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 1993년 서울 창동점 개점 이후 26년만에 분기 '적자'

지난해 3월 서울 강남구 코엑스 D홀에서 열린 신세계그룹 & 파트너사 채용박람회 개막식에 참석한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민주신문=이민성 기자]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리더십이 흔들리고 있다.

주력계열사인 이마트의 실적이 부진을 겪고 있는 가운데, 국민감정을 자극하는 내부일탈 및 사건사고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어서다. 특히 시점을 잘못맞춘 마케팅활동에 직원들의 고객비하 행위까지 연이어 알려지면서 그야말로 곤혹스런 상황이다.

 

재계에서는 신세계그룹의 이 같은 상황에 우려스런 반응을 보이고 있다. 특히 이명희 그룹 회장에 이어 범삼성가 3세인 정용진·정유경씨로의 후계승계를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잇따른 구설수가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7월 이마트 양재점에서 진행된 일본 아사히 맥주 할인행사. 사진=인터넷커뮤니티

불매운동 기류에도 日‘아사히’ 6캔 5000원 행사한 이마트

시작은 지난 7월 이마트 양재점이었다. 당시 일본 정부가 우리나라에 대해 수출규제 조치를 예고하면서 범국민적인 반일정서와 일본 상품 불매운동이 들불처럼 일어났다. 이에 국내 대표 유통업체들은 일본 제품들을 매장에서 철수시키거나, 거래 중단을 고려하는 등 일본제품 불매 움직임에 힘을 보태고 있었다.

그러나 이마트 양재점는 이런 기조와는 정반대로 일본의 4대맥주 중 하나인 ‘아사히 블랙 6캔(350mL) 5000원’ 할인 이벤트를 진행해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이런 사실은 인터넷상에서 빠르게 전파됐고, 누리꾼의 비난과 SNS 등을 통해 ‘이마트 불매운동’ 조짐으로 확대됐다.

결국 이마트 측은 이와 관련 "본사차원의 프로모션은 아니며 개별점포에서 6월부터 유통기한 임박상품을 자체적으로 가격인하해 판매하고 있었다"며 선을 그었다. 이어 "논란을 인지한 직후 행사 종료는 물론 해당 상품들을 전부 재고창고로 뺏다"고 밝혔다.

이후 이마트는 일본 맥주 발주를 중단하고 남아 있는 재고분에 대해 정상가로만 판매를 진행했으나 비난을 피해갈 수 없었다.

한국마트협회는 “아베정권의 수출규제 조치에 온 국민이 불매운동에 나서고 있는 요즘, 대표적인 유통대기업 이마트가 이윤에 눈이 멀어 쌓여있는 일본산 맥주를 이른바 ‘재고떨이’ 해보겠다는 심보에서 비롯된 매국 행위”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사진=마트노조

이마트의 日 불매운동 훼방?

비슷한 상황은 경북지역에서도 발생했다. 이마트가 일본제품 안내 거부 뱃지를 착용한 사원을 근무지에서 내쫓았다는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마트산업노동조합(이하 마트노조)에 따르면 지난달 22일 이마트 트레이더스 양산점에서 사측이 뱃지를 착용한 사원을 근무지서 내쫓은 뒤 개별 면담을 통해 뱃지 제거를 강요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더불어 이마트 지부 23개 매장서 뱃지 제거를 강요받고 있다고 밝혔다. 매장에서 뱃지를 착용한 사원들을 대상으로 사측 관리자들로부터 ‘취업규칙’ 위반으로 뱃지 제거를 요구를 받았다고 전해졌다.

이마트 측은 이번에도 “내쫓았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면서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회사 측 관계자는 “노조활동은 존중하나, 매장에서 소비자가 보기 불편한 모습을 연출하는 것은(대형마트 특성상)적절치 않다”면서 마트노조에 허위사실 유포를 이유로 강력한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마트 일렉트로마트 매니저들의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 내용을 재구성한 이미지. 사진=대구시민단체연대회의

이마트 일렉트로마트 매니저들 고객비하ㆍ성희롱 논란

일본 불매운동과 관련 잇딴 구설수에 오르던 이마트는 최근 내부직원들의 고객 성희롱 및 비하 내용이 공개되면서 다시 곤혹을 치르고 있다. 전국 이마트 일렉트로마트 매니저 수십명이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에서 여성 및 다양한 고객들을 대상으로 상습적인 성희롱 및 고객비하 발언을 일삼았다는 주장이 제기된 것이다. 

대구시민단체연대회의에 따르면 2018년 6~7월경 전국의 이마트 전자매장의 매니저들이 단체 대화방에서 고객에 대한 심한 욕설과 비하, 고객 컴퓨터 파일에 저장된 정보공유 및 여성고객들에 대한 심각한 성희롱발언, 노인 소비자들에 대한 비하 등을 해왔다고 지난 3일 밝혔다.

이어 고객에 대한 성희롱과 인권침해 사실을 인지한 제보자가 이마트 고객센터와 본사 신문고를 통해 상황의 심각성을 알렸음에도 이마트는 관련 조사를 하거나 증거 자료를 확보하는 등 적극적인 노력을 하지 않고 지금까지 방치했다고 지적했다.

대구시민단체가 공개한 대화에는 여성 고객을 대상으로 ‘돼지 같은 X들’, ‘미친 오크 같은 X' , 'XX 리액션 X같아서’ 등과 같은 욕설을 내뱉었다.

또 수리를 맡긴 컴퓨터에 저장된 남성고객 여자친구의 나체 사진을 공유하며 ‘미친X이네’, ‘소라넷 회원인가봐’라는 비하를 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다른 매니저들이 사진을 더 요구하자 "여자 몸매가 별로다"라며 평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논란이 일자 이마트 측은 "지방 애플샵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의 일탈 행위가 있었던 것으로 파악되며 물의를 일으켜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히며 "해당 내용에 대해 신속히 진상조사에 착수하고 사실관계가 밝혀지면 엄중히 징계하겠다"고 말했다.

서울 성동구 이마트 본사의 모습 사진=뉴시스

창사 첫 ‘적자’ 위기 맞은 이마트

단 두달 사이에 잇달아 구설수에 올랐던 이마트는 실적에서도 굴욕을 맛봤다. 창사 이래 첫 분기 적자를 기록하며 대형마트 1위라는 자부심에 흠집에 생겼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이마트는 올 2분기 연결기준 299억원의 영업손실을 낸 것으로 나타났다. 이마트가 분기 적자를 기록한 것은 1993년에 서울 창동 1호점 개점 후 26년 만이다. 심지어 1997년 IMF와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를 겪을 때도 분기 적자를 낸 적이 없다. 이마트 경영을 총괄하고 있는 정용진 부회장의 리더십 위기설이 나오는 배경이다. 

매출액은 오히려 4조5810억원으로 전년 동기(3조9894억원) 대비 14.8% 늘었으나 매출원가와 판매·관리비가 6748억원 가량 늘어나 적자가 발생했다.

이에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이마트의 신용등급 전망을 ‘Baa3(안정적)’에서 등급은 Baa3’으로 유지하나 등급전망을 ‘부정적’으로 낮췄다. 이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이마트의 신용등급을 기존 'BBB'에서 'BBB-'로 하향 조정하며 “앞으로 2~3년간 어려운 영업환경이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잇다른 사건ㆍ사고와 악재까지 겹친 이마트는 일단 창사 이래 첫 자사주 매입과 해외 시장 공략이라는 카드로 돌파구를 찾고 있다. 정용진 부회장이 이번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지 앞으로의 행보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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