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이미지 벗고, 럭셔리 퍼포먼스·안정성 강조
젊은층 확보 라인업에 ‘초점’… 코너 컨트롤 인상적

[민주신문=육동윤 기자]

미디어 트랙데이에 준비된 캐딜락 CT5 ⓒ 민주신문 육동윤 기자

가끔 시내를 돌아다니다 눈에 띄는 차들을 만날 때가 있다.

그 중 하나가 캐딜락이다.

캐딜락은 슈퍼카나 초호화 차는 아니지만, 고풍스러운 디자인을 버리지 않고 개성을 유지하고 있는 브랜드로 손꼽힌다. 특히, 브랜드 내 세단의 아우라는 여타 세단과는 ‘격’을 달리하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다.

캐딜락코리아는 SUV 시장의 강세에 따라 해당 세그먼트 라인업을 에스컬레이드에서부터 XT4, XT5, XT6 등으로 이미 확장한 상태다.

하지만 세단은 그렇지 못했다. 선택지가 별로 없었던 것이 문제라면 문제다.

기존 캐딜락 세단은 중대형급 모델 CTS에만 의존하고 있었다. 물론 ATS와 고성능을 책임지는 V라인이 판매되고 있었지만, 이번에는 방향성이 달라진 것 같다.

캐딜락은 CTS를 대신해 비슷한 급의 CT6를 필두로 엔트리급 세단 CT4와 그 사이를 잇는 CT5까지 출시했다.

최근 캐딜락코리아는 이들 세단의 매력을 전달하기 위해 경기도 용인 스피트웨이에서 트랙데이 시승행사를 개최했다. 시승차는 CT4와 CT5로 준비했다.

퍼포먼스를 강조했다는 CT4, 럭셔리 제품군을 책임지겠다는 CT5는 과연 얼마나 많은 고객을 확보할 수 있을까?

피트 스탑에 줄지어 서 있는 캐딜락 차량들 ⓒ 민주신문 육동윤 기자

◇ 캐딜락이 자랑하는 CT4·CT5의 퍼포먼스는?

캐딜락은 기존의 올드한 느낌에서 벗어나고자 했다. 

이벤트에 친히 얼굴을 내비친 서영득 캐딜락코리아 대표의 제품 소개에서부터 ‘젋은 고객층’, ‘퍼포먼스’라는 키워드가 귀에 꽂혔다. 그가 시승 장소로 레이싱 트랙을 선택한 이유도 여기 있었을 터다.

그런데, 사실 ‘퍼포먼스’라는 단어는 요즘 세단이라면 하나씩 다 붙는다. 

중소형급 혹은 중대형급에서 2.0리터 배기량에 터보차저가 없는 차들이 없다. 패스트백 스타일의 세단이 나온 것도 한참 된 일이다.

200마력 넘는 것은 보통 기본이다. 다운사이징 트렌드에 따라 퍼포먼스는 높이고 효율성은 잡도록 하는 추세다. 오히려 V6 엔진이나 3.0리터가 넘는 세단을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이번에 캐딜락이 소개하는 CT4와 CT5는 동일한 엔진을 사용한다. 대신 CT4는 8단 변속기, CT5는 10단 변속기를 채택했다.

보통 캐딜락은 자연흡기 V6 엔진을 주로 사용해왔다. 최근 출시한 XT5에서도 자연흡기는 강조됐었다. 그들만의 고집이기도 하다.

캐딜락 CT5 주행 컷 ⓒ 캐딜락코리아

◇ 인상적이었던 트랙 체험

인스트럭터의 가이드에 따라 CT4와 CT5를 번갈아 탔다. 

공략을 나선 곳은 총 4346m, 16개 코너, 960m의 가장 긴 직진코스다.

우선 CT5는 소리 없이 조용히 속도를 높이는데, 시속 80km에 도달해도 체감 속도는 40km/h 정도로 느껴졌다. 생각보다는 부드러운 가솔린 엔진이라는 게 첫 인상이다. 터보렉도 별로 없는 편이다.

앞서 가는 세이프티 차를 쫓아 과감하게 가속을 시도하면 우렁찬 소리를 내며 힘차게 뻗어 나간다. 서서히 차오르는 출력에 부족함은 없는 것 같았지만, 비교 대상이 애매모호하다. 

과감한 시도에서는 2.0 터보차저의 한계가 보이는 느낌이다.

트랙을 몇 바퀴 돌다 보니 토크감도 조금 부족하다는 느낌이다. 1500rpm에서 35.7kg.m이라는 제원상 토크 수치와는 다른 느낌이다. 

CT4의 주행 실력은 CT5보다는 확실히 나았다. 가벼운 무게 덕분에 경쾌한 움직임이 가능했는데 특히, 핸들링에서 그 장점이 두드러졌다.

코너에서의 트랙션 컨트롤은 가히 인상적이다. 무게때문에 다소 머뭇거렸던 CT5의 코너 공략도 CT4는 쉽사리 해냈다.

변속 느낌도 10단의 부드러움보다는 8단의 넓은 범위가 트랙에서는 제 매력을 한껏 뽐냈다. 다만, 두 모델 모두 변속 타이밍이 생각만큼 정확하지는 않다. 수동으로 바꿔 코너를 공략할 때 확실히 만족감이 더 커진다.

한 가지 의아한 것은 CT4의 속도계 바늘을 레드존까지 끌어올려 변속을 하면 한 템포 쉬었다 간다는 점이다.

브레이킹도 기대했던 만큼은 아니지만, 트랙 주행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정도다. 고속에서 제동도 불안하지 않았지만, 익숙치 않은 무게감에 적응하는데 다소 시간이 걸렸다.

트랙 위에서 줄지어 달리고 있는 캐딜락 차량들 ⓒ 캐딜락코리아

◇ 안정적 주행… CT4·CT5의 장점

CT4와 CT5의 장점은 구동계보다는 차체 자세 제어에 있는 게 아닌가 한다.

워밍업으로 달궈진 섬머 타이어와 핸들링도 한몫을 했지만, 촘촘한 단위로 댐핑력을 조절한다는 캐딜락의 최신 기술 ‘마그네틱 라이드 컨트롤’이 확실히 차체 자세 제어에 큰 역할을 한 듯하다.

이 부분은 라바콘을 세워놓고 핸들링을 체험하는 짐카나에서도 충분히 확인할 수 있었다.

헐렁거리는 버킷 시트에서 자리를 못잡는 허리춤과는 달리 차 자체는 매우 안정적이다.

승차감은 다소 거친 느낌이다. 인테리어 감성도 부족한 느낌이다. 

아마도 퍼포먼스에 초점을 두다 보니 안락함과 편의성에 희생한 부분이 있었을 것이다. 

참고로 시승차 가격은 CT5 스포츠 트림 5921만 원, 단일 트림으로 나오는 CT4가 4935만 원이다.

일상에 충분한 매력을 느끼고 싶다면 CT5, 어쨌든 드라이빙의 즐거움을 만끽하고 싶다면 CT4를 추천한다. CT4의 매력은 브렘보 디스크까지 기본으로 끌어 안을 수 있는 가성비에 있기 때문이다.

라바콘 사이로 짐카나 주행을 하고 있는 캐딜락 CT4 ⓒ 캐딜락코리아

◇ 제품 바탕 문화 공유는 플러스

캐딜락코리아는 내년부터 국내 모터스포츠를 대표하는 CJ대한통운 슈퍼레이스에 ‘CT4 원메이크 레이스’를 신설한다고 밝힌 바 있다.

원메이크 레이스는 단일 차종으로 진행되는 레이스다. ES팀 김의수, 엑스타 레이싱팀의 김진표 감독이 나선다.

그만큼 캐딜락 세단들은 퍼포먼스에 자신있다는 의미다.

사실 캐딜락은 경쟁 모델들 대비 월등히 나은 제품이라고 말할 순 없다.

다만 고집스러운 개성을 바탕으로 그 속에서 어울릴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 간다는 것이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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