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인상률 1.5%에도 못 미치고, 5년 평균 KDB산업은행 임금인상률보다 낮아
노(勞) 요구안 무리지만 사(社)측 제시안도 무성의… 임금인상 카드 꺼내 합의 이를듯

[민주신문=허홍국 기자]

배재훈 HMM 사장 ⓒ HMM

HMM(옛 현대상선) 노사가 임금인상을 놓고 줄다리기 하는 가운데 ‘선장’인 배재훈 HMM 사장이 돌파구로 반전 카드를 꺼낼지 관심이 모인다.

현재로선 기존에 제시한 임금인상률보다 올려야 진행 중인 임금협상이 합의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28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HMM이 창사 이래 첫 파업이 벌어질 상황에 직면했다. 

HMM해원연합노동조합(이하 노조)이 쟁의행위를 결정하면서 오는 31일 임금협상이 결렬되면 기정 사실화되는 분위기다.

노조는 지난 26일 전체 조합원 369명을 대상으로 쟁의행위 찬반 투표를 진행, 97.3%가 찬성했다.

 

◇ HMM 노사갈등 쟁점은?

이번 HMM 노사갈등 쟁점은 임금인상률이다.

노조 측은 임금동결 후 물가인상률만큼 인상을 요구하는 반면, 회사 측은 이보다 훨씬 적은 1% 인상안을 제시해 이견을 좁힐 수 없을 정도로 엇갈리고 있는 것.

노조는 선상 직원은 2015년부터 6년 간, 육상 직원은 2013년 이후 8년 간 임금 동결로 고통 분담에 동참해온 만큼 인상해줄 것을 요구하는 입장이다.

이 같은 요구는 올해 회사가 최근 10년 만에 최대 실적을 기록한 것이 핵심 근거다.

반면 회사 측은 임금 인상 필요성에 동의하지만, 큰 폭의 인상은 무리라는 설명이다. 현재 사측이 제시한 임금인상률은 1%다.

앞서 노조는 지난 17일 <해운재건 미명 하에 선원에게만 고통 요구, 더는 안된다>는 성명서를 통해 임금인상안이 합의되지 않을 시 파업을 예고한 바 있다.

만약 노사가 지난 23일에 이어 오는 31일 임금협상 합의에 실패할 경우 HMM은 1976년 창사 이래 첫 파업이라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HMM은 파업이 현실화되면 업계 최대 국적 선사인 만큼 ‘수출 대란’은 불가피하다.

<해운재건 미명 하에 선원에게만 고통 요구, 더는 안된다> HMM 노조 성명서 ⓒ 전국해상선원노조연맹

◇ 최저임금보다 못한 제시안

HMM이 제시한 1% 임금인상률은 내년 최저임금 인상률보다 낮다.

내년 최저임금은 시간당 8720원으로 올해 시간당 8590원보다 1.5% 인상됐다.

이는 최저임금제 도입된 1988년 이후 가장 낮은 인상률로, 현재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글로벌 불경기 등을 반영해 합의된 것이다.

HMM도 이번 임금협상에서 내년 시장 상황의 불투명성을 들어 1% 임금인상률을 제시했지만, 최선의 협상카드인지는 미지수다. 올 들어 일찌감치 영업흑자를 예고했기 때문이다.

HMM은 2분기 1387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10년 만에 영업흑자를 예고했고, 증권가 안팎에서도 올 영업이익을 8000억 원대로 전망하고 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HMM 실적은 매출 6조1965억 원, 영업이익 8210억 원을 각각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노조가 8% 임금인상이라는 무리한 요구에 1% 인상이라는 카드를 내놓는 것은 9년 간의 적자를 감안하더라도 임금협상에 성의가 없는 것으로 볼 수 밖에 없다.

10년 만의 흑자라는 실적 이면에는 이들 선원들의 고통 감내가 전제로 깔려 있는 탓이다.

또한, HMM 노사갈등으로 인한 수출 대란 우려를 표명한 KDB한국산업은행의 최근 5년간 평균 임금인상률보다도 낮다.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 간 KDB한국산업은행 평균 임금인상률은 2.18%다. KDB한국산업은행 임금인상률은 2019년 2.0%, 2018년 1.6%, 2017년 2.5%, 2016년 2.0%, 2015년 2.8%다. KDB산업은행은 12.94%의 HMM 주식을 보유한 대주주이다.

평균 물가인상률만큼 임금 인상이 어렵다면 최저임금 인상률만큼이라도 고려해야 하지 않는가라는 게 노조 측 입장이다.

HMM해원연합노조 관계자는 이날 <민주신문>과의 통화에서 “입출항 업무가 가중돼도 묵묵히 일만 해왔지만, 최저임금 인상률에도 못 미치는 이런 대우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HMM 컨테이너선이 美 LA 롱비치항에서 하역 작업을 하고 있다. ⓒ HMM

◇ HMM 선장이 꺼낼 카드는?

이제는 HMM을 진두지휘 중인 배재훈 사장이 오는 31일 세종시 중앙노동위원회에서 꺼낼 카드에 관심이 모인다.

배 사장은 대형물류회사 CEO로서 6년간 성공적으로 이끈 영업 협상력과 글로벌 경영역량, 조직관리 능력 등을 HMM에서 발휘해 10년 만에 흑자전환을 목전에 두고 있다.

현재 배 사장이 꺼낼 수 있는 카드는 기존 제시안보다 높은 임금인상률을 제시하는 것뿐이다.

만약 기존 안대로 임금인상률 1%에 성과급 1.8% 인상안을 고수한다면 ‘수출 대란’은 피할 길이 없다.

영업이익이 올 2분기에만 1000억 원이 넘는 만큼 적어도 평균 물가인상률 만큼은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임금인상률 1% 인상 시 약 3억5000만 원, 2% 인상 시엔 약 7억 원 안팎 비용이 더 든다.

배 사장은 일부 임금 인상안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수출 대란은 물론, 화주와의 약속도 지킬 수 있어 실보다 득이 많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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