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 미지급금만 4300억 원대… 약관 유사 동양생명 패소에 관심 집중
핵심사안은 ‘적립액’, 약관 명시한 NH생명 승소… 미래에셋·동양생명은 패소

[민주신문=서종열 기자] 

25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최근 동양생명의 즉시연금 미지급금 소송이 보험사 패소로 마무리되면서 3월 초로 예정된 삼성생명의 1심재판 결과에 업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 민주신문DB

1조 원대 '즉시연금' 폭탄에 다시 불이 붙었다.

보험업계를 한때 긴장시켰던 즉시연금 보험이 다시 업계 화두가 되고 있다. 

미래에셋생명과 동양생명 상대로 진행됐던 보험급 지급 소송에서 보험사들이 잇달아 패소했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이번 동양생명 소송 판결이 다른 재판들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업체별로 조금씩 차이점은 있지만 보험약관이 사실상 유사하기 때문이다. 

특히, 즉시연금 사태의 도화선이 됐던 삼성생명의 소송결과에 따라 1조 원대 규모의 즉시연금 소송의 향방이 판가름날 것으로 보인다. 

 

◇ 미지급금 규모만 1조 원대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현재 보험사들의 즉시연금 미지급금 분쟁 규모는 2018년 조사 당시 1조 원대에 육박했다. 

업계 1위 삼성생명이 4300억 원(5만5000여 명)으로 가장 많았고, 한화생명이 850억 원(2만5000여 명), 교보생명이 700억 원(1만5000여 명)으로 파악됐다.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된 즉시연금(상속 만기형)은 조금은 생소한 보험상품이다. 이 상품은 말 그대로 최초 가입 때 보험료를 한번에 낸 후, 가입자에게 보험사가 매달 이자를 지급하다 만기 때 납부 보험료 전액을 돌려주는 상품이다. 

즉 1억 원의 즉시연금에 가입할 경우, 1억 원을 최초 가입할 때 납부한 후 매달 이자를 연금처럼 받다가 만기 때 다시 1억 원을 돌려받는 구조다. 

상품구조는 깔끔하지만 보험사들이 매달 경비 및 수당 명목으로 일정금액을 적립(사실상 떼는)하는 '적립액'이 소송의 단초가 됐다. 보험가입자들이 매달 지급되는 이자에서 적립액을 제외한다는 설명을 듣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 부분이 논란이 되자 보험사는 약관을 근거로 가입자들의 주장을 반박했다. 하지만 소비자들이 받은 고객용 약관에는 해당 부분이 명확하게 구분돼 있지 않아 논란이 커졌다. 

결국 2017년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가 조정에 나서 보험사들에게 "미지급금을 모두 지급하라"고 권고했다. 가입자들에게 약속된 금액을 모두 지급하라고 한 것이다. 

그러나 보험사들은 금감원 분조위 권고를 묵살했고, 결국 소비자단체인 금융소비자연맹이 공동소송에 나서면서 법정 다툼이 시작됐다. 

 

◇ 법정까지 갔지만 보험사들 '연패'

즉시연금 소송은 현재 보험사별로 진행 중이다. 

1심 판결 기준으로 NH농협생명과 미래에셋생명, 동양생명의 소송이 마무리됐다. 

그러나 가장 먼저 소송이 시작됐던 삼성생명은 지난 2019년 4월부터 아직 소송이 진행 중이다. 법조계에서는 빠르면 3월 초순경 1심 판결이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뒤이어 한화생명과 교보생명의 소송 결과 역시 3월 중에, KB생명은 4월 최종변론기일이 예정돼 있다. 

소송결과만 보면 지난해 9월 1심 판결을 나온 NH농협생명을 제외하고 미래에셋생명과 동양생명의 재판은 모두 보험사들이 패했다. 가입자들에게 미지급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기 때문이다. 

유사 재판에서 승패를 가른 것은 '약관'의 설명부분이었다. 소송의 단초가 된 '적립액을 차감한다'는 내용이 약관에 상세하게 기재됐느냐의 여부가 재판의 승패를 갈랐기 때문이다. 

유일하게 승소한 NH농협생명은 약관에 '가입 후 5년간 연금월액을 적게 해 5년 후 적립액이 보험료와 같도록 한다'는 내용을 기재했다. 

재판부는 이 약관을 근거로 적립액 차감 내용이 명시적으로 설명됐다고 해석한 것이다. 

금융소비자연맹는 2018년 8월 생명보험사들의 즉시연금 미지급금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고 공동소송에 나섰다. ⓒ 뉴시스

반대로 동양생명은 약관에 '피보험자(보험대상자)가 보험기간 중 매년 연금지급 해당일에 살아있을 때 연금 개시 시점의 연금계약 적립액을 기준으로 계산한 생존연금을 지급한다'고 명시했다. 

법원은 이에 대해 "약관의 문구 만으로는 연금월액이 어떤 방법으로 산출되는지 보험가입자가 알 수 없다"면서 "설명이 부족한 만큼 불완전판매로 판단되기 때문에 미지급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 삼성생명, 재판결과는?

보험업계가 다른 소송들보다 동양생명 재판 결과를 주목하는 이유는 동양생명 약관이 삼성생명 약관과 유사하기 때문이다. 

삼성생명의 당시 약관은 '연금지급 개시 시의 연금계약의 적립액을 기준으로 계산한 연금월액을 연금개시 후 보험기간 동안 매월 계약 해당일에 지급한다'고 돼 있다. 동양생명의 약관보다 더 상세한 내용이 약관에 포함됐지만, 사실상 거의 비슷하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보험업계에서는 삼성생명의 1심 재판 결과가 소를 제기한 금융소비자연맹쪽으로 기우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삼성생명 측은 이에 대해 "재판 중인 사안"이라며 아직까지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보험업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생명의 재판결과가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동양생명 재판결과가 삼성생명 재판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면서 "즉시연금 미지급금 규모가 가장 큰 만큼 재판결과과 관계없이 소송전이 지루하게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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