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병원 암 '직접' 치료 불인정..금감원, 개선안 '부지급' 명분 만들어

한 환자가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추적60분

[민주신문=정현민 기자] "머리부터 골반, 다리, 뼈, 암세포가 다 퍼져서 언제 죽을지 모르겠어요" 한 환자가 시위 현장에서 이렇게 말했다.

추적60분 보도에 따르면 지난 5일, 서울 강남 한복판에 꽃상여가 등장했다. 보험금을 받기 위해 힘겨운 사투를 벌이고 있는 암환자 100여명들이 싸우지 않으면 암보험금을 받을 수 없다며 이같이 호소했다.

요즘 암은 병원 치료를 받으면 회복될 수 있는 완치가 가능한 병이다. 사람들은 언젠가 암에 걸릴 것을 대비해 가입을 하거나 생계가 어려워질 경우 암 보험을 가입하고 있다. 생명보험 기준 2017년 누적 가입자 수는 1000만명이 넘는다.

이런 가운데 국내 1위 삼생생명 보증보험증권에는 이웃사랑, 가족사랑을 목표로 고객 한 사람을 생각하며 업계 최상위 서비스를 하겠다는 내용이 약관에 명시돼 있다.

이들은 이날 암환자의 암입원 보험금을 약관대로 지급하라고 강력히 촉구했다. 삼성생명을 향한 분노의 목소리인 것이다.

시위에 나선 이정자 씨는 "요양병원에서 보험금 못받고 싸우다 죽은 언니들이 너무 많아요. 왜 생명을 가지고 담보로 장난을 처야하는지 우리가 힘들게 보험료를 낸거 달라는 건데 저흰 욕심이 없다"고 주장했다.

삼성생명서비스 한 손해사정사는 당시 요양병원 암입원보험금 부지급 결정을 내린 이유가 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똑같은 말씀드려 죄송하고 답변은 드릴 부분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그걸 엄연히 하면 암으로 인한 입원과 수술, 항암 치료받는 기간·입원 등 좁게 보면 보상을 준다. 항암 중이거나 방사선 치료 중이면 그 기간 요양병원에 입원한 내역에 대해서도 인정한다. 삼성생명에서 안준 것은 잘못됐다"고 폭로했다.

또 항암 치료나 방사선 치료 중 요양병원에 입원한 기간은 다른 보험사에서도 보험금을 지급한다고 덧붙였다.

구본기 생활연구경제 소장은 "실제로 보험사들도 '직접'이라는 용어가 모호하다는 사실을 안다. 왜냐면 어느 보험사는 '직접'이라는 이유를 들어 보험금을 지급 안하고, 어떤 보험사는 '직접'이라는 단어가 있음에도 보험금을 지급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현상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것은 보험업계 내에서도 '직접'이란 단어 해석이 어렵다. 그런 와중에 어느 보험사는 약관법에 따라 해석하고, 어느 보험사는 유리하게 해석을 안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즉 삼성생명은 요양병원의 치료를 암에 대한 '직접' 치료로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나호림 요양병원 의사는 "이 씨는 항암을 치료받는 동안 굉장히 힘들었다. 함암 치료를 받으면서 이 요양병원에서 고주파 온여치료, 자닥신주, 면역 증가강제, 압노비바스쿰, 실레나제 주사제와 먹는 약을 복용하면서 치료를 했다"고 전했다.

실제 이 씨의 소견서에는 "상기분은 상기 병명으로 요양병원에 입원 중이신 분으로 모발검사, 종양치료제 자닥신, 항악성 종양제 압노바, 고주파온여암치료, 면역 자극제 셀레나제 푸로아민, 아연주+Vitains 치료를 시행 중"이라고 적혀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공개한 '압노바비스쿰' 이란 종양의 치료, 종양수술 재발의 예방, 전암증 병소, 조혈기관의 악성질환, 골수 기능의 자극에 쓰이며 식약처에 정식으로 등록된 종양치료제였다.

요양병원 입원을 통해 도움받은 이 씨는 "1차 주사를 맞으면 2주 동안 먹지도 못하고 속이 메슥거리고, 느글거려요. 그런데 요양병원에서 놓아 주는 다가신주, 압노바비비스쿰, 셀레나제 등이 면역력을 높혀줘 버텼다"고 털어놨다.

이런 가운데 해당 요양병원에서 이 씨와 동일한 치료를 받고 삼성생명에서 암보험료비를 지급받은 이가 있어 논란이 커졌다.

삼성생명 암 보험 가입자 A씨는 "저도 왜 요양병원 암 입원 보험금을 받았는지 이유를 모르겠어요. 어쨋든 받긴 했는데, 사소한 치료 내역까지 다 확인을 하고 시비걸거 잡아내려고 하더라고요. 삼성생명이 좀 심하죠. 같은 고객인데 어떤 사람은 받았다. 못받았다. 들죽날죽이에요. 받은 사람은 운이 좋았다고 설계사들이 얘기한다"고 고백했다.

설계사 B씨는 "제가 처음에 입사해 '직접' 어떤거다, '간접'이 어떤거다"라고 구체적으로 명시했거나 약관 사진을 찍어 저희를 교육시킨 적이 없습니다. '직접'에 대해서는 암의 '직접' 치료가 아니었을 때는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습니다"라는 내용을 알고 있다고 했다.

암보험을 가입한 김근아 씨는 "저희를 찾아와 보험금 심사를 했을 때도 손해사정사라는 말을 하지 않았다. 보험사 직원"이라고 알렸다.

김 씨는 "손해사정사가 대법원 판례가 이러하니 보험금 부지급인데, 보험금 50% 받는 조건으로 화해를 안하면 50%도 안 줄 수 있다"고 얘기했다고 말했다.

이 씨는 손해사정이 "내가 보험회사랑 거래를 할거면 삼성생명이 보험 상품을 팔 때 '내가 암 걸리면 거래를 해야한다는 설명을 해줬어야 하지 않느냐, 이게 무슨 경우냐"라고 따지기도 했다.

이들은 공정하게 심사를 해야하는 손해사정사들이 본인들을 상대로 이상한 논리를 펼쳤다고 주장했다.

말기환자로 비슷한 상황을 겪은 이미화 씨는 "평소에 전 그냥 이러고 다녀요. 휘청휘청거리면서요. 지팡이 짚는 게 습관이 안돼서 지팡이는 못짚고 다녀요"라고 운을 땠다. 그는 8년 전 재발한 암이 걷잡을 수 없이 퍼져 이제 완치는 꿈도 꿀 수 없는 상황이다.

이지은 서울성모병원 종양내과 전문의는 "전이성 유방암으로 진단받으신 게 지난 2011년부터다. 이후 암세포의 뼈 전이가 여러 곳에 진행돼 머리뼈부터 전체 뼈, 골반 뼈에 전이가 됐다. 완치는 어려운 상태에서 병의 진행 속도를 늦춰 주고 증상의 조절을 목적으로 하는 치료를 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다행이 이 씨는 2004년 가입한 삼성생명 암보험을 통해 무사히 수술까지 할 수 있었다. 그러나 5년 만에 다시 재발했다. 암이 재발한 뒤 방사선과 항암치료를 하고 있다. 

2014년부터 항암으로 인한 극심한 통증을 줄이기 위해 요양병원 입원했다. 그런데 2016년 손해사정사가 내민 서류와 화해신청서, 해당 문서는 그녀가 청구한 입원비 180만원 중 90만원을 화해금으로 수령하고 향후 민·형사상 소송 등 일체의 이의를 제기하지 않은 내용이 담겼다.

또 135만원 중 67만5000원을 화해금으로 수령하고 향후 민·형사상 소송 등 일체의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적혔다.

이 씨는 "싸인을 안해주면 보험사에서 강압적으로 돈을 안주겠다"며 "나는 100% 달라 했는데 돈을 안준다고 해서 마지못해 사인을 해줬다"고 털어놨다.

또 대형병원에서 항암치료를 받고 있는 박보경 씨는 추가적인 항암 치료의 필요도 없었으므로 직접적인 항암 치료로서 적정성은 담보할 수 없다는 자문의 소견에 적힌 내용이 주목된다. 암에 대한 직접적인 치료가 추가로 시행돼야 한다는 요양병원 담당의와는 다른 소견이었다.

박 씨는 대형병원 자문의가 저를 한 번도 보지 않고, 사류상으로만 제 상태를 어떻게 판단할 수 있냐며 분통했다.

취재진은 의료자문의가 없는 서울시 C내과 과장 소속과 직책만 적혀있는 문서를 확보했다. 이 단서로 해당 병원에 의료자문을 한 이가 있는지 확인한 결과 해당 과장은 2016년 11월뿐 아니라, 그 인접 기간에도 자문활동은 하지 않았다는 답변도 입수했다.

해당 병원에 자문 의료진이 있는지 확인차 문의를 했지만 자문활동을 한 의사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삼성생명 측은 "의료자문에 대한 정보는 담당의사의 소견정보가 포함된 개인정보에 해당한다. 정보주체인 담당의사와 피보험자 모두의 동의 없이 제공이 불가하다"고 답했다.

김미숙 보험이용자협회 대표는 "직접 치료를 하는 의사가 누군지도 모르는데, 그 어떤 진료 기록이 얼마 만큼 받는지도 모르고 얼마나 전달됐는지도 모른다. 본인이 어느 정도만 입원하면 되는건데 이렇게 많이 입원할 필요가 없었다고 보험사에 회신을 한거다. 이걸 어떻게 보험금 미지금을 삼을 있나"라며 부당성을 제기했다.

삼성생명서비스 다른 관계자는 "보험사들은 의료자문을 받던 곳에서만 받거든요. D병원이라든지, F병원이라든지 그 결과가 항상 똑같이 나오는 데로만 가는 거에요. 사례가 여러 가지라도 결과는 하나다"라고 말했다.

이어 "의료 자문을 보험사에 유리하게 적어주는 의사에게 가면 보험가입자들은 자연스레 피해를  보게 된다. 자문결과는 보험사에서 의료 자문 결과를 보고, 자기들한테 유리하지 않다 싶으면 다른 업체에 의료 자문을 다시 받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그렇게 되면 보험사에 유리하게 나와 자문결과가 결국 보험가입자들에게 안좋은 상황으로 가는 것이라고 했다.

금융소비자연맹 회장은 "대부분 대형 보험사들은 자회사 손해사정법인을 보유 중이다. 그분들은 항상 보험금을 감소시켜 소비자들을 만나 보험금 삭감 이유를 찾기 위해 노력하기 때문에 그 결과가 소비자 피해로 이어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삼성생명의 지분율은 99.78%를 차지하고 있다. 대표이사는 지난해까지 삼성생명 부사장을 역임했던 인물이다.

2010년 국민권익위원회는 '직접'이라는 의미를 암과 관련없는 치료비 청구를 방지하기 위해 '직접치료'에 대해 약관에 규정없이 대부분이 보험사가 제한적으로 해석하는 보험사의 문제를 지적했다. 금감원의 명확한 '직접치료' 정의를 내리고 적용기준을 권고했다.

김정대 국민권익위 경제제도개선과 과장은 "어떤 경우가 '직접' 치료이고 '수술'인지 암 보험 약관 적용 기준을 마련하라는 권고내용이었다"며 "당국은 '직접'치료와 '수술'에 대해 일률적으로 약관에 규정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어 권고안을 이행하기 어렵다는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금감원은 2014년 암보험 약관 개선안을 마련했는데 그 내용은 놀라웠다. 보험 상품 명칭에 '직접'이란 단어을 넣어 가입자들의 혼란을 막겠다는 것일뿐 '직접' 치료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마련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실제 2013년도 삼성생명 암 보험 약관은 '치료를 '직접' 목적으로'에서 2014년 ''직접'적인 치료를 목적으로' 앞뒤 문맥만 살짝 바꿨다.

오정근 금감원 보험감리국 팀장은 "암보험은 약간 내용만 놓고 봤을 때 바뀐 건 '직접'이라는 표현이 앞에 있느냐 뒤에 있느냐, 그 차이일 뿐인데 저희는 그것과 관계없이 동일하게 보장을 할 수 있도록 지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지급 비율이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사진=전재수 민주당 의원, 추적60분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14년 27곳, 2015~2017년 4곳 총 31곳의 암 입원 보험금 약관 변경 현황을 보면 이 개선안이 보험사가 보험가입자에게 부지급하는 명분을 마련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보험료를 걷는 돈으로 운영을 잘해서 수익을 내는 것이 금융회사가 가야하는 방향이지 암보험료 걷었다가 암 걸린 보험사가 약탈적 행위를 보이고 있다"고 부연했다.

구본기 소장은 "'직접'이라는 단어를 넣어 모호성을 유지하는 거다. 결국 이전과 이후도 그렇고 보험금을 부지급하는 용도로 똑같이 활용하고 있다"며 "소비자들에게는 크게 바뀐게 없다"고 비판했다.

김 씨는 "2015년 요양병원 암보험금 청구를 했고 부지급 받는 동안 금감원에 2016년부터 민원을 제기했다"며 "모든 답변이 보험사가 답변해 오는 그대로 오더라고요. 금감원이 보험사의 대변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환자분들은 암보험 암진비, 암수술비를 모두 받았고 암 입원비 중에서 '요양병원 암입원비'가 쟁점이 되고 있다"며 "당사는 일반적으로 진단비를 주고 안주고 문제가 아니라 환자마다 케이스가 달라 약관에 따라 지급 여부가 결정된다. 현재 저희 기준에서 약관대로 지급하고 있다. 기준에 적합하지 않으면 지급이 안되는 것이다"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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