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 위원장 "은행 잘못으로 시작된 일⋯신탁 상품 죽는다고 협박해선 안돼"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26일 경기도 파주 팝펀딩 물류창고에서 열린 동산금융 혁신사례 간담회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민주신문=이민성 기자]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신탁 판매 금지에 반발하는 은행들을 향해 쓴소리를 내뱉었다.

은 위원장은 26일 경기도 파주 소재 핀테크(금융기술) 업체 팝펀딩에서 동산금융 혁신사례 간담회 행사를 마친 뒤 기자들을 만나 "엊그제까지 잘못했다고 빌었던 사람들 맞나 싶다. 은행이 잘못해서 시작된 일인데 갑자기 은행들이 파생결합펀드(DLF) 피해자가 된 것 같다"며 꾸짖었다. 이어 "은행들이 '신탁 상품이 다 죽는다'고 (금융당국을) 협박해선 안 된다"고 경고했다.

앞서 금융당국은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의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손실사태의 제도적 보완 조치로 지난 14일 원금의 20% 이상 손실 위험이 있는 고난도 사모펀드에 대해 은행의 판매를 금지하기로 했다. 이에 은행들이 반발하자 은 위원장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것이다.

은행들은 공모 펀드 수준의 규제를 받고 있는 신탁이 고난도 사모펀드와 함께 판매 금지 대상에 오른 것은 지나친 규제이며 신탁 판매는 계속 허용해달라고 요구하는 중이다. 자칫 약 43조원에 달하는 신탁 시장이 사라질 수 있다는 것이 은행들의 입장이다.

은 위원장은 "DLF 사태는 은행이 잘못한 것이고 대책은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해 내놓은 것인데 지금 상황은 마치 반대가 된 것 같다"며 "(은행들이) 이제 '4% 고수익은 없다'는 식으로 얘기하는데 은행들이 그동안 잘못한 것은 그 상품에 위험이 있다는 사실을 설명에서 뺀 부분"이라고 질책했다. 이어 "신탁 상품을 봐준다는 것(고위험 신탁 판매 금지 철회)은 말이 안 된다"며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도 공모 주가연계증권(ELS)을 편입한 신탁은 은행에서 팔 수 있도록 하는 절충안에 대해서는 즉답을 피했다.

은 위원장은 다음 달 시중 은행장들과 회동 일정을 알리며 동산담보대출이나 중소기업 등 기업금융 활성화, 예대율 규제, 가계대출 정책 등이 의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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