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방적 독주에 상처뿐인 영광 휴유증 남길라

 
[민주신문=강인범 기자]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문재인 대세론’이 ‘허언’이 아니었음이 입증됐다. “지지율은 물론 캠프에도 거품이 많이 끼여 있다.”는 비문(非 문재인) 진영 인사들의 공세에도 불구 민주통합당 대통령선거 경선 초반 4연전에서 문재인 후보는 모두 1위를 차지한 것이다.  

게다가 손학규 후보의 ‘정치적 고향’으로 불리는 강원 지역 경선에서 거둔 1위는 문재인 후보의 경쟁력이 만만치 않음을 직설적으로 나타낸 부분으로도 해석된다. 이같은 상황에서 9월 중순까지의 일정동안 '비문' 진영 후보들은 문재인 후보와의 격차를 최대한으로 줄여 과반득표를 저지함으로서 결선투표를 이끌어 내겠다는 전략만이 유효한 상태다.

이후에는 전략적 합종연횡을 통해 문 후보와 일대일 대결구도를 벌일 수 있다. 하지만 그마저도 최대 표밭으로 불리는 호남과 수도권에서 지금과 같은 격차로 패배한다면 기회는 물거품이 될 수 밖에 없는 처지다. 당장 문재인 후보의 독주를 놓고 '친노 VS 비노' 당내 계파간 갈등도 수면위로 부상하고 있다. 문재인 독주구도로 인해 ‘역동성 있는 경선’이 물건너 갔다는 말과 함께 경선 방식을 놓고도 이견이 첨예하다.

'문재인 독주' 구도에 "역동성 사라졌다." 비판 속출
이해찬-김한길 경선 과정 놓고 대립각, 계파갈등 수면위 
김영환 "특정 세력 후보 선출에 영향 주고 있다" 비판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가 제주·울산·강원·충북 4개 지역 경선에서 모두 1위를 차지했다. 누적득표율을  살펴보면 2만7943표(52.29%)를 얻어 과반득표에 성공했다. 이런 추세가 지속된다면 문 후보는 결선투표를 거칠 필요도 없이 바로 당 대선후보로 확정될 가능성이 높다. 손학규 후보는 2위로 1만4723표(27.55%) 문 후보와의 격차는 1만3220표에 달한다. 김두관 후보는 8606표(16.11%), 정세균 후보는 2162표(4.05%)에 그쳤다.

하지만 문 후보도 마냥 좋아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애초 국민경선을 기치로 내세웠지만 경선 파행과 문 후보의 ‘독주’가 이어지면서 경선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도가 점차 떨어지고 있는 것이 문제다. 경선 현장의 분위기가 썰렁한 것도 이를 반증하는 대목이다. 강원 개표 결과 발표 직후 문 후보가 “이겼지만 기뻐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편으론 마음이 답답하다”고 토로한 것도 이런 심정을 나타낸 것이라 할 수 있다.

강원지역 경선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는 문재인 후보

문재인 대세론의 명암

대세론에 탄력을 받은 문재인 후보는 “경선 결과는 조직력이나 동원력이 아니라 역시 민심이 결정한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며 “초반전에 좋은 결과를 냈기 때문에 끝까지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소회를 밝혔다. 
반면 경선 전반전에서 문 후보의 독주를 막지 못한 비문 후보들은 선거인단의 규모가 큰 전북 및 광주·전남 지역 경선에서 ‘반전’을 기대한다는 전략이다.
전북의 경우 모집된 선거인단은 총 9만5707명, 광주·전남은 13만9325명으로, 현재까지 진행된 제주·울산·강원·충북의 모집 선거인단(총 9만2552명) 및 실제 투표 선거인단(5만3434명)보다 훨씬 큰 규모다.

손 후보는 강세지역으로 봤던 강원에 이어 충북에서까지 문 후보에게 1위 자리를 내주며 초반기선 제압에 성공하지 못했다. 다만 경선이 진행될수록 점차 득표율이 오르고 있다는 점을 기대하고 있다. 
김두관 후보는 현재까지 누적득표수에서 3위에 그쳤지만 향후 진행되는 경선에서 최대한 1·2위 후보와의 격차를 좁혀 역전의 발판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정세균 후보는 유일한 호남 출신 후보라는 점을 내세워 호남 경선에서 분위기 반전의 발판을 마련, 서울·경기지역에서 역전을 노릴 계획이다.

하지만 지나친 문재인 독주구도에 경선 흥행에는 비상이 걸린 모습이다. 엎치락 뒤치락’하는 묘미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지난 8월 30일 민주당 충북지역 대의원 투표 및 후보 정견발표가 진행된 청주체육관에는 태풍 ‘덴빈’이 불어 닥쳤다. 행사 전 각 후보의 지지자들은 우비를 입고 응원전을 펼치며 지지후보에게 힘을 실어줬지만, 궂은 날씨 탓에 그 열기가 달아오르지는 못했다. 현재까지 모집된 선거인단 9만2552명 중 실제 투표로 이어진 선거인단은 총 5만3434명으로 57.73%에 그친다.
이와 함께 비문재인 후보들이 문제삼고 있는 ▲당 지도부 및 선거관리위원회의 형평성 문제 ▲모바일투표 무효표 처리 논란 ▲문재인 후보 측의 전화투표 독려팀 운영 및 선거인단 모집업체 선정시 특혜의혹 역시 향후 경선 과정을 매끄럽지 못하게 만들 것으로 보인다.

8월 28일 민주통합당 강원지역 경선, 이해찬 대표,최고위원,임채정 선거관리위원장을 비롯한 민주통합당 지도부가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모습.
 

경선 방식 놓고 계파간 갈등

민주통합당 이해찬 대표와 김한길 최고위원은 각각 친노와 비노 진영의 대표격 인사로 지난 전당대회에서 맞붙은바 있다. 한동안 잠잠했던 이들의 갈등이 폭발한 것은 지난 8월 31일 확대간부회의였다. 이 대표는 충북경선과 관련 “어제 경선에서는 네 후보가 아주 페어플레이를 하면서 서로 간에 좋은 정책을 제시하는 등 경선이 잘 진행됐다”고 평가한 반면 김한길 최고위원은 “경선이 보다 역동적이고 감동 있는 경선이었으면 좋겠다. 후보들로부터 당이 계파 이기주의나 패권주의에 빠져 있다고 지적당하는 것은 매우 아픈 일이다. 이제 모든 사안을 대선 승리라는 하나의 잣대로 재단, 대선 승리에 약이 되는지, 독이 되는 일인지 생각해야 한다”며 친노 진영을 비판했다.

대선 후보 예비경선에서 컷 오프된 김영환 의원도 일련의 이같은 상황과 관련 “특정 세력이 우리 당의 대표나 대선후보 선출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경선 당시 노무현 프레임으로 대선에서 이길 수 없다고 누차 강조한 바 있다.
김 의원은 8월 31일 배포한 보도자료를 통해 이 같이 지적한 뒤 “이번 경선을 계기로 당은 ‘모발심 (모바일 표심)’에서 나타난 민심 왜곡 현상에 대해서 진지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경선이 흥행하지 못하고 있는 이유에 대해선 “2002년 노무현 후보 경선을 벤치마킹 했지만 국민들은 그런 ‘재방’에는 관심이 없다”며 “더구나 결말이 이미 보이는데, 누가 관심을 가지겠는가”라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문재인 후보가 국민적 관심을 받기 위해서는 과거 정부의 잘못에 대해 성찰하고 반성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제안한 뒤 “현재 국가위기의 원인을 새누리당과 박근혜 후보에게만 돌릴 것이 아니라 민주당 스스로 잘못한 것에 대한 반성과 성찰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강원지역 경선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는 문재인 후보

손학규-김두관 단일화 시나리오 솔솔

문재인 후보가 현재 과반 이상의 득표율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민주당 안팎에서는 호남 경선 이후 표차가 일정부분 좁혀질 경우 손학규 김두관 후보의 단일화 가능성도 시나리오 차원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문재인 후보를 이겨야 한다는 절박감은 손학규 후보가 더 절실할 수도 있다. 손 후보 측근들도 이번 대선이 “손학규 후보 정치 일정의 마지막 일 것이다” 할 정도로 비장함이 묻어나고 있다.
그동안 인물, 경륜, 능력 모든 것이 다 검증된, 그리고 도덕적인 면에서 이미 투명한 후보임을 강조했지만 이번 대선에서도 손 후보가 본선에 진출하지 못할 경우 5년 후에는 물리적 나이가 일흔살로 대선 도전 자체가 여의치 않은 상황이 된다.

이같은 설과 관련 민주통합당 김두관 대선경선 후보는 손학규 후보와 연대설을 반박하며 완주 의사를 분명히 했다.
김 후보는 8월 30일 오전 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서종빈입니다’에 출연 “민주당 경선은 김두관의 힘으로, 김두관의 비전으로 완주하고 싶다. 연대는 없다”며 “제 입장은 확고하다”고 말했다.
이어 “캠프 대변인께서 언급하는 과정에서 그렇게 와전된 것 같은데 누구와 연대하는 것은 제가 해온 정치에 반한다”며 “제가 생각하는 나라는 서민이 대접받는 나라고 빈부갈등을 극복하고 싶은 나라다. 아직 연대는 전혀 생각한 바가 없다”고 강조했다.
문재인 후보 선거대책본부가 전화투표독려팀을 운영했다는 의혹에 관해서는 “검증단에서 검증하고 있고 선관위가 조사에 착수한 것 같다”며 “문 후보님이 살아온 걸로 봐서는 절대 그런 일을 지시하실 분이 아니다”고 의견을 피력했다. 모바일투표가 경선 분위기를 좌우하는 것에 관해서는 “여론흐름이 너무 많이 반영되는 것 같아서 실제 우리 당원이나 본선경쟁력과 무관하게 가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향후 경선 판도에 관해서는 “사실은 지금까지 합한 것보다 호남지역 선거인단이 워낙 많다. 호남에서 지지해주시면 새로 도약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 때문에 기대하고 있다”며 “경남지역에서는 조경태 의원을 비롯해 함께 뛰고 있는 분들과 함께 힘을 내겠다”고 낙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민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