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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태영호, 교착국면 비핵화 협상 6자 회담 등 해법 제시(사)남북문화교류협회 주최 통일정책 강연회
  • 조성호 기자
  • 승인 2019.03.18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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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 공사가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동문회관에서 열린 남북문화교류협회 주최 통일정책강연회에서 강연하고 있다. 사진=조성호 기자

[민주신문=조성호 기자] 지난달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북미2차 정상회담이 기대와 달리 성과는 없었다. 비핵화 순서에 대한 북미 간 견해 차이가 컸다. 이런 가운데 북한 최고위급 망명 인사 중 한명으로 꼽히는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 공사가 북한 비핵화에 대한 해법을 제시해 관심을 받았다.

태 전 공사는 지난 14일 남북문화교류협회 주최로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동문회관에서 열린 통일정책강연회에서 성과 없이 끝난 북미2차 정상회담을 짚어보고 비핵화에 대한 해법을 제시했다. 강연회는 남북관계 현황과 평화통일의 방도라는 주제로 200여명의 관계자가 참석한 가운데 성황리에 끝마쳤다.

불합리한 싱가포르 합의

태 전 공사는 강연회를 통해 지난달 열린 베트남 북미2차 정상회담에 대해 싱가포르 북미1차 정상회담에서 작성된 불합리한 합의문 때문에 깨졌다고 진단했다. 실제 싱가포르 합의문 내용 원문엔 ‘미국과 북한 사이에 상호 신뢰를 구축하는 것이 비핵화 증진에 도움이 된다’라고 적시됐지만 미국 측이 당장 비핵화, 핵무기를 없애는 절차에 들어갈 것처럼 여겨 틀어졌다는 해석이다.

이 부분에서 핵심은 미국이 생각하는 신뢰구축과 북한의 신뢰구축이 의미가 완전히 다르다는 데 있다는 것이 태 전 공사 생각이다. 미국 측은 “김정은 북한국무위원장과 신뢰가 조성됐으니 핵을 포기할 것”이라고 판단한 반면 북한 측은 “미국이 먼저 제재를 풀어줘야 신뢰가 구축 한다”고 여긴 것으로 내다봤다.

또 김 위원장이 북미1차 정상회담에서 “가급적으로 빠른 시일 안에 비핵화를 하겠다”고 밝힌 것에 대해서는 대대적인 경제 원조를 받기 위함이라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가 2년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에 이를 활용하려는 전술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이용호 북한 외무상이 제1차 북미정상회담 이후 “미국에 대한 신뢰 없이는 우리 국가의 안전에 대한 확신이 있을 수 없으며, 그런 상태에서 일방적으로 먼저 핵 무장을 해제하는 일은 절대로 있을 수 없다. 평화체제의 구축과 동시행동의 원칙에서 할 수 있는 것부터 하나씩 단계적으로 실현해나가야 한다는 것이 우리의 입장이다”고 밝혀 국제공동체와 미국은 혼란한 상태에 빠졌다는 평가다.

지난 북미 2차 정상회담이 결렬되면서 북미 관계는 또다시 원점인 신뢰 문제로 되돌아갔다고 태 전 공사는 강조했다. 사진=조성호 기자

북미2차 북 의지 판가름

태 전 공사는 이 외무상 발표 후 미국 측이 북미2차 정상회담을 김 위원장의 비핵화 결단 여부를 확인하는 리트머스지 회담으로 활용했다는 평가다. 북한은 2차 회담에서 영변 핵시설을 가지고 가서 ‘영변 핵시설을 내가 폐기하겠으니 제재를 풀어달라’고 요구했고, 이에 미국은 우선 핵물질 생산 시설이라도 다 내 놓으라고 맞받아 쳤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차 회담 전 언론을 통해 “이번에 하노이에 가서 빅딜을 할 것이고, 북한에 엄청난 경제적 기적을 줄 것이다”라고 밝히면서 김 위원장을 하노이까지 불러냈다.

하지만 정작 회담장에서는 불쑥 핵 은폐 의혹을 제기하며 미국 정찰 위성과 미 정보기관이 가지고 있던 자료를 내놓아 회담이 결렬될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 연출됐다. 결국 북미 관계는 또다시 원점인 신뢰 문제로 되돌아갔고, 미국은 북한에 추가 핵시설이 있다는 것과 김 위원장이 아직까지 핵을 포기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챘다. 그렇기 때문에 태 전 공사는 북핵 해결에 있어 비핵화라는 개념이 정리돼야 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봤다. 북한은 현재 플루토늄 방식과 우라늄 농축 방식 두 가지 루트의 핵 물질 생산 공정을 다 가지고 있다고 한다.

대안은 6자 회담 로드맵

태 전 공사는 이 같은 상황에 핵 문제 해결 대안으로 6자 회담에서 합의한 로드맵을 제시했다. 2005년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한국, 북한, 일본, 러시아, 중국, 미국 등 6개 국가가 내놓은 2단계 안이 최상의 교과서라는 설명이다.

6자 회담 로드맵 첫 번째는 북한이 가지고 있는 모든 핵무기와 핵 계획을 포기한다고 선언하게 하는 것으로, 6자 회담 시 김 위원장 부친인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사인한 것을 근거로 유도하는 방법이다. 이른바 유훈 외교 전략이다.

두 번째는 핵확산방지조약(NPT)이라는 국제적 조약과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북한을 다시 복귀시켜 핵을 포기하게 만드는 방식이다. 국제공동체 앞에서 핵을 앞으로 포기하겠다는 것을 보여주면 지원을 해주는 방법이다.

이 방식은 아프리카공화국과 우크라이나, 벨라루스, 카자흐스탄 등의 핵 폐기 때 미국이 선택한 전략이다. 이들 국가는 핵 포기 선언→핵확산방지조약 가입→국제원자력기구 체계 진입을 거쳐 핵무기 리스트를 미국 측에 넘겨졌다.

특히 우크라이나 경우 핵 미사일 236개, 탄도 및 핵 탄두 1800개를 보유해 세계적으로 3번째 핵 강국이었지만, 미국이 2년에 걸쳐 없애고 마지막 핵 미사일을 절단하는 순간 우크라이나 정부에 60억불을 이체했다.

하지만 태 전 공사는 북한 핵무기가 한 단계씩 진전될수록 그에 상응하는 보상을 계속 뒤쫓다가 커지는 이런 구도는 안 된다는 주장이다. 가장 중요한 것으로는 명백히 입장을 정립하고 개념을 똑바로 세워야 한다는 것을 꼽았다.

태 전 공사는 북한의 비핵화 문제 해결 대안으로 지난 2005년 6자 회담에서 합의한 로드맵을 제시했다. 사진=조성호 기자

통일 진정성 바탕 대화 필요

통일방법 대해서는 진정성과 통일 주체를 북한 주민으로 보고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선 태 전 공사는 북한 측과 대화할 때 진정성을 갖고 대화하고 보여줘야 북한 실권자 김 위원장이 진짜 속마음을 내비칠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다.

예를 들면 북한이 가지고 있는 은폐를 다 내놓지 않으면 핵 문제 진전 안 되고, 이게 안 되면 제재를 풀지 못하고 정부가 북한을 돕자고 국민을 납득시킬 수 있는 명분도 없다. 단계를 정해 현 단계에서 핵물질과 미국 측이 요구하는 우라늄 농축 시설 리스트를 먼저 내 놓으면 진정한 협상이 가능하다는 식의 설득이다.

두 번째는 통일 주체를 북한 주민으로 보고 접근해 내부에서의 변화를 꾀야 한다는 논리다. 중요한 대목은 이 주체 문제를 국민들이 해결해야 한다는 것에 있다는 것이 태 전 공사의 생각이다. 그동안 보수정권이든 진보정권이든 이런 문제 해결 주체로 김 위원장 일가로 봤다. 실권 통치자이기 때문.

이는 과거 정부의 사례에서도 충분히 엿 볼 수 있다. 북한이 남한 측에 비료와 쌀을 달라했고 남한 측은 현금 물자 포함해 총 73억불을 지급했다. 하지만 반대급부로 남한 측은 무엇을 받아냈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는 제기다.

태 전 공사는 이 같은 실착을 하지 않기 위해서 독일 통일의 방식을 따라야 한다는 주장이다.

서독 정부는 동독에서 돈 달라할 때마다 요구 조건을 제기했다. 그 대부분이 동독 주민들의 생활과 연계된 것들이다. 서독은 동독이 돈을 요구할 때 마다 주민 TV시청 등 주민일상과 관련된 조건을 내걸었다. 이렇게 노력했기 때문에 독일은 통일 10여년 전에 동독 주민들이 서독 TV를 시청했다. 태 전 공사는 이런 준비 공정 없으면 통일이 어렵다는 진단이다.

태영호 전 공사는 지난달 열린 베트남 북미2차 정상회담의 결렬에 대해 앞선 싱가포르 회담에서 작성된 불합리한 합의문 때문에 깨졌다고 진단했다. 사진=조성호 기자

탈북민 통일 공정 마중물

이런 측면에서 태 전공사는 중국에 숨어 있는 탈북민 10만명과 한국에 있는 탈북자 3만2000명을 남북통일 준비 공정의 마중물로 활용하자는 제안이다. 정부자료에 따르면 이들이 북한에 있는 형제, 친척들에게 보내는 돈이 287만원인 만큼 민간 교류의 확대로 북한 주민의 인식 변화를 이끌어 내자는 주장이다. 이런 과정을 거쳐야 통일이 될 수 있다는 견해를 내놨다.

또 태 전 공사는 북한 내부에서 현재 엄청난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만큼 이를 인식하고 기회로 삼자고 주장했다. 이 근거로 북한 주민 90% 정도가 한국영화나 드라마를 보고 있고, 내 문제는 내가 해결한다는 자유의식이 대단히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북한 장마당 변화도 이 같은 변화의 사례로 꼽았다. 배급제가 무너지며 생긴 것은 1990년대 메뚜기장이고, 북한 당국이 계속 탄압했지만 처음엔 도망치다가 자율의식이 변화해 현재는 장마당에서 내놓고 팔고 있다.

태 전 공사는 통일 문제를 좌우 갈등 프레임에서 끄집어내 시민사회가 이것을 이끌어나가는 흐름을 만들면 통일이 될 수 있다고 봤다. 시민사회가 통일이라는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시민이 나설 때 통일이 된다는 주장이다.

한편 태 전 공사는 지난 2016년 가족들을 모두 데리고 남한으로 망명한 북한 외교관으로 당시 북한 외교관 서열 2위였다.

조성호 기자  chosh7584@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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