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신영·한투·대신에 부동산신탁사 예비인가...핀테크·리츠 등으로 공격영업, 소형업체는 존폐기로

금융위원회가 3일 신영자산신탁(신영증권과 유진투자증권 컨소시엄), 한투부동산신탁(한국금융지주와 우리은행의 컨소시엄), 대신자산신탁(대신증권) 등 3개사에 부동산신탁업 예비인가를 승인했다. 사진=민주신문DB

[민주신문=서종열 기자] 신영증권, 한국금융지주, 대신증권 등 증권사 3사가 부동산신탁업 예비인가를 취득했다.

금융위원회는 3일 임시회의를 열고 신영증권과 유진투자증권의 컨소시엄인 '신영자산신탁(가칭)', 한국금융지주와 우리은행이 참여한 '한투부동산신탁', 대신증권의 '대신자산신탁' 등 3개사에 부동산신탁업 예비인가안을 통과시켰다.

총 12곳의 금융사들이 치열한 경합을 벌인 부동산신탁업 신규 인가는 이렇게 3곳이 예비인가를 받으면서 일단락됐다. 금융위는 신청한 12개사 중 사업계획, 이해상충 방지체계, 대주주 적합성을 고려해 선정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부동산신탁사는 기존 11곳에서 14곳으로 늘어나게 됐다.

최종구 위원장은 "지난 10년간 신규 업체가 없던 부동산신탁 시장에 새로운 플레이어가 등장했다"면서 "예비인가를 받은 3곳이 시장의 '메기'가 될 수 있도록 혁신적인 사업모델을 구축·운영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신탁시장 무한경쟁 체제로

대형 금융사들이 신규 신탁사로 선정되면서 부동산신탁업계는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막강한 자본력을 갖춘 신규 업체들이 공격적인 영업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면서 신탁시장이 무한경쟁 체제로 재편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서다.

부동산신탁사업은 부동산소유주에게 권리를 위탁받은 신탁사가 해당 부동산의 권리와 처분, 개발을 맡고 수수료를 받는 사업이다. 다양한 부동산 관련 사업을 할 수 있어 지난해 상반기만 해도 신탁업체들의 순익이 2853억원대에 달하는 등 최대 호황기를 맞았다. 특히 영업이익률이 최고 60%에 달해 대형 금융업체들은 신탁시장에 큰 관심을 가져왔다.

그러나 2009년 이후 부동산신탁사는 11개 업체가 시장을 과점해왔다.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만 새사업에 진출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새롭게 3곳이 인가를 받으면서 업계에서는 치열한 경쟁이 벌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새롭게 신탁사로 선정된 3사는 모두 증권업을 주력으로 삼고 있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성장성과 수익률을 우선으로 삼는 증권사들이 가장 적극적으로 신탁업 진출에 나섰다는 점을 볼 수 있다. 증권사들은 최근 덩치경쟁을 통해 투자은행 사업에 나서고 있지만, 전통적인 수익원인 수수료 수익 외에 새로운 먹거리가 딱히 없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신탁업은 증권사들에게 새로운 수익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증권사들은 최근까지 프로젝트파이낸싱을 통해 부동산사업에 대한 노하우를 쌓아왔다. 상당수의 증권사들이 개발에서 투자, 분양에 이르는 전 과정을 취급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게 건설업계의 분석이다. 여기에 증권사의 여신·신탁 기능을 잘 활용하면 기존 신탁사보다 휠씬 더 저렴하게 사업비용을 조달할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다.

금융위 역시 신규 신탁사 심사 과정에서 이점을 높이 산 것으로 보인다. 증권사들이 갖고 있는 부동산개발 노하우에 핀테크, 리츠, 펀드 등 신규사업을 활용하면 신탁업 저변 확대에 기여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는 후문이다.

대형금융사들, 신탁업 진출 이어지나

금융권은 이번 신규인가 외에도 대형금융사들의 부동산신탁업 진출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른바 4대금융그룹으로 불리는 대형 금융사들이 잇달아 부동산신탁업체를 인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KB금융은 이미 KB부동산신탁을 보유 중이며, 하나금융도 하나자산신탁을 계열사로 두고 있다. 여기에 신한금융그룹이 지난해 10월 아시아신탁을 전격 인수했으며, 우리금융지주는 이번 한국금융지주와 함께 신규 인가를 받은 것과 별개로 신탁사 인수를 추진 중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자본력과 자금조달 능력이 높은 금융사는 더 저렴한 비용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고, 소비자신뢰도도 높아 사업성이 좋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대형 금융사들이 신탁업에 잇따라 진출하면서 신탁시장에는 전운이 감돌고 있다. 규모의 경제에서 밀릴 수밖에 중소형 신탁사들의 경우 신규 및 대형업체들의 등장으로 향후 수익 감소는 물론, 인력유출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어서다. 이 때문에 벌써부터 일부 업체가 매물로 등장했다는 루머도 나오고 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중소형 신탁사가 대형업체와 경쟁하는 것은 어려울 싸움이 될 수밖에 없다"면서 "생존을 위해서는 전문성을 갖춘 스페셜리스트가 되거나, 대형업체와의 파트너십을 맺어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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