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코 분쟁조정안 수용 의사 밝힌 은행 아직 없어... 은행들, 키코 안건 이사회에 올려 수용 여부 결정할 듯

사진=뉴시스

[민주신문=이민성 기자] 금융감독원이 외환파생상품 키코(KIKO) 사태의 분쟁조정안 수락 여부를 결정할 시간을 판매 은행과 피해 기업에 더 주기로 했다. 오는 8일까지 조정이 마무리되기 어렵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6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가 마련한 키코 분쟁조정 결정서를 받은 은행 6곳 가운데 현재까지 수용 여부 관련 의사를 금감원에 전달한 은행은 한 곳도 없다.

이는 은행들이 키코 분쟁조정안을 수용할 경우, 다른 키코 피해기업들의 분쟁조정이 줄줄이 이어질 수 있어 부담이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키코는 환율이 일정 범위에서 변동하면 약정한 환율에 외화를 팔 수 있는 파생금융상품이다. 수출 중소기업들이 환 헤지 목적으로 가입했으나, 2008년 금융위기가 터져 원·달러 환율이 급등해 기업 732곳이 3조3000억원 상당의 피해를 입었다.

금감원 분조위는 지난달 13일 키코 사태와 관련해 은행의 불완전판매 책임이 있다며 피해기업 4곳 손실액의 15~41%를 배상하라는 조정 결정을 내렸다.

키코 분쟁조정 대상 피해기업은 일성하이스코와 남화통상, 원글로벌미디어, 재영솔루텍 등 4개 업체다. 금감원은 이들의 피해금액을 1490억원으로 추산했다. 배상금액은 총 256억원으로 이들 기업 피해금액의 평균 23% 수준이다.

은행별 배상액은 신한은행 150억원, 우리은행 42억원, 산업은행 28억원, KEB하나은행 18억원, 대구은행 11억원, 시티은행 6억원이다.

이런 내용을 담은 조정결정서는 지난달 20일 은행과 피해기업 모두에 통보됐다. 양측이 조정안 접수 후 20일 이내에 조정안을 수락하면 조정이 성립된다. 다만 금감원은 조정 결정 당사자들의 요청 시 조정안 수락 기간을 연장해 줄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은행들이 키코 배상에 소극적인 점을 고려해 조정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였다.

은행들은 키코사태가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발생해 손해배상 소멸시효 10년이 이미 지났고, 금감원의 조정안이 법적인 강제력이 없다는 점에서 배상을 망설이고 있다.

특히, 일부는 소멸시효가 지난 상태에서 배상을 진행하는 것은 주주의 이익을 해치는 배임에 해당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윤석헌 금감원장은 지난해 열린 송년간담회 자리에서 "은행이 고객과의 신뢰를 회복한다는 차원에서 대승적으로 (키코 분쟁 조정 결과를 수용)해줬으면 좋겠다"며 "경영적 의사결정을 하는 일이다. 이것을 배임이라고 할 수는 없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한편, 은행들은 키코 분쟁조정 안건을 이사회에 올려 수용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기업들은 키코 사태의 배상을 받을 사실상 마지막 기회라는 점에서 조정안을 받아들일 가능성이 크다. 현재 금감원에 수용 의사를 밝힌 기업은 1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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