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임에 6000억 내줬던 KB증권, 리스크 높아지자 포트코리아로 변종 투자
검찰, 포트코리아펀드 기망설계 의혹에 KB증권 수수료 은닉도 밝혀내

[민주신문=서종열 기자] 

1조6000억 원대 피해가 발생한 ‘라임자산운용’ 펀드 사태를 수사 중인 검찰이 지난달 28일 서울 여의도 KB증권 본사를 압수수색했다. 사진은 KB증권 본사 ⓒ 뉴시스

KB증권도 라임자산운용의 펀드 사기 사건에 연루된 것으로 드러났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라임펀드 사기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 남부지방검찰청은 지난주 KB증권 임직원들과 이종필 전 라임자산운용 부사장에게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상 사기혐의를 적용하고 수사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검찰은 KB증권 본사와 용산지점, 그리고 금융감독원 금융투자검사국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KB증권이 의도적으로 라임펀드 투자자들에게 손실이 나도록 펀드 구조를 설계했으며, 이를 은닉해준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은닉 과정에서 '뒷돈'을 대가로 받은 것으로 보고 KB증권의 직원을 수사 대상에 포함시켰다. 

 

◇ TRS 축소하자, 변종거래로 전환

KB증권이 검찰 수사망에 오르게 된 것은 금융감독원 고발이 있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이 라임 관련 증권사들에 대한 검사에 나서는 과정에서 판매 규모가 가장 적었던 KB증권에 대한 검사를 가장 마지막에 했다. 금감원은 지난 6월에서야 KB증권에 대한 검사를 마무리짓고, 사기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KB증권이 연루된 라임자산운용 펀드는 국내 코스닥기업들의 전환사채(CB)에 투자했던 라임테티스2호로 알려졌다. 라임이 테티스2호 펀드를 KB증권에 담보로 맡기고 자금을 대출받는 방식으로 덩치를 키운 것이다. 

실제 KB증권은 2016년부터 2018년까지 라임자산운용과 총수익스와프(TRS) 계약을 맺고 대체투자팀인 델타원솔루션팀을 통해 6000억 원에 가까운 유동성을 공급했다. 

그러나 KB증권 리스크관리위원회에서 이에 대한 지적이 나왔고, 라임에 대한 레버리지 비중을 줄이라는 결정을 내렸다. 

문제가 여기에서 발생했다. 

테티스2호에 몰려있던 KB증권의 TRS자금을 회수하는 동시에 라임의 또 다른 자산운용사였던 포트코리아의 런앤히트 펀드에 대출을 해준 것이다. 

결국 KB증권은 라임펀드에서는 무사히 대출을 회수했지만, 포트코리아 펀드에 다시 대출을 지원한 셈이 됐다. 

 

◇ 기만설계 논란에 수수료 은닉 의혹도

원종준 라임자산운용 대표이사(사진)가 지난해 10월 서울 영등포구 서울국제금융센터(IFC 서울)에서 라임자산운용 펀드 환매 중단 사태와 관련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 뉴시스

더 큰 문제는 포트코리아 런앤히트 펀드의 투자설계였다. 

검찰은 런앤히트 펀드 중 일부 펀드가 투자자들에게 불리하게 설계됐지만, 이를 은닉해 투자자들로부터 투자금을 편취했다고 보고 있다.

런앤히트 펀드는 투자자들을 1종과 2종으로 분류했다. 

이중 1종 투자자들은 연 5~8%의 고정금리를 보장했다. 반면, 2종 투자자들은 손실이 나면 손실을 보는 대신 1종 수익을 제외한 모든 수익을 가져갈 수 있도록 설계했다. 

검찰의 눈에 포착된 펀드는 런앤히트5호 펀드다. 이 펀드는 라임자산의 테티스2호가 보유했던 펀드와 CB를 대량으로 사들였다. 코스닥상장사들의 CB들이 대부분이 포함됐다. 

그러나 증권가들은 코스닥상장사들의 CB들을 담보로 인정해주지 않고 있다. 비유동성 자산인데다 리스크가 높아 담보로서의 가치가 없다고 여기고 있어서다. 

게다가 검찰과 금감원 조사에 따르면 KB증권 델타원솔루션팀은 투자자들이 인지하지 못하는 각종 수수료도 몰래 세운 법인을 통해 받아왔던 것이 드러났다. 

KB증권 측은 이에 대해 "라임 관련 거래는 증권사의 통상적인 업무로 운용사 지시에 따른 것"이라며 "수사 중인 사안이라 특별히 답할 게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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