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2700억원 순익에 배당은 5000억원?...SC그룹에서 1000억원대 투자유치? 이자내는 빚 논란

SC제일은행이 16일 임시이사회를 열어 대주주인 SC그룹에 5000억원의 중간배당금을 내주고, 대신 후순위채권 6000억원을 발행키로 결정했다. 사진=민주신문DB

[민주신문=서종열 기자] 한 해 순익의 두 배를 배당한다?

스탠다드차타드제일은행이 5000억원대의 배당금을 본사로 보낸다. 지난해 당기순익(2700억원)의 두배에 달하는 규모다. 이 배당금을 마련하기 위해 6000억원대의 후순위채권까지 발행하기로 결정해 금융권의 논란의 되고 있다. 

16일 SC제일은행은 임시이사회를 통해 5000억원에 달하는 중간배당을 결정했다. 2005년 스탠다드차타드(이하 SC그룹)에 인수된 SC제일은행의 최대주주는 SC그룹으로 은행 지분 100%를 보유 중이다. 사실상 5000억원대의 중간배당을 모두 SC그룹에 몰아주는 셈이다. 

대신 SC제일은행은 SC그룹의 은행인수 조건이었던 10년 만기 원화 60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권을 발행키로 했다. 후순위채권은 SC제일은행이 부실은행으로 지정되는 최악의 경우 채권보유자의 동의 없이 상환의무가 없어지는 조건부 채권이다. 이런 조건 때문에 사실상 자기자본이 되는 장점이 있지만, 평소에는 이자를 내야 하는 빚에 가깝다. 

금융권에서는 SC제일은행의 이 같은 결정에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SC그룹이 SC제일은행에서 5000억원을 배당으로 받은 후, 6000억원대의 후순위채권을 인수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사실상 배당도 받고, 채권도 챙기고, 이자도 받는 그야말로 최상의 시나리오이기 때문이다. 

SC제일은행은 이 같은 금융권의 우려에 "중간배당금 이상의 채권을 발행해 SC그룹에 매각하는 만큼, 차액인 1000억원대의 투자를 유치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종복 SC제일은행장 역시 "국내 은행 중 선도적으로 글로벌기준에 부합하는 자본구조을 고려하는 동시에 SC그룹의 투자확대도 이뤄졌다"고 밝혔다. 

그러나 금융권은 SC제일은행의 해명을 일축하는 분위기다. 박 행장이 밝힌 글로벌기준은 곧 'BIS(국제결제은행) 비율'을 의미하는데, 이 비율은 높이는 가장 좋은 방법은 증자이기 때문이다. 증자를 거치면 보통주 자본비율, 기본자본 비율, 자기자본 비율이 모두 올라가지만, 후순위채권은 자기자본 비율만 높아지기 때문이다.

특히 2005년 SC제일은행 인수 이후, 2008년까지 꾸준하게 증자를 했던 SC그룹이 지난 10년간 추가투자를 하지 않은 점도 논란거리다. 증자가 아닌 채권 인수는 투자처럼 보이지만, 이자를 내야 한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SC그룹은 2008년 이후 SC제일은행에 추가투자를 하지 않고, 배당만 챙기고 있다"면서 "이번 상황만 보면 SC그룹의 SC제일은행에 대한 투자의지가 약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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