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번히 대선가도에 발목…'결자해지' 목소리

▲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가 13일 오후 강원 홍천 대명비발디파크에서 열린 2012년도 당원협의회 사무국장 연수회에 참석, 행사장 입구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의 질문을 듣고 있다.
[민주신문=강인범 기자]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의 역사관 인식 논란이 번번히 대선가도에 발목을 잡고 있다. 5.16 쿠테타 논란이 일단 소강국면에 접어들었다면 이번엔 유신의 가장 어두운 면으로 지적되는 인혁당 재건위 사건이 쟁점으로 부상했다.  박 후보의 입장 표명과 동시에 당장 유가족을 비롯 야당, 시민사회단체의 반발도 거세다.
새누리당 안팎에서도 박근혜 후보가 전향적으로 이 문제를 정리하지 않을 경우 대선 판도에 상당한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비판론이 분출하고 있다. 과거 프레임이 폐쇄적인 이미지를 구축하는 것은 물론 대선 정책과 대통합 행보 등 메인 프레임을 잠식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근혜 후보에게 선친의 이름은 후광이자 넘어야 할 거대한 산으로 자리잡고 있다. 100여일 안쪽으로 카운트다운에 들어간 18대 대선을 앞두고 위기에 봉착한 박근혜 후보가 어떤 선택을 할지 주목된다. 

5.16·유신 이어 인혁당 사건에 대한 '역사인식' 논란 대선악재 급부상 
민주 "유가족 우롱하는 발언", 새누리 안팎 전향적 입장 정리 목소리

새누리당이 '박정희 딜레마'에 갇힌 형국이다. 실타래를 풀 수 있는 것도 논란을 자초하고 있는 것도 박근혜 후보다. 박 후보는 최근 한 라디오 프로에 출연 5·16쿠데타에 대해 "역사의 판단에 맡겨야 한다. 5·16 당시 상황을 봤을 때 내가 그 때 지도자였다면, 이런 입장에 있었다면 어떤 선택이나 판단을 했을까 생각하면서 객관적으로 봐야한다"고 말했다. 특히 유신의 가장 어두운 면으로 지적되는 인혁당 사건에 대해서는 "대법원 판결이 2가지로 나왔는데 그 부분에 대해서도 앞으로 판단에 맡겨야 하지 않는가 답을 한 적 있다"고 말해 인혁당 사건 유가족 등으로부터 반발을 사고 있다.
4·9인혁열사계승사업회는 12일 성명을 내고 "박근혜 후보가 인혁당 사건 판결에 대해 '두 개의 판결'이 있다고 하는데 1975년 사형판결과 2007년 무죄 판결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그러나 2007년 무죄 판결로 1975년 판결은 사라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박 후보가 만약 2007년 판결이 부당하다고 판단된다면 '새로운 증거'를 제출해야 한다"며 "그러나 아무런 증거 없이 대법원 판결을 무시하는 것은 대법원을 부정하는 행위며 대통령 후보로서는 매우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그러면서 "박근혜 후보의 최근 발언으로 볼 때 국민 생명과 헌법 정신에 대한 인식이 철저히 결여돼 있다"며 "박 후보가 대통령이 된다면 그야말로 유신정권의 부활"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의 '인민혁명당(인혁당) 발언'이 도마 위에 오른 가운데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 앞에서 인혁당 사건 피해 유족들이 영정을 들고 박 후보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대선가도에 악재로 작용

새누리당 안팎에서는 과거사 문제와 관련 박 후보의 발언이 나올때마다 노심초사 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야권에 공세의 빌미를 제공하고 있는 것은 물론 이 문제가 지속적으로 이슈화 될 경우 중도층 표 확장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와중에 '박심'의 진의를 파악하지 못하고 당 대변인이 진화에 나섰다가 '소통부재' 논란마저 자초하고 있는 모습이다.
홍 대변인은 12일 브리핑을 통해 "오늘 당사 앞에서 인혁당 사건 관련 유족들 기자회견을 겸허한 마음으로 경청했다"며 "새누리당은 이번 유족들의 기자회견을 계기로 과거 역사 속에서 피해를 입었던 모든 분들의 상처를 외면하지 않고 치유하는 데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이어 "박 후보의 뜻도 이와 다르지 않다"며 "전날 인혁당 사건 관련 재심 판정을 인정하고 존중한다고 밝혔고 라디오 인터뷰에서도 피해 겪으신 분들과 고초 겪으신 분들에게 딸로서 사과 드리고 민주주의를 발전 시키기 위해 노력해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박 후보와 함께 원외당협위원장 간담회에 참석중이던 이상일 대변인은 즉각 "박 후보가 (당과)그런 얘기를 나눈 적 없다고 밝혔다"며 홍 대변인의 발표내용을 전면 부인하고 나섰다. 이 대변인은 홍 대변인의 발표 내용을 박 후보에게 직접 전달, 확인과정을 거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변인은 현장에서 공식 브리핑을 갖고 "홍일표 대변인의 브리핑에서 나온 얘기는 홍 대변인의 개인적인 견해일지는 몰라도 후보와는 전혀 얘기가 안된 상황에서 나온 브리핑"이라고 선을 그었다.
박 후보와 당 사이에 입장 조율이 이뤄지지 않은 채 엇갈린 내용이 발표된 것이다. 이번 헤프닝으로 당 대변인인 홍일표 의원 조차 박 후보와 직접적이고 유기적인 소통이 불가능한 상황으로 박 후보가 소수 실세로 불리는 인사들의 '인의 장막'에 갇혀 있다는 지적도 다시금 불거지고 있다.     

새누리당 내에서도 '결자해지' 목소리 

당장 새누리당 안팎에서도 박 후보의 태도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비박(비 박근혜) 대표주자중 한명인 이재오 의원이 13일 최근 인혁당 인식 논란에 휘말린 박근혜 대통령 후보를 겨냥한 듯한 글을 올려 눈길이 쏠린다.
이 의원은 이날 오전 자신의 트위터에 "새벽산행을하고내려오는데 오랜만에/깜이엄마/를만났다. 오래만이라고인사를했더니, 돌아오는 인사가 /거꾸로가는구만/냄새가나네/휭하니가버린/,여전하구먼....."이라고 적었다. 해당 글에서 '깜이엄마'는 이 의원이 설정한 가상인물로 각종 현안에 대한 비판을 에둘러 말할 때 즐겨 사용해 왔다. 박 후보의 인식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으로 해석된다.
13일 친박계 핵심 인사 중 한명인 유승민 의원은 대구지역 중견언론인들로 구성된 연구단체인 (사)아시아포럼21 초청 정책토론회에서 "과거의 프레임에 갇힌 듯한 발언으로 박빙승부로 점쳐지는 대선에 지장을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가 당내에도 많다”며 "박정희의 딸로서가 아닌 대통령 후보로서 역사를 봐야하고 국민 눈높이에서 이 문제를 매듭지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당내 소장 개혁 진영 중진인 남경필 의원은 14일 한 라디오 방송을 통해 "역사에 관련된 이야기들은 후보께서 직접 전향적인 말씀을 해서 유족들이 마음을 풀어야 국민통합으로 가는 길"이라며 박 후보의 직접적인 과거사 사과를 요구했다.
남 의원은 "전향적으로 사과할 것은 사과하고 앞으로 이런 방향으로 그런 일들이 다시는 벌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대통령이 된다면 평화롭고 자유로운 국가를 만들겠다는 의지 표명을 하는 것이 결국 유족들의 마음도 풀어드리고 현대사의 갈등을 없앨 수 있는 지도자의 길"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우리 당의 가치관이나 역사관은 당의 것이어야지 개인의 것이 돼선 안된다. 이번에 보여준 잘못처럼 자칫 개인의 견해나 발언이 당을 대표하는 것처럼 보여선 안된다"며 새누리당의 역사관을 박 후보가 담아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민주통합당 원내대표실에서 열린 고위정책회의에 박지원 원내대표가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박 원내대표는 인혁당 사건 관련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의 입장에 대해 "소통불통, 고집불통'이라며 비판했다.
야권, 박근혜 '역사인식' 집중공세 

민주통합당은 12일 최근 '인혁당 사건 2개의 판결' 발언 등으로 논란의 중심에 선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 후보의 역사인식에 대해 총공세를 펼쳤다.
이해찬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박 후보가 인혁당 가족에게 사과할 용의가 있냐는 질문에 대법원에서 2개의 판결이 있었다. 역사의 판단에 맡겨야한다고 말했다"며 "박 후보가 여러 가지 해선 안 될 말을 했다"고 비난했다.
또 "(박 후보는) 2005년도 과거사 진실위원회 결과가 나왔을 때도 발표한 내용은 한마디로 가치 없는 모함이라고 했다"며 "그런 인식을 갖고 있기 때문에 지금 와서도 그런 말을 하는 것 같다. 아직도 이런 인식을 갖고 대통령이 되려고 하시는가"라고 꼬집었다.
박지원 원내대표는 "세계에서 사법부 최종판결이 2개인 나라가 어디 있나. 박 후보가 대통령이 되는 나라는 아마 2개가 될지도 모르겠다"며 "아버지에게 효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대통령이 되겠다는 사람은 먼저 국민에게 효도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김한길 최고위원은 "박근혜 후보의 인식은 매우 부당하다. 부당한 정치권력 필요에 의해 아무 죄 없는 사람을 고문하고 처형한 것은 옛날 이야기가 아니라 이 시대의 이야기"라며 " 국민들이 잘 되새겨 보고 그 결론을 12월 투표로 말해 달라"고 당부했다.
추미애 최고위원은 "박근혜 후보의 과거사 인식을 문제 삼는 것과 일본에게 과거사에 대한 제대로 된 반성을 촉구하는 것은 똑같은 것"이라며 "과거사에 역행하는 것이 일본이고 박근혜 후보다. 그러고 보니까 닮은꼴"이라고 비꼬았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민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