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후보와 '건곤일척' 승부 예고

▲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14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를 찾아 곳곳을 둘러보고 있다.
[민주신문=강인범 기자]장외 유력 대권 잠룡으로 불리는 안철수 서울대 융합기술대학원장의 등판(대권출마)이 임박한 가운데 안 원장의 세불리기 행보가 주목된다. 안 원장측이 민주통합당 경선이 끝나는 시점에 출마 의사를 밝힌 가운데 '정당'이라는 지지 기반이 없는 안 원장이 3개월 앞둔 대선 정국을 어떤식으로 이끌어 나갈지에 관심이 집중된다. 
빠르면 9월 16일 민주당 대선후보가 결정됨에 따라 야당 성향 지지자들뿐만 아니라 중도층과 젊은층의 폭넓은 관심을 받고 있는 안 원장과 민주당 후보와의 '건곤일척' 승부도 흥행성 면에서도 상당한 관심이 집중될 것으로 관측된다.  

'안철수에 빚 진 박원순' 우회적 지원 나설지 관심 증폭
문재인과 지지율 경쟁 엎치락 뒤치락, 단일화 시나리오 무성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원장 측이 조만간 대선 출마에 대한 입장을 밝히겠다고 선언하면서 정치권이 요동치고 있다. 안 원장이 직접 '주자'로 나서던, 후보 단일화를 통해 흡수되더라도 '안철수 프리미엄'은 분명 야권 대선후보 판도에 상당한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안 원장 측 유민영 대변인은 11일 오후 이메일을 통해 "안 원장은 민주통합당의 대선 후보 선출이 끝나는 대로 며칠 내에 대선 출마에 대해 국민께 입장을 밝히는 시간을 갖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유 대변인은 "안 원장이 지난 7월 '안철수의 생각' 출간 이후 폭넓게 국민의 의견을 들었고, 다양한 분야와 계층, 세대, 지역의 국민을 만나 좋은 의견을 많이 나눴다"며 "이제 국민과 약속한 대로 국민께 보고하는 시간을 갖고자 한다"고 밝혀 사실상 대선 출마를 기정사실화 했다. .

일각에서는 안 원장이 출마 선언 시점을 '민주당 경선 이후'로 못 박은 것을 두고 민주당과의 단일화 의지를 내비친 게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된다. 최근 안 원장의 독자 출마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지만, '분열은 필패'가 자명한 현실속에 안 원장의 이번 선언으로 '단일화'에 더 무게가 실렸다는 분석이다.
실제 당내 경선 1위를 달리고 있는 문재인 후보 측은 이날 안 원장 출마와 관련해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았지만, 캠프 내에서는 단일화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대체로 긍정적으로 보는 분위기다.

범야권 단일화 후보 놓고 '무한경쟁'

민주당은 당 후보만으로는 대선 승리가 어렵다고 판단되고 안 원장이 범야권 대선주자로 분류되는 만큼 단일화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 다만 안 원장의 입당을 전제해야 하고 단일화 과정 역시 원내 제 1야당의 자존심이 걸려 있는 만큼 '민주당 중심'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정성호 대변인은 "안 원장은 범야권 예상 후보이고 (민주당 후보와) 단일화 해 (새누리당과) 1대1 구도를 만들어야 대선에서 승리한다"며 "민주당 입장에서는 누가 후보가 되든지 그 후보를 중심으로, 민주당 중심으로 단일화가 되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는 단일화 방식은 민주당 후보와 안 원장간 여론조사를 실시하는 방식이다. 조직이 없는 안 원장이 경선에 부정적일 경우 여론조사 방식을 채택해야 하는데, 이는 경선을 통해 선출된 민주당 후보가 받아들이기 힘든 제안이다.
하지만 최근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얼미터에서 지난 7일, 10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양자대결을 펼쳤을 때 처음으로 문재인 후보(39.5%)가 안철수 원장(37.1%)을 앞질렀기 때문에 문 후보 측에서도 어떤 방식으로 해도 승산이 있다는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
한편 지난해 서울시장 선거에서 안 원장과 당시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와 단일화를 했던 방식처럼 '후보간 협상'을 통한 단일화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문 후보 측 관계자는 "안 원장이 박원순 시장에게 후보 자리를 양보한 방식으로 출마를 안 할 수 있다"며 "안 원장과 문 후보 둘이 비슷한 면이 많기 때문에 여론조사 단일화 방식보다도 후보간 우호적 협상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 박원순 시장이 13일 오후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원장과 서울시청 시장 집무실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서울시 제공)
박원순과 만남 표한 파문 
 
미묘한 시점에 안철수 원장과 박원순 시장과의 회동이 성사되 그 배경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 9월 6일 박 시장의 초대로 이뤄진 회동은  안 원장이 박 시장에게 서울시장 후보 자리를 양보한 지 1년이 된 시점에서 감사의 뜻을 전하기 위한 자리로 마련됐다. 지난해 11월 박 시장이 서울 시장 당선 직후 비공개로 만남을 가진 이후 10개월 만이다. 
안 원장 측 유민영 대변인은 "안 원장이 박 시장과 만나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서울시의 새로운 변화에 대한 기대를 전했고, 박 시장은 1년 전 상황을 회고하며 (야권 후보 단일화 과정에 대해) 감사의 뜻을 전했다"고 밝혔다. 박 시장은 회동 직후 기자들과 만나 "정치적인 얘기는 일부로라도 나누지 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두 사람의 만남은 배석자 없이 진행돼 구체적인 내용은 알려지지 않고 있다. 따라서 정치권은 안 원장이 대선 출마 선언을 앞두고 박 시장의 조언과 지원을 요청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당장 민주당은 이동 두 인사의 회동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박 시장이 먼저 만남을 제안한 것도 안 원장을 측면 지원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게 아니냐는 것이다.
게다가 박 시장은 지난달 27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 "국민들이 정당이 낸 후보보다는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처럼 정당 밖의 인물을 원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밝혀 파장이 일었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지난 서울시장 선거에서 박원순 시장은 분명 안철수 원장에게 큰 빚을 졌다"면서 "박 시장이 민주당 당적으로 안 원장에 대한 공개적인 지지는 어렵겠지만 만남 자체만으로도 지지층 결집 효과가 크다"고 말했다. 지난 서울시장 재보선 당시 50% 지지율을 구가하던 안 원장은 5% 지지율을 보인 박원순 시장에게 아름다운 양보해 박 시장 당선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또한 이번 만남을 계기로 서울시장 선거 당시 박원순 후보 캠프에서 일했던 인사들이 대거 안 원장 캠프로 합류할 가능성도 커졌다. 안 원장의 '입'으로 활동하고 있는 유민영 대변인, 금태섭 변호사 등도 박 시장 캠프 출신이다.

▲ 100만 희망 한꿈세 시민운동본부, 철수 산악회, 철수 포럼, 20만 한꿈세 회원, 철수산악회 전국 3만 회원, 철수포럼 교수단, 신지식인, 기타 610여 명이 12일 오후 서울 태평로 한국 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대학원장 대통령 국민 후보 추대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조국 교수 "安 '박원순식' 단일화, 제일 아름다운 모습"

단일화 방식과 관련해서도 여러가지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대표적인 진보성향 학자인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14일 현재 민주통합당 경선에서 과반 득표를 확보한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원장간  단일화 방식과 관련, "후보 간에 담판을 하는 것이 최고"라고 밝혔다.
조 교수는 이날 오전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 "민주당 후보와 안 원장이 서로 열심히 뛰어 각자의 지지층을 확보하고 일정시점이 되면 한쪽이 양보를 해야 정말 감동 있는 단일화가 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를테면 박원순 현 서울시장과 안 원장간 이뤄졌던 그 형태를 얘기하는 것인가'라는 질의에 "형식적으로는 그런 모습이 제일 아름다운 단일화 모습이다. (안 원장과 문 후보 모두) 사적으로 아는데 자신의 야욕을 갖고 정치를 하시겠다는 분이 아니기 때문에 (단일화는) 잘 풀릴 것"이라고 답했다. 
조 교수는 이어 민주당 후보와 안 원장간 단일화에 있어서 본인의 역할에 대해서는 "아차 잘못하면 양쪽이 서로 부딪치고 싸우는 이런 일도 발생할 수 있다 우려한다"며 "그런 일이 없도록 여러 가지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거나, 직접 나서거나 여러가지 일이 있을 것"이라며 중재자 역할에도 무게를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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