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결은 법인세법 개정 공제한도 축소 미숙지…회계업계 2위 삼정KPMG ‘망신’도

코레일 서울본부. 사진=허홍국 기자

‘당기순이익 약 2900억원대에서 당기순손실 1000억원대로’ 당기순손익이 흑자에서 적자로 바뀌는 마법 같은 일이 벌어졌다. 이는 공기업인 한국철도공사(코레일)의 지난해 회계 감사 결론이다. 그 비결은 법인세법상 개정된 공제한도 축소 사실을 미숙지하고, 회계 감사를 받은 것에 있었다.

23일 감사원이 최근 공개한 2018회계연도 공공기관 결산검사서에 따르면 코레일의 지난해 당기순손익 변화가 눈에 띈다. 당기순이익이 2893억원에서 당기순손실 1050억원으로 바뀌었다. 당기순손익 격차가 약 4000억원대다. 이는 고의로 수익을 과다 계상한 것이라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 코레일 지난해 실적은 공공기관 알리오에 공개된 손익계산서 기준으로 연 매출 6조3268억원, 당기순손실 3390억원, 당기순이익 2893억원을 각각 기록한 바 있다.

사진=감사원

4000억대 격차 왜?

4000억대 당기순손익 격차는 코레일 재무처 담당 직원들의 개정된 법인세법을 숙지하지 않은 것에서 비롯됐다. 2017년 법인세법 개정으로 이월결손금 공제한도가 축소됐는데, 이를 인식하지 못하고 100% 반영한 것이 결정적인 직원들의 실수라는 게 코레일 측 설명이다.

코레일은 지난해 6월 용산역세권 토지 환수에 따라 토지를 재평가한 결과 발생한 재평가이익 2조3153억원에 따른 법인세 6367억원을 그동안 이월결손금 9469억에 반영해 이연자산법인세 수익(법인세납부의무를 면제받는 이익)으로 계상했다는 것.

하지만 이월결손금 공제한도는 2017년 법인세법 개정으로 100%에서 60%로 축소됐다. 이것이 감사원 결산심사 과정에서 제기돼 과다계상된 3943억원을 반영했다. 이 때문에 당기순손익은 흑자에서 적자로 방향을 틀었다.

이와 관련 코레일 관계자는 민주신문과 전화통화에서 “담당 직원들이 개정된 내용을 알지 못해 발생한 실수”라며 “아직 자체 감사는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코레일은 감사원 감사 결과가 공식적으로 나와야만 자체 감사는 물론 지난해 회계 재감사 시행 여부도 판단할 모양새다. 한마디로 근거가 있어야만 움직이겠다는 입장이다.

이 같은 부풀린 실적을 바탕으로 기획재정부 공공기관 평가 B등급을 받아 임직원들에게 지급된 성과ㆍ상여금 회수 여부도 마찬가지다. 코레일은 지난해 직원 1명당 평균 1081만원씩, 총 2만8000여명에게 총 3000억원 이상 성과금 등 명목으로 지급한 바 있다.

자료=감사원

삼정 회계법인도 '망신살'

코레일의 지난해 실적을 회계감사 한 삼정KPMG회계법인도 ‘망신살’이 뻗쳤다. 회계업계 톱 5중 두 번째 큰 회계감사법인으로 전문성을 발휘하지 못했다. 관련업계에서도 이번 사안을 두고 ‘정상적인 것은 아니다’는 시각이다. 특히 회계법인이 기업회계감사를 나갈 때 개정된 관련 법률을 숙지하고 나가는 것이 기본인데 이를 지키지 못했다는 점에서 그렇다.

이에 대해 삼진회계법인 홍보팀 한 관계자는 민주신문과 전화통화에서 “회계감사 관련 사항에 대해 비밀유지 의무가 있어 알려줄 수 없다. 따로 할 말이 없다”고만 말했다. 회계 기준이 바뀌거나 할 때 보수 교육 여부 질의에 대해서는 답변하지 않았다.

코레일 회계감사법인은 경쟁 입찰로 선정되며, 한영을 시작으로 삼정-> 안진->삼정 순으로 감사를 진행해 왔다. 삼정은 올해 3년째로 계약이 만료된다. 회계법인은 3년 단위 계약으로 감사 업무를 맡아 오고 있다. 회계법인업계에서 톱 5는 매출기준으로 1위인 삼일회계법인을 비롯해 삼정KPMG, 안진, 한영, 안진 순으로 꼽힌다. 

일각에서는 코레일의 과다계상이 기재부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유리한 점수를 받기 위한 것이라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이 같은 시선은 과거 한국농어촌공사와 KDB산업은행의 허위 준공 처리과 영업이익 과장 사례가 있어 불거진 것이다.

이번 사안에 대해 코레일 측은 고의로 수익 과다계상을 시도한 적이 없고 정부경영평가 결과와 무관하다고 밝혔다. 부채비율은 이번 회계수정으로 기존 217%에서 237%로 증가하지만, 경영평가 순위에는 영향이 없고, 관계부처도 회계적ㆍ기술적 오류로 판단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코레일은 향후 정확한 경영지표를 제공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회계시스템을 보완해 나갈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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