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월간 합동 실태조사...5000억대 자금조달, 자금사용내역 불투명·현행법 위반 사례도 적발

비트코인 주화 모형. 사진=뉴시스

[민주신문=조성호 기자] 정부가 암호화폐공개(ICO) 금지 기조를 당분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지난해 실시한 ICO 실태조사 결과 5000억원 규모의 자금 사용 내역이 불투명하고 현행법 위반 소지 사례가 적발되는 등 투자 위험성이 높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이에 따라 암호화폐 관련 업계와의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그동안 관련업계와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서 정부에 대해 최소한의 ICO 허용이나 규제 마련을 요구하고 있지만 이번 조사 결과로 정부의 ICO 금지 방침이 더욱 공고화됐기 때문이다.

국무조정실과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등은 국내기업의 임의 협조에 따른 징구, 백서‧홍보자료 점검 등을 토대로 지난해 9월부터 3개월간 22개 기업에 대한 ICO 실태를 점검하고 그 결과를 31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이들은 국내 ICO 금지 방침을 우회하기 위해 싱가포르 등 해외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해 형식만 해외 ICO 구조로 진행했다. 페이퍼컴퍼니는 ICO 자금모집 외에는 다른 업무는 없었으며, 국내기업이 개발 및 홍보업무 등을 총괄하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즉 해외에서 실시한 ICO지만 한글 백서를 비롯해 국내 홍보 등을 통해 사실상 국내 투자자를 통한 자금모집이 이뤄졌다는 설명이다.

이들 22개 기업이 ICO를 통해 모집한 자금은 모두 5664억원으로 1개사 평균 330억원 수준으로 나타났다. 자금모집은 2017년 하반기 이후 진행됐다.

현행법 위반 소지 사례도 적발됐다. P2P 대출 유동화 토큰 발생‧거래, 암호화폐 투자펀드 판매 등 자본시장법상 무인가 영업행위는 물론 ICO와 관련한 중요사항을 과다하게 부풀려 광고하는 등 사기죄 위반 사례도 발견됐다.

금감원은 “ICO와 관련한 회사개황, 사업내용, 재무제표 등 중요한 투자판단 정보는 공개되지 않았다”며 “또한 개발진 현황이나 프로필 역시 기재하지 않거나 허위 기재 우려가 높았다”고 설명했다.

특히 “ICO를 통해 계획한 프로젝트는 금융, 지불‧결제, 게임 등이 있었지만 실제 서비스를 실시한 회사는 없었으며, 사전테스트 단계나 플랫폼을 개발 중인 상황으로 확인됐다”면서 “프로젝트 내용이 난해하고 블록체인 기술 및 IT관련 전문용어에 대한 이해도 어려웠으며 프로젝트 진행경과의 경우에도 투명한 정보 공개가 부족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정부는 이번 조사결과에 따라 ICO 금지 기조를 당분간 계속 이어갈 방침이다. 정부가 ICO 가이드라인 등을 제시하는 경우 투자 위험이 높은 ICO를 공인한 것으로 오해할 수 있고 투기과열 현상이 재발돼 투자자 피해 확산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현행법 위반소지 사례에 대해서는 수사기관에 통보하는 등 사기‧유사수신‧다단계 등 불법적인 ICO에 대해서는 신속하고 엄정하게 대응해 나갈 계획”이라며 “다만 정부가 규제하는 것은 자금모집수단인 ICO이지 블록체인 기술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민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