하다. 적지 않은 물량을 준비했음에도 이미 완판을 달성했다고 한다.

​볼보 C40 리차지 트윈 얼티밋 ⓒ 민주신문 육동윤 기자볼보 C40 리차지 트윈 얼티밋 ⓒ 민주신문 육동윤 기자
​볼보 C40 리차지 트윈 얼티밋 ⓒ 민주신문 육동윤 기자볼보 C40 리차지 트윈 얼티밋 ⓒ 민주신문 육동윤 기자

◇ 멋, 실용성 겸비한 '디자인'

디자인에 있어 C40 리차지는 볼보의 브랜드 라인업을 확장하는 새로운 모델로 봐야 할 거 같다.

XC40의 파생 모델로 보기는 힘든 것이 쿠페형 보디 스타일로 전체 차량의 이미지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근데 이미 네이밍도 다르기에 다른 모델로 보는 이들이 있지만, 보디 스타일을 제외하고는 공통된 요소들이 많다. 굳이 파생 모델이라고 한다면 XC40 리차지를 예로 들어야 한다.

이들은 모두 볼보의 소형차 플랫폼인 CMA을 적용했다. ‘리차지’ 배지가 붙은 모델들은 내연기관 엔진 대신 78.0kWh의 리튬이온 배터리와 최고출력 231마력을 내는 영구 동기식 전기 모터를 파워트레인으로 탑재한다.

국내에서는 듀얼 모터를 달고 최고출력 408마력을 내며 여러 가지 최고급 사양을 적용한 사륜구동 모델만 판매된다. 시승차 역시 같은 차다.

디자인은 앞서 언급했듯 쿠페형 바디 실루엣으로 세련되고 날렵한 이미지를 만들었다. 조금 더 실용적으로 보이는 XC40 형제와는 전혀 다른 느낌이다.

세단인 폴스타 2와 비교하기에는 무리가 있겠지만, 실제 견적 뽑은 고객이라면 선택의 고민에 빠질 수도 있을 것 같다.

전면 그릴은 개방된 것과 밀폐된 것이 상반된 느낌이다. C40 리차지의 밀폐된 전면 그릴은 어떨 때는 미래지향적으로 보이지만, 어떨 때는 어색하고 조잡하다는 느낌도 있다.

그릴부는 차의 인상을 좌우하는 부분이라 디자인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고객의 선호도가 갈릴 수도 있다는 뜻이다.

실내 공간의 분위기는 이제 상당히 익숙해진 편이다. 전기차로 바뀌어도 달라지는 점은 많지 않다.

전반적으로 고급스럽지는 않지만, 환경과 탑승객을 생각하는 소재들이 대거 적용돼 은근히 운전자 기분을 들뜨게 한다.

새 차 가죽 냄새는 전혀 나지 않는다. 다만, 새로운 시도라 아직 내구성에서는 장담할 수 없다.

9인치 세로형 디스플레이의 사용에는 아직 적응이 안 됐다. 다행히 우리말을 가장 잘 알아듣는다는 SKT 빌트인 시스템이 차량 기능 설정에 적잖이 도움을 준다.

비싼 돈 들여 개발했다는 것이니 제값은 해야 맞다. 이런 세심한 노력이 가장 대중적이면서도 프리미엄 독일 3사에서도 요구되는 부분이다.

이외 무엇보다 특징적인 것은 볼보의 전기차에는 별도의 시동 버튼이 없다는 사실이다. 기어 레버를 드라이브로 변경하고 바로 출발하면 된다.

주차 시가 염려될 수 있겠지만, 운전자가 시트에서 엉덩이를 떼면 자동으로 시동이 꺼지도록 해놨으니 걱정할 필요는 없다.

볼보 C40 리차지 트윈 얼티밋 ⓒ 민주신문 육동윤 기자
볼보 C40 리차지 트윈 얼티밋 ⓒ 민주신문 육동윤 기자

◇ 민첩한 '움직임', 승차감은 '무난'

C40 리차지는 시승 초반부터 경쾌한 리듬을 탄다. 시승차는 싱글 모터를 달았던 폴스타 2 시승차와는 달리 듀얼 모터를 달고 있다. 국내 고객만을 위한 특권일 수도 있고 선택지 없는 마케팅의 압박일 수도 있다.

하지만 어쨌든 볼보차가 제공하는 두 가지 파워트레인은 확실히 다른 맛이다. 물론 폴스타 2에도 듀얼 모터 모델이 있다. 하지만 아직 경험해보지 못한 터라 C40 리차지의 것과 비슷하리라고만 추측해본다.

보통 전기차는 하나의 모터를 단 ‘싱글 모터’와 두 개의 모터를 단 ‘듀얼 모터’ 버전이 있다.

아이오닉 5, EV6, 테슬라 모델 3 등 대부분이 마찬가지다. 가격 차와 성능 차가 있어서 선택에 고민을 많이 하게 된다. 보조금의 등고선을 긋는 것도 여기에 해당된다.

우선, 이 둘은 주행 가능 거리도 다르지만, 가속감이 무엇보다 뚜렷하게 차이가 난다. 듀얼 모터는 타이트한 토크감이 꽤 잘나간다는 핫해치를 연상케 할 정도다.

적당한 무게의 조향감과 함께 네 발은 민첩하게 움직인다. 참고로 C40 리차지의 최대토크는 67.3kg·m이다.

폴스타 2 싱글 모터 모델을 탔을 때도 가속감은 좋았다. 하지만 그저 잘나가는 세단 영역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는 느낌이었다.

아이러니하게도 폴스타는 볼보의 고성능 브랜드로 탄생했는데, 해당 모델에서는 둘의 성격이 바뀌어버린 것 같다.

C40 리차지의 가속 성능은 테슬라 모델 3에서 느낀 것보다는 조금 싱겁다.

하지만 듀얼 모터는 절대 평가에서 만만치 않은 시원한 맛도 자랑한다. 인상적인 것은 고속에서도 원하는 가속이 이뤄진다는 점이다.

볼보 내연기관 차에서는 없었던 경험이다. 평소 고속 토크감에 불만을 느꼈던 볼보 고객이라면 이 점이 무척이나 반가울 것 같다.

승차감은 크게 눈에 띄지 않는다.

자료에서는 CMA 플랫폼을 사용해 약간의 공간을 잃고 적절한 무게 중심을 실현해 훌륭한 핸들링을 얻었다고 했다.

하지만 일반 운전자가 느끼기에는 확연한 차이가 없을뿐더러 SUV의 한계를 크게 벗어나지는 못한다.

오히려 이 부분에서 힘이 된 것은 폴스타 2의 것보다 1인치 더 큰 20인치 타이어였을 거라고 본다.

앞뒤 타이어 크기가 다른 것도 퍼포먼스를 염두에 두고 선택한 것으로 추측된다.

과감한 커브 공략에서는 헐렁한 시트의 측면 그립도 아쉽다. 승차감에서는 차라리 앉은 자세가 낮은 세단 타입 폴스타 쪽으로 마음이 기우는 건 어쩔 수 없는 개인 취향일 수도 있다.

실내에서 소음은 크지 않다. 노면소음과 풍절음이 다른 전기차에 비해 심하다는 지적도 있었지만, 예민하게 굴지 않는다면 일상에 불편할 정도는 아니다.

바우 엔 윌킨스 사운드 시스템에서 흘러나오는 풍부한 음향을 감상하다 보면 정숙성에 대한 평가가 무의미해짐을 느낄 것이다.

볼보 C40 리차지 트윈 얼티밋 ⓒ 민주신문 육동윤 기자
볼보 C40 리차지 트윈 얼티밋 ⓒ 민주신문 육동윤 기자

◇테슬라 모델 3 대비 높은 '가성비'

가성비 구간은 여러 가지 방법으로 정의할 수 있겠지만 어쨌든 결국 중요한 건 만족감이다. 꼼꼼히 따져보면 C40 리차지는 가성비가 높은 편이다.

우선 테슬라 모델 3와 비교해본다면 퍼포먼스에서 조금 부족하긴 하지만, 다수에게 만족스러운 정도로 충분하다.

가격 측면도 배짱 피듯 찻값을 올리고 있는 테슬라와는 달리 C40 리차지는 6391만 원으로 매우 착한 편이다.

비록 보조금 100% 구간에 들지는 않았지만 그만한 혜택을 마련했다는 것이 볼보차코리아 측의 설명이다.

부족한 보조금을 상쇄하는 옵션으로는 전방 충돌 경보 및 긴급제동 서포트, 차선 유지 보조, 거리 경보, 운전자 경보 제어, 도로 이탈 방지 및 보호, 스티어링 어시스트가 포함된 세이프티 어시스턴스 팩과 사각지대 경보 및 조향 어시스트, 교차로 경보 및 긴급제동 서포트, 측후방 경보 및 후방 추돌 경고, 파일럿 어시스트,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등이 포함된 드라이브 어시스트 팩을 포함한다.

이외에도 안전벨트 프리텐셔너, 파크 어시스트 센서 전·후방에 측방 및 360도 카메라 사륜구동 시스템에 픽셀 LED 헤드라이트, 스티어링 휠 히팅 기능, 전동 시트 메모리 기능, 공기 청정 시스템 등도 꽤 매력적인 옵션이다.

국내 판매 모델은 유럽 일부 국가의 것과 비교해 2200만 원 정도가 저렴하다. 

소프트웨어는 테슬라 쪽이 조금 앞서가는 것 같지만, 부족한 제품 완성도에서 매질을 당하는 터라 볼보와는 비교 대상이 안 된다.

시승차의 주행거리는 복합 356km로 테슬라 모델 3에 비해 다소 짧은 편인 건 사실이다.

하지만 현지화된 여러 가지 편의 사양과 배터리 안전성 등을 생각해볼 때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가격이나 성능, 제품의 만족도 측면에서 둘의 경합 결과는 불 보듯 뻔하다. 다만, 경쟁 상대는 테슬라뿐만이 아니라는 것이 문제다.

특히 기아 EV6나 제네시스 GV60은 디자인을 제외하고는 모든 면에서 C40 리차지를 위협하는 존재다.

더불어 라인업에 듀얼 모터 모델 하나밖에 두지 않았다는 것은 선택지를 매력적인 폴스타 2에 애써 밀어주는 꼴이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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