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EV 배터리 동력 주행, 가솔린 버전만큼 역동적
모든 면에서 만족했지만, 현실 적합성은 재고 필요

[민주신문=육동윤 기자]

BMW X3 xDrive 30e ⓒ 민주신문 육동윤 기자

“날 봐, 그깟 눈을 보려고 계속 이렇게 시간을 끌고 있잖아”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닥터 스트레인지>에 나온 ‘에인션트 원’의 명대사다.

‘미련’. 누구에게나 있기 나름이다.

BMW X3 30e를 타고 시승차 반납에 미련을 두긴 오랜만이다. 이제 갖다 줘야지 하면서도 반납 일정까지 꾹꾹 채워가며 시간을 끌었다.

승차감 더할 나위 없이 좋고, 앞서가는 운전자 보조 시스템도, 정돈된 인테리어 구성 요소들도 모두 좋았다.

주행하면서도 달려야 할 때 멈춰야 할 때를 잘 알며, 디자인에서도 더해야 할 때 빼야 할 곳을 정확하게 파악한 결과물을 보는 듯했다.

이 차의 매력은 더 많은 곳에서 찾을 수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큰 매력은 좌측 휀더 윗 부분에 있는 충전 포트다.

그렇다. 이번에 시승한 차는 X3의 라인업 중 전기 동력원을 집어 넣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버전 ‘xDrive 30e’ 모델이다.

BMW가 요새 내세우고 있는 ‘The Power of Choice’ 전략의 일환으로, 내놓은 라인업 확장 모델이다.

이 차는 배터리로만 최장 30km를 주행할 수 있고 최고 135km/h의 속도로 달릴 수 있다고 한다. 출력이 더 필요하거나 배터리를 다 쓰면 본래의 성격인 2.0 리터 가솔린 엔진이 제 실력을 발휘한다.

 

◇ 전기차 주행도 BMW 느낌 그대로

스티어링휠을 쥔 양손과 함께 시야에 들어온 인테리어는 분명 평범한 내연기관 차인데, 소리 없는 시동이나 차의 출발은 순수전기차의 느낌 그대로다.

평소대로 가속 페달을 지그시 밟았을 때 거친 전기차의 토크 질감을 예상했지만, 오히려 부드럽게 속도가 차오른다.

시트의 착좌감도 맞춤형 수트를 입은 느낌이다. 허리춤을 살포시 감싸 안은 듯, 퍼포먼스가 강조된 스포츠 세단에 앉아 있는 듯한 착각마저 든다. 이미 코너링 공략에도 충분한 만족감이 있었지만, 시트 지지에는 더욱 좋은 점수를 줄 수 있다.

디지털 계기반을 봐도 전기차에 대한 정보가 강조되어 있지 않다. 기껏해야 눈에 띄는 부분은 오른쪽 아래 귀퉁이에 자리 잡은 연료 게이지 즉, 배터리 그래픽으로 그려져 있는 충전 용량 표시 정도다. 충전이 필요할 때는 그 밑에 더 조그맣게 그려진 콘센트 모양이 알려준다.

주행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전기 동력 주행 질감과 가솔린 엔진 동력으로 갈 때의 느낌이 크게 다르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는 가속 때도 마찬가지다. 전기로 달리고 있는 것인지, 가솔린 모드로 달리고 있는지 분간이 안 갈 정도다.

가솔린 모드로 전환됐을 때도 매우 조용하고 힘이 있다. 어느 쪽이 더 낫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중속이나 고속에 접어들어도 토크 질감은 상쇄되지 않는다. 원하는 만큼의 가속력을 뽑아낼 수 있고 원하는 만큼의 제동력도 경험할 수 있다. 마치 운전자와 한 몸이 된 듯한 기민한 움직임이다.

시승하는 내내 주행 느낌은 더욱 고급져진 BMW 차의 성향을 그대로 띠고 있다는 생각이다. 조금 더 조용하며 안락해진 공간에 훌륭한 후륜구동 퍼포먼스가 더해진 느낌이다. 물론 시승차는 사륜구동 모델이다.

제법 견고한 하체와 브레이킹 세팅으로 갑작스런 제동에도 큰 거부감은 느껴지지 않는다. 노면의 진동이나 풍절음 등도 잘 느껴지지 않는다. ‘순항한다’라는 말은 꼭 이럴 때 쓰는 표현인 것 같다.

출렁임 없이 마치 물 위를 조용히 흐르는 듯하다. 요철이나 거친 바닥을 타고 지날 때면 모든 것을 걸러주는 건 아니지만 상대적으로 매우 고급스러워진 느낌이다.

BMW X3 xDrive 30e 인테리어 ⓒ 민주신문 육동윤 기자

◇ 최대 장점이 최대 약점이 되는 순간

X3 30e의 전기 동력 특성은 최대 장점이자 최대 약점이 되기도 한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의 경제성을 위해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X3의 매력을 이미 알고 있는 이들이라면 훌륭한 가솔린 엔진을 갖추고도 왜, 굳이 배터리 동력을 집어넣어야 하는가에 의구심을 가질 수 있다.

후륜구동의 역동적인 퍼포먼스를 강점으로 내세우는 BMW가 전동화 전략으로 인해 희생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을까?

2시리즈의 앞바퀴굴림 모델이 새로 나왔을 때도 비슷한 얘기들이 나왔었다. 기존에 가진 BMW 성향이 너무나 뚜렷하기 때문에 새로운 시도를 꺼리는 고객들이 있는 것이다.

물론, 다양한 선택지를 내세우는 것은 모든 브랜드가 마찬가지다. 벤츠도 하이브리드 버전을 모델별로 내놓고 있으며, 국산차들도 하이브리드 버전을 속속들이 내놓고 있다. 앞바퀴굴림을 특징으로 하던 브랜드가 퍼포먼스를 시도하기 위해 뒷바퀴굴림 모델을 내놓는 예도 있다.

미래를 향한 모빌리티 분야가 전기차로 향하는 것은 맞지만 그 과도기로 하이브리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를 선택하는 것이 합리적인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대부분의 자동차 회사가 10년 내외로 전동화 전략을 어느 정도 완성하기로 했다. 전체 판매 차량의 1/3가 전기차로 대체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물론 그 동안 하이브리드의 매력 또한 경험해보겠다는 고객 취향도 무시할 수는 없다. 하지만 효율성에 대해서는 재고가 필요하다.

굳이 전동화를 선택한다면,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와 최근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 사이에서의 선택을 꼼꼼히 따져보는 게 좋을 것 같다.

 

◇ PHEV는 퍼포먼스 이미지에 약점

차체에 배터리가 들어가면서 차의 무게는 늘어났다. 

때문에 더욱 경쾌할 수 있는 주행을 어느 정도는 포기해야 했을 것이다. 기존에 워낙 훌륭한 퍼포먼스를 갖추고 있지만 없다면 더 좋았을 것이라는 가정이 따라 붙는다.

X3 xDrive 30e에서 배터리를 빼면 X3 xDrive 20i 모델이다. 출력은 184마력으로 같지만 공차 중량은 200kg 정도가 가벼워진다. 

퍼포먼스에서도 연비에서도 차이가 난다. 전기 동력을 사용하지 않는다면 연비는 배터리가 없는 모델보다 안좋을 수 밖에 없다.

적재 공간도 마찬가지다. 트렁크 공간에 보면 불룩하게 배터리가 차지하는 공간이 올라와 있다. 좁은 것은 아니지만 더 넓을 수 있는 공간을 포기해야 하는 부분이다.

굳이 예를 하나 들자면,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는 마치 언제 갈지 모르는 만일의 캠핑에 대비해 온갖 장비를 차에 싣고 다니는 것과 마찬가지다.

연비는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차이가 날 수 있다. 가솔린 연료비가 비싸니 전기의 가격이 싸 보일 뿐이다. 전기도 공짜가 아니라는 걸 인식해야 한다. 그리고 사용하지 않으면 마이너스가 된다. 

전기차 연비는 통상적으로 가솔린차 가격의 세 배 정도 차이가 난다. 가솔린 1000원이면 전기차 300원이면 된다는 얘기다. 또한 전기도 집밥을 먹지 않는 이상, 요즘 공공 전기 충전소 이용료는 점점 오르고 있는 추세다.

아파트에서는 전기 충전기 선점 대란이 펼쳐지고 있는 것도 감안해야 한다. 대신, 집에 전용 충전기가 있다면 연비도 절약하고 불편함도 없어 더할 나위 없이 좋다.

게다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전기 동력은 대체적으로 차량 가격표에 1000만 원 이상 돈을 더 얹어야 한다.

참고로 X3는 혼잡통행료 50% 등 소소한 친환경 자동차 혜택말고는 별다른 이점이 없다. 

하이브리드 보조금 조건에 들지 않아 지원금은 받을 수 없다. 국산 몇몇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차량말고는 보통 보조금이 지원되지 않는다. 

현재 수입차로서는 토요타 프리우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만 500만 원의 보조금 지원이 되는 걸로 알고 있다.

BMW X3 xDrive 30e 배지 ⓒ BMW코리아

◇ 파워 오브 초이스 vs 파워 오브 리얼리티

앞서 언급했던 BMW의 ‘The Power of Choice’가 더 많은 고객을 끌어모으고 있다. 

최근 BMW코리아는 ‘불차’의 오명을 벗고 현재 벤츠 판매량을 앞지르고 있다. 고객 입맛을 다양하게 맞춰준다는 점이 크게 유효했던 모양이다.

하지만 다양한 버전의 차량이 나오는 데에는 다양한 기술과 노력이 필요한 것으로 안다. 개발비 등도 무시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만큼 차량에 대한 프리미엄도 오를 것이다. 하지만 앞서 언급했던대로 전기차로 넘어가는 과도기에 굳이 그 프리미엄을 고수해야 하는지는 생각해볼 문제다.

어쨌든 지금 시점에서 X3 30e는 최근 시승한 차 중에는 가장 좋은 점수를 주고 싶다. 그 이유는 안락하고 편안한 주행감, 그리고 논리적으로 잘 짜인 시스템 구성 덕분이다.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불만은 경제성에 양보해야 하는 늘어난 가격과 무게, 그리고 충전의 불편함뿐이다. 하지만 이 말은 시승용 차로서는 대만족이지만 매일 타는 차로서는 고민해볼 문제라는 뜻이다.

BMW X3 xDrive 30e ⓒ BMW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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