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외교장관서 세계 대통령으로

# 내년 1월 1일부터 5년 임기 수행, 북 핵실험 해법에 주목
# 40년 경력 외교통, 고교시절 케네디 전 대통령 만나기도

지난 14일 유엔의 수장으로 임명된 반기문 유엔 차기사무총장. 올해 초 유엔 사무총장에 출사표를 던졌던 그가 지난 달 유엔 회원국들의 투표를 거쳐 사무총장에 당선됐다.

반 차기총장은 2차례 유엔 근무경험과 사무총장 비서실장 활동으로 유엔 사무국으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았다. 또 영어와 프랑스어 구사에 능통하다.
지난 한국전쟁 당시 유엔의 도움을 받았던 우리나라가 유엔에 가입한 건 15년 전인 1991년이다. 당시 한국은 북한과 동시 가입했다.

유엔의 도움을 받은지 반세기만에 또 유엔에 가입한지 15년 만에 우리나라에서 유엔사무총장이 나오게 된 것은 매우 뜻깊은 일이며 그 의미는 더욱 크다고 할 수 있다.

흔히들 미국에서는 두 명의 대통령이 있다고 말한다. 미연방 대통령과 유엔(UN) 사무총장이다. 본부를 미국 뉴욕에 두고 있는 유엔의 사무총장은 일국의 대통령에 버금가는 지위를 누린다.

지난 달 유엔 회원국들의 투표를 거쳐 사무총장에 당선된 반기문 차기총장. 그가 지난 14일 유엔 사무총장으로 임명되고 내년 1월 1일부터 5년간의 임기를 수행하게 된다. 이로써 우리나라도 두 명의 대통령을 두게 된 셈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외교통상부 장관인 반 차기총장은 외교부에서 소위 가장 잘 나가는 관료 경력과 능력에도 불구, 위.아랫사람 모두에게 겸손한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부드럽고 강인함, 철두철미한 업무능력이 국제무대에서 많은 친구들을 확보한 요소들이다. 10여페이지에 달하는 외교 전문도 실무자를 무색할 정도로 쉽게 암기한다. 일이 취미란 우스갯소리도 따라다닌다.

반 차기총장은 한 때 ‘주사’라는 별명을 갖기도 했다. 고위직이면서도 그 직급에 관계없이 자질구레한 일도 손수 챙겼던데서 붙여진 별명이라고 한다.
그는 충주고 재학 시절, 독학으로 갈고 닦은 영어실력으로 미 정부가 주최하는 영어대회에 나가 입상했다. 이로 인해 미국의 케네디 전 대통령을 만날 기회를 갖기도 했다.

서울대 외교학과를 졸업하고 제3회 외무고시에 합격한 그는 40년 가까운 외교관 생활 관운이 좋은 편이다. 반 차기총장은 북미국장, 차관보, 차관 등의 요직과 청와대의 외교안보수석비서관과 외교보좌관을 거쳤다.

이런 경력으로 그는 2001년 9월 당시 한승수 외교부장관이 겸임했던 제56차 유엔총회의장 비서실장으로 발탁되기도 했다.
발탁될 즈음에 뉴욕 9.11사건이 발생해 그와 관련된 유엔 차원의 테러리즘 대응조치, 그리고 이견 조율 업무를 수행하는 등 나름대로 상당한 경험을 쌓았다.

그가 외교부 장관으로 임명될 당시 영국 로이터통신은 “청와대와 외교부 사이에 벌어진 틈을 추스리고 한·미 동맹 관계 위에서 한 국의 외교를 구축해나갈 수 있다는 측면에서 최고의 선택”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사무총장 선출 열쇠를 쥔 프랑스의 경우 사무총장후보 자격으로 프랑스어 구사실력을 요구하기도 했다. 반 차기총장은 외무고시 시험을 불어로 봤고, 유엔 근무시절 점심시간을 활용해 불어를 익혔다.

지난해부턴 하루 1시간 개인 교습을 통해 불어 실력을 복원, 올해 초 프랑스를 방문했을 때 불어로 특강, 프랑스 측으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기도 했다.
그의 부지런함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일요일 출근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며 새벽부터 밤까지 일하는 게 몸에 배어있다. 특히 “외교부 모든 직원 가운데 가장 체력이 좋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그의 외교 일정 강행군은 유명하다. 미국과 유럽, 중동, 아프리카 출장 때 시차를 감안, 이동하는 시간에 비행기에서 숙박하는 일정을 잡는 게 다반사다.

그는 별도의 체력관리를 하지 않으며 “일하는 것 자체가 체력관리”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반 차기총장은 특히 ‘낮잠’을 자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런 탓에 반 차기총장이 취임한 이후 주요 간부들이 점심식사 후 10∼20분의 토막잠을 멀리해야 하는 어려움도 있었다고 한다. 부득이 토막잠이 필요하다면 간부들은 부하 직원에게 ‘세면장에 갔다’는 본의 아닌 거짓말을 준비시켜야 한다는 것.

반 차기총장은 유엔개혁 구상에 대해 “총회의 기능과 권능이 강화돼야 하고 안전보장이사회의 개혁 등도 계속 관련국과 협의해야 한다. 특히 최근 유엔 사무국에 대한 개혁 요구가 높다”라며 자신감을 나타냈다.

또 한국이 유엔 분담금을 체납하고 있는 것과 관련, “1억2000만 달러를 체납하고 있는데 바람직하지 않다. 예산 당국과 협의해 보겠다”라고 언급했다.
반 차기총장은 한국인 최초의 유엔 사무총장에 선출되기 위한 관문인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벽도 잘 넘었다.

공식 임명은 191개 회원국의 집합체인 유엔 총회에서 이루어지지만 이에 앞서 안보리의 추천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거부권을 갖고 있는 5개 상임이사국, 이른바 P5 가운데 어느 누구의 반대도 사지 않는 것이 관건이었다. 물론 반대표는 없었다.

그가 사무총장에 출사표를 던질 당시 P5의 거부감은 표출되지 않았다. P5간에는 반 차기총장이 적임자라는 공감대가 형성됐었다고 평가된다.

유엔주재 한국대표부 관계자는 반 장관의 당선 가능성에 대해 ‘50대 50’이라고 예측했었다. 그러나 외교부 일각에서는 당선 가능성이 50%를 훨씬 넘는다는 분석을 내놓은 바 있다.

실제로 반 차기총장이 공식 출마 선언을 하기 앞서 우리 정부가 다각적인 접촉을 벌인 결과 최소한 반대한다거나 거부감을 표시한 나라는 없었다는 게 정부 고위관계자의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당선 가능성이 낮다, 또는 높다를 떠나 한마디로 해 볼만 하다는 게 우리의 평가였다”라고 말했다.
반 차기총장은 곧 인수인계팀을 구성한 뒤, 본격적인 사무총장 취임준비에 들어간다. 그의 임기는 내년 1월 1일 부터이며 5년간 제8대 유엔사무총장직을 수행하게 된다.

지난 12일 뉴욕에 도착한 반 차기총장은 코피아난 유엔 사무총장을 만나 북핵 등 현안을 논의한데 이어, 개도국과 비동맹 국가들 모임인 77그룹에 참석하는 등 바쁜 일정을 보냈습니다.

북한 핵실험 파문과 관련, 반 차기총장은 “아직은 외교장관 신분이라면서 안보리의 결정을 지원하겠다”는 우리 정부의 기본 입장만을 전달했다.
한편 반 차기총장은 충주고와 충주여고간 학생회장단 간부 교류로 만난 유순택 여사와의 사이에 선용과 현희, 우현씨 등 2녀1남을 두고 있다. 둘째 딸 현희씨는 유엔아동기금(UNICEF) 직원으로 아프리카 수단에서 일하고 있다.

김민경 기자 flymink@iminju.net




- 반기문 생가복원 검토

충북 음성군이 반기문 차기 유엔사무총장의 생가 복원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2일 12일 음성군에 따르면 반 차기총장의 고향인 원남면 행치마을을 관광자원화하는 방안을 놓고 타당성 등을 내부적으로 검토 중이다.

군 관계자는 “음성 출신인 반 장관이 ‘세계의 대통령’으로 지칭되는 유엔사무총장에 내정됨에 따라 반 장관의 고향이 크게 주목받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행치마을을 찾는 외지 관광객들의 편의를 돕기 위해 생가를 복원하고 마을을 관광자원화하는 계획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현재는 일각의 의견을 받아들여 사업추진 여부를 비공식적으로 검토하는 단계에 불과하다”고 전제한 뒤 “우선 생가복원 등에 대한 반 장관과 광주 김씨 종친회 등의 동의를 얻어야 하기 때문에 사업추진 여부를 확언할 수 입장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군은 반 장관 등이 생가복원에 동의하고, 생존인물을 대상으로 한 관광자원화 계획에 대해 주민 여론이 우호적일 경우에 한해 마을 안길 확장.포장을 비롯한 생가 주변 정비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경>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민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