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전체 사고 ‘안전운전 의무 불이행’ 사고 가장 잦아
사고 원인은 운전 미숙, 위법 심각성 부재, 안전불감증
일반 도로 운행 시 안전운전 최선의 방법은 ‘정속주행’

[민주신문=육동윤 기자]

지난 7일 KBS 뉴스9 방송 영상 캡쳐 ⓒ KBS

지난 7일 대전 충남지역 외곽 도로에서 수입 스포츠카 등을 타고 심야에 불법 경주를 벌인 62명의 운전자가 경찰에 검거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최근 발생한 심야 폭주족 사건 중 가장 큰 규모다.

이들은 경찰 조사에서 “영화에서처럼 달려보고 싶어서”라고 진술했다. 횡단보도를 출발점 삼아 드래그레이스를 펼치고, 단속카메라를 피해 터널에서 시속 280km가 넘는 속도로 달리는가 하면, 교차로에서 위험천만 드리프트를 하기도 했다.

드래그레이스와 드리프트는 두 대의 차량이 동시에 출발해 성능을 과시하거나 타이어를 미끄러뜨려 차체를 360도 회전시키는 등의 운전 기술을 말한다. 일반도로에서는 엄격히 금지되어 있다.

아무리 새벽 시간이라고는 하지만 도로 한복판에서 아찔한 곡예 운전을 하는 이들은 공공의 안녕은 물론 엄연히 도로교통법 위반 행위를 저지른 것이다.

지난 2017년 난폭운전 등 불법을 일삼아 오다 서울지방경찰청에 압수된 차량을 공개하는 모습 ⓒ 뉴시스

◇ 난폭 운전 사고 현황 심각

난폭 운전에 대한 처벌은 행정 처분상 벌점 40점, 면허정지 4일에 심하면 구속에 면허가 취소된다. 형사 처분으로 들어가면 1년 이하의 징역과 500만 원 이하의 벌금까지 내야 한다.

예전에는 난폭운전에 대한 단속 기준이 명확지 않아 처벌이 어려웠지만, 최근에는 차량의 블랙박스 등에 촬영된 영상으로 신고를 하면 바로 수사 대상이 된다.

도로교통공단 교통사고 조사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총 22만9600건의 사고 중 열 건을 제외하고는 모두 법규위반에 의한 사고로 나타났다. 이 중에서도 ‘안전운전 의무 불이행’에 따른 사고는 자그마치 12만6006건, 사망자 수도 2234건으로 가장 많았다.

안전운전 의무 불이행에는 휴대전화나 라디오 조작, 졸음운전 등으로 인한 전방 주시 태만이나 운전 미숙, ‘난폭운전’과 같은 조항이 포함돼 있다.

특히, 난폭운전은 인적이 드문 새벽 시간에 주로 이뤄지는 데, 사실 어두운 도로에서의 돌발상황은 저속으로 주행한다고 하더라도 충분히 위험할 수 있다. 시간대별 사고 현황을 살펴봐도 야간에 발생하는 사고가 전체 사고의 40%에 육박한다.

2019년 교통사고 조사 운전자 관련 법규위반별 사고 유형별 집계 ⓒ 도로교통공단

◇ 교통 법규 위반 심각성 인식 부족

도로 위의 위험은 스포츠카를 타는 무법 운전자들만 노출된 것은 아니다. 자칫하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이륜차 등도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부담 없이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킥보드 문화가 발전하면서 이에 대한 부작용도 동반하고 있다.

일명 두타킥(둘이 타는 킥보드)은 물론 시속 50~60km 최저속도 제한이 있는 자동차 전용 도로를 20~30km로 질주하는 킥보드 운전자도 종종 발견할 수 있다.

이 또한, 새벽 시간에 주로 이뤄지는 불법 행위다. 야간 주행을 하는 킥보드 등과 난폭운전 자동차 간의 사고는 사망 확율이 거의 100%에 가깝다.

차종별 사고 집계를 살펴보면 승용차가 15만1365건, 약 66%로 가장 많았으며 이륜차, 원동기장치자전거, 자전거가 모두 합해 2만6213건, 약 11.4%로 10%대를 넘어 기록됐다.

여기에 개인형이동수단 사고건수 447건을 더하면 2만6660건에 달한다. 간과할 수 없는 수치다.

전문가들은 도로 위 사건·사고는 보행자는 물론 운전자가 법규 위반에 대한 중요성을 충분히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탓이라고 지적한다.

운전 미숙은 물론, 상시 차를 이용하고 있는 운전자들도 ‘한 번은 괜찮겠지’, ‘이 정도는 괜찮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이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한다.

‘1:29:300’이라는 하인리히의 법칙이 있다. “한 번의 대형사고를 경험한 사람은 그 전에 스물아홉 번의 작은 사고가 날 뻔했고, 그 작은 사고가 날 뻔한 경험을 하기 전에 300번의 사고 징후를 보았다”는 가설이다.

지난 7일 대전에서 발생한 집단 난폭운전의 행태도 타인을 생각하지 않는 이기적인 생각과 나는 괜찮겠지라는 안전불감증이 만들어낸 결과로 볼 수 있다.

포르쉐 신형 파나메라 티저 이미지 ⓒ 포르쉐코리아

◇ 평상시 안전운전 전문가 조언 

이 문제에 대해 전문가들 의견도 들어봤다.

자동차 분야에서 다양한 집필 활동을 하며, 자동차에 대한 기본 지식 및 안전운전 관련 영상을 제작해 전달하고 있는 ‘자동차교육방송(자교방)’ 운영자 류청희 자동차 칼럼리스트는 "일반 도로는 자동차뿐 아니라 다른 이동수단도 공유하는 공간이다. 도로교통법은 도로 사용자를 모두 고려해 만든 것”이라며,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면 원칙적으로 때와 장소에 관계없이 지킬 것은 지키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통제되지 않은 일반 도로는 언제든 돌발변수가 있을 수 있으므로, 자신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법의 테두리를 벗어나는 영역의 위험한 운전은 하지 않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퍼플모트스포트 소속 카레이서이자 드라이빙마스터아카데미 강사로도 활동 중인 오일기 이사도 이번 사건에 대해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속도와 스릴을 즐기기 위한 수단으로 자동차경주장이 아닌 일반도로에서 많은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일은 없어야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오 이사는 “더욱이 사고에 대한 안전이 마련되지 않은 곳에서 위험을 즐기는 게 자칫 타인은 물론 본인에게도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걸 알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한 꼭 레이싱을 즐기고 싶다면, 전용 트랙 등을 이용할 것을 권장했다.

그는 “각 경기장 홈페이지를 통하면 스케줄에 맞게 타임별로 주행할 수 있고 트랙주행에 안전가이드만 잘 따른다면 서킷 주행도 언제든지 가능하다”며, “자동차 회사에서 진행하는 드라이빙아카데미 같은 기회를 찾아보는 것도 방법이지만 그보다 먼저 안전과 위험성에 대한 인식을 키우는 게 우선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렇듯 전문가들은 일반 도로에서 운행할 시 안전운전은 무엇보다 '정속주행'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절대 자동차의 성능을 과시해서는 안 되며, 자동차의 시트 위치나 이동 동선을 미리 짜두고 계획적으로 움직이는 것도 안전운전의 지름길이라고 말한다.

오 이사는 자동차 보급에 비해 젊은 운전자들이 해소할 수 있는 모터스포츠 경기장의 부족도 언급했다.

그는 “기존경기장들도 일반에 개방하는 시간이 더욱 길어지길 바라며, 더 많은 사람이 쉽게 찾을 수 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해외의 경우처럼 모터스포츠 문화가 더욱 대중화를 이루게 된다면 타인의 안전을 위협하는 난폭운전 등, 도로 위 위험천만한 행태들은 줄어들 수 있다는 해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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