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문화재연구소, ‘북한 고구려 고분벽화 모사도’ 도록 발간

각저총 씨름 모사도, 2000년대

[민주신문=양희중 기자] 국립문화재연구소가 북한과 중국 동북지역에서 발굴된 고구려 고분 21기에 남은 벽화를 실은 모사도의 역사적 배경과 문화유산 기록물로서의 가치를 새롭게 밝힌 ‘북한 고구려 고분벽화 모사도’ 도록을 발간했다.  
  
지난해 한성백제박물관과 교류 협력 약정을 체결한 국립문화재 연구소는 고분벽화 모사도의 국내 최대 소장처로 알려진 박물관이 소장한 북한 제작 고구려 고분벽화 모사도 125점과 벽화 고분 모형 5건을 조사했다. 

박물관측은 1990년대와 2000년대 초 북한에서 제작된 고구려 고분 벽화 모사도와 모형을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와 개인 소장가로부터 기증받아 관리하고 있다. 

도록에 담은 모사도는 사실주의 화풍을 지향하는 북한 미술 창작 단체인 만수대창작사 소속 화가들이 제작했으며 안악 1·2·3호분, 강서대묘, 강서중묘, 진파리벽화분, 덕흥리 벽화분, 호남리 사신총 등 평양과 황해도 일대에 있는 주요 벽화무덤 15기와 장천 1호분, 무용총 등 중국 지안(集安) 지역의 벽화무덤 6기에 그려진 그림을 모사했다. 

연구소 관계자는 “벽화에는 고구려 생활풍속을 비롯해 별자리, 인물 모습이 자세하게 남았다. 모사도는 여러 화가가 함께 그리는 집체화(集體畵) 방식으로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고구려 고분벽화 모사는 일제강점기에 무덤을 발굴할 때 석실 내부를 기록하려고 시작됐다. 남북이 분단되면서 북한은 역사적 정통성을 내세우고자 고구려 고분벽화 우수성을 강조했다”고 말했다.

도록에는 약 70년에 걸쳐 축적된 고구려 고분벽화 제작기법에 대한 연구 성과와 북한 조선화의 사실주의 화풍이 담겼는데 주로 생활풍속과 사신, 별자리, 인물 그림 등 다양하다. 

북한 고구려 고분벽화 모사도, 강서대묘 속 현무 모사도, 2000년대

사실 고구려 고분 벽화 모사는 일제강점기 시절 고분 발굴 당시에 석실 내부를 기록하는 수단으로 시작됐다. 북한 모사도는 일제강점기에 제작된 모사도에 비해 벽화의 박락과 오염 상태가 사실적으로 기록됐다. 모사와 복제가 거듭되는 과정에서 원본과 차이를 거의 느낄 수 없을 정도로 정교하다.  

문화재청은 화폭 위에 생생하게 재현된 북한 고구려 고분벽화 모사도는 남북 분단으로 현장을 직접 가 볼 수 없는 우리에게 벽화의 최근 모습을 엿볼 수 있는 중요한 자료로 평가하고 있다. 또 오랜 세월에 걸쳐 꾸준히 제작된 만큼 벽화의 상태에 관한 정보도 추적할 수 있다. 
  
문화재청은 이 점에서 도록의 발간은 세계문화유산인 고구려 고분벽화의 보존을 위한 남북 공동의 노력이 재개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도 기대하고 있다.

‘북한 고구려 고분벽화 모사도’ 도록은 국공립 도서관과 국내외 연구기관 등에 배포할 예정이다. 원문은 국립문화재연구소의 문화유산연구지식포털 사이트 (http://portal.nrich.go.kr)에서 열람할 수 있다. 

수산리 벽화분 여자 시종들 모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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