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느냐 먹히느냐 사생결단 파워게임

(좌)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 (우)안철수 무소속 후보
[민주신문=강인범 기자]18대 대선정국에서 문재인-안철수 두 후보의 단일화 여부는 대선판도에 최대 분수령으로 꼽힌다. 다자대결로 갈 경우 필패가 자명한 사실이란 점은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극명하게 드러난다. 일대일 대결 구도에서는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와 엎치락 뒤치락 양상을 보이고 있으며 단일화를 이뤄낼 경우 '정권교체'의 가능성은 그만큼 확률상으로 높아진다.
두 후보는 지지세가 일정부분 겹치는 탓에 누가 범야권의 대표주자로 살아남을지 여부는 여전히 안갯속이다. 다만 정치권 전문가들은 "그래도 정당이 뒷받침 되는 문재인 후보가 유리할 것이다"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역대 단 한차례도 무소속 후보가 대권 도전에 성공한 사례가 없다는 점도 근거로 내세운다. 민주통합당 입장도 이와 마찬가지다. 반면 이에 대해 반박하는 안철수 후보측도 "무소속 후보 대통령이 충분히 가능하다며"도 강경한 입장이다.  
안 후보측 사람으로 불리던 민주통합당 송호창 의원이 탈당을 감행, 안 후보 캠프에 합류한 점도 정가 안팎에서는 "끝까지 가보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행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11월이란 시계에 맞춰 세확장은 물론 서로에 대한 차별성 경쟁도 본격화 하고 있는 두 후보진영의 파워게임 양상을 들여다봤다.

송호창 탈당  민주 후보 경쟁력에 '흡집', 집안단속 본격화
 '무소속 후보' '정당후보' 우위 놓고 양진영 감정싸움 격화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 진영이 본격적으로 안철수 후보의 핸디캡(?) 공략에 나선 분위기다. '무소속 후보' 불가론을 강조하는 가 하면 송호창 의원의 안철수 캠프 햡류를 "정치도의에 어긋난 행동"이라고 평가절하겠다. 
송 의원이 지난 10월 9일 탈당을 선언하자 민주통합당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총선에서 민주통합당 이름으로 더군다나 전략공천으로 당선된 인사기에 그의 이탈은 뼈아플 수 없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야권 후보 단일화 등의 문제를 놓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안 후보와 문재인 후보사이에 송 의원의 탈당은 서로간 냉전기류를 확산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아직 소수 전문가들의 의견이지만 최악의 경우 단일화가 안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송 의원은 안 후보와 박원순 서울시장, 민주당 간 가교 역할을 하며 주목을 받아왔다. 송 의원이 각종 방송토론과 인터뷰에서 안 후보의 입장을 적극 변호한 탓에 민주당 내에서도 안 후보 캠프 합류 가능성은 지속적으로 제기됐었다.
특히 지난달 초 안 후보측 금태섭 상황실장이 정준길 전 새누리당 공보위원으로부터 불출마 종용을 받았다는 기자회견 자리에 민주당 현역 의원으로서 배석해 탈당 가능성이 점쳐지기도 했다. 이날 송 의원의 탈당으로 민주당 의석수는 128석에서 127석으로 줄어들게 됐다.

송호창 탈당은 민주당 후보 경쟁력에 '흡집'

민주당이 송 의원의 탈당에 내부적으로 격한 반응을 보인 것은 단순히 의원 한명 이탈이 아니라 민주당 후보의 경쟁력에 흡집이 난 격이다.  바꾸어 얘기하면 자당 후보보다 안철수 후보가 더 경쟁력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송 의원이 탈당 전 문재인 후보를 비롯 당 소속 의원들에게 미안함 마음을 전달했지만 기자회견에서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낡은 정치세력에게 맡긴다는 것은 용납할 수 없었다. 정권교체, 새로운 정치는 우리 시대의 소명"이라며 "안 후보는 정권교체와 새로운 변화를 감당할 수 있는 가장 적합한 후보"라고 말했다. 방점이 찍힌 부분은 '새로운 정치'로 새누리당은 물론 민주통합당까지 구시대 정치로 규정한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송 의원은 이어 "안 후보는 시대적 과제를 감당하기 위해 모든 것을 걸었다"며 "시대적 과제는 혼자만의 힘으로 불가능하다. 개인 안철수를 불러냈던 우리 모두가 힘을 모아야만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150명의 국회의원을 거느린 새누리당이 연일 근거 없는 악의적인 공격과 흠집내기를 하는 가운데 안 후보는 단 한 명의 현역의원도 없이 홀로 버텨냈다"며 "안 후보의 진심에 공감하고 정권교체와 새 정치 개혁의 뜻을 공감하는 저로서는 깊은 책임감으로 견딜 수 없었다"고 합류 배경을 밝혔다.
송 의원은 "안 후보가 모든 것을 걸었듯이 저 역시 제가 가진 모든 것을 걸겠다"며 민주당을 향해서도 "문재인 후보의 변화에 대한 진심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우리는 결국 하나가 될 것이다. 저의 가장 큰 소임은 우리가 하나가 되도록 하는 일"이라고 언급했다.
송 의원의 기자회견에는 안철수 후보도 박선숙, 김성식 전 의원 등과 함께 참석했다. 안 후보는 "송 의원께서 현역의원으로서 당을 떠나는 힘든 결정을 내려주셨다"며 "얼마나 마음고생을 하셨는지 알고 있다. 미안하고 또 고맙다"고 말했다.

▲ 안철수 무소속 대통령 후보가 11일 오후 충북 청주교육대학교 대강당에서 열린 초청 강연회에 참석하고 있다.이날 강연은 재학생 홍성민 학생의 이메일로 성사됐으며, '모든 가능성이 열려 있는 사회로 갑니다'란 주제로 강연이 진행됐다.
'무소속 후보' '정당후보' 놓고 감정싸움 

민주당은 송 의원의 탈당이 '도미노 탈당'으로 번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모습이다. 당 내부에서는 혹시나 모를 도미노 탈당을 막기 위해 내부 단속에 들어간 모습이다. 선대위에 전체 의원을 참석시켜 역할을 맡기는 등 확전 차단에 나서는 기류도 역력하다.
특히 안 후보 측과 친분이 있는 대표적 인사들은 인재근 의원과 이인영 최고위원이 꼽힌다. 이들은 현재 문 후보 캠프에서 각각 멘토단장, 선대위 기획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GT계(고 김근태계)에 속하는 이들은 민주당 후보 경선과 총선 과정에서 문재인 후보와 '친노' 갈등을 겪은바 있어 송 의원의 탈당과 관련, 거취에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하지만 문재인 후보의 지지율이 완만하게 상승중이고 안 후보의 캠프가 사실상 후보 1인 외에 대중적으인 영향력을 행사할 인물이 적다는 점, 2002년 노무현 정몽준 후보간 후단협 트라우마를 경험한 현재 재선 이상급 의원들이 쉽게 움직이지 못할 것이란 시각도 존재한다.
우상호 문재인 캠프 공보단장도 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에 출연해 "탈당은 송 의원이 마지막일 것이라고 본다. 추가탈당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안 후보의 핸디캡 중 하나인 무소속 후보 논란도 본격화 되고 있다. 앞서 민주당과 안 후보는 후보 단일화를 놓고 신경전을 벌였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9일 KBS라디오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안 후보를 겨냥, "전 세계적으로 민주주의 국가에서 무소속으로 대통령에 당선된 사례는 없다"며 "무소속 대통령의 국정운영은 불가능한 얘기"라고 주장했다.
이에 안철수 후보는 11일 민주통합당의 '무소속 대통령 불가론'을 강하게 맞받아쳤다. 안 후보는 이날 오후 충북 청주교육대에서 강연을 열어 "무소속 대통령이 나라를 어떻게 끌고 가느냐고 했는데 본질적으로 지금 그 질문을 할 때가 아니다"며 "지금와서 정당론(정당에서 대통령이 나와야 한다)을 꺼내는 게 참 어처구니 없다"고 밝혔다.
그는 "정치가 건강하고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데 제대로 본연의 역할을 하고 있는 상황이라면 (정당론을 말)할 수 있는데 지금 모든 분들이 동의하지만 그렇지가 않다"며 "만약 그런 논리라면 항상 다수당에서 대통령이 돼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여대야소가 되도록 국민들이 힘을 모았는데 압도적인 다수당이 되니 어떤 일이 벌어지나. 오히려 같은 정당 안에서 패가 갈리고, 서로 손가락질 하고, 대통령에게 탈당하라고 요구하고, 정당의 대통령을 스스로 무소속으로 만든다"며 "그렇게 만든 정당이 책임이 없느냐. 사실 정당의 책임이다. 정당이 어떤 책임을 졌는지 묻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재인 후보는 안 후보의 발언을 전해 들은 뒤 "그렇게 험한 말을.."이라며 불쾌감을 숨기지 않았다. 공식적인 대응은 여기서 그쳤지만 캠프 내부 분위기는 안 후보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통령 후보가 10일 오후 전북 전주시 완산구 중산동 두산나이스홀에서 열린 전북지역 당원 필승 결의대회에 참석하며 손을 흔들고 있다.
지지율 박빙일 경우 단일화 첩첩산중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의 지지율이  시간이 지날수록 상대방을 설득할 만한 일정부분의 세를 확보하지 못하고 박빙의 접전양상이 이뤄질 경우 단일화 과정은 '험로'가 불가피 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때문에 아직 '정치공학적 접근' 이란 비판 때문에 단일화 논의를 자제하고 있지만 협상이 본격화 될 경우 상대방을 향한 격한 감정의 표현도 적지 않게 나올 가능성도 높다.
지지층이 겹치고 동질감을 같고 있는 후보들이 단일화를 이루지 못한 사례는 과거 대선에서도 나타났다. 
대세론을 타고 있던 이회창 전 대표는 15대 대선 당시 이인제 후보를 끌어안지 못해 대권 문턱에서 좌절한 바 있다. 당시 자유민주연합과 연대한 새정치국민회의의 김대중 후보와의 지지율은 38.7%.  40.3%로 간발의 차이에 불과했다.
2002년 제16대 대통령 선거에서 148석을 확보한 명실상부한 원내 제1당인 야당의 총수로서 조직력과 자금력, 그리고 주류언론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새천년민주당의 노무현 후보와 맞붙었으나 노무현 후보가  48.5%를 얻은 반면 46.2%의 지지를 받아 근소한 표차로 또다시 낙선하고 말았다. 당시 이질적인 두 후보의 연대로 관심을 받았던 노무현 정몽준 두 후보는 극적으로 단일화를 이뤄낸 바 있다.
현재 문재인 안철수 후보의 지지율은 엎치락 뒤치락을 반복하고 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얼미터가 지난 8일부터 11일까지 진행한 여론조사의 추이를 보면 대선후보 다자대결에서 박 후보는 경우 37.3%(8∼9일)→35.6%(9∼10일)→37.6%(10∼11일)을 기록, 반등에 성공한 것으로 조사됐다. 안 후보는 31.4%→31.4%→27.0%로 소폭 하락했고, 문 후보는 19.3%→20.2%→23.3%로 소폭 상승했다. 20% 정도의 무당층을 감안할 때 사실상 오차범위 내의 접전이다.
후보 단일화로 흡수되는 진영은 대승적으로 정권 교체에 큰 역할을 했다는 의미 부여를 얻을 수는 있지만 역대 대선에서도 알수 있는 정치권에서도 승자독식의 냉혹한 현실이 존재한다. 단일화 된 후보가 모든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것도 자명한 사실이다.
각 캠프 진영 측근그룹에서도 "우리쪽으로 단일화만 이뤄낸다면…"이란 생각으로 배수진을 치는 이유도 패자쪽은 사실상 전부를 잃을 가능성도 다분하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만약 후보를 내지 못할 경우 원내 제 1 야당이 후보를 내지 못했다는 좌절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조기 전당대회 여론을 촉발시키는 것은 물론 향후 4년간 당은 심한 부침을 당하게 될 것이 분명하다.
반면 안 후보가 문 후보에게 흡수될 경우 '새정치'를 바라고 캠프에 합류한 인사들이 민주당에 합류하기에도 여건은 녹록치 않다. 그렇다고 총선이 끝나지 6개월 안된시점에서 신당 창당도 여의치 않은 실정이다. 사실상 문재인 안철수 두 후보 모두 '모든 것을 건(All or nothing) 게임'이 본격화 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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