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모 낙태시키고 노래방 강제취업”

▲ 대검찰청은 지난 4월 18일 ‘불법사금융 피해신고 센터’(본부장 대검 형사부장 검사장 백중수)를 설치, 불법사금융과의 전면전에 나섰다.

불법 대부업자로부터 빌린 돈을 갚지 못해 유흥업소에 강제취업 당한 여대생의 아버지가 이 사실을 알고 목숨을 끊는 사건이 발생한데 이어 불법 대부업자의 돈을 갚지 못한 지적장애인 임산부는 강제로 낙태 당하고 노래방 도우미로 강제취업 당하는 피해가 발생했다. 이에 정부는 ‘사금융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불법 사금융 척결방안’을 발표했다. 집중신고와 단속을 통해 불법 사금융 뿌리를 뽑겠다는 게 정부의 의도지만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불법 사금융을 완전히 뿌리뽑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역대 정권이 불법 사금융 척결을 정책 목표로 내세웠지만 여전히 불법 사금융이 활개치고 있다는 점도 그런 방증이다.

연 수천% 살인금리에 심야 독촉전화, 유흥업소 강제취업까지 회수 수법 악질
지난해 피해신고만 2만5천건, 정부 특단대책 자칫 서민들 돈줄만 조일까 우려

현재 불법사금융 시장의 규모는 대략 20조에서 30조 수준으로 추정되며 이는 지난 200년 16조 5,000억원에 비해 약 2배에 달하는 규모이다. 사금융은 경기체감에 민감한 취약계층이 주된 고객으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후 시중은행들의 부실채권 규모가 증가하면서부터 불법 대부업체들이 기승을 부리기 시작했다.

불법 사금융 실태 어떻길래

지난 4월 19일 광주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불법 채권 추심으로 채무자를 괴롭혀 온 대부업자 6명을 대부업법 위반 등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대부업자 조모씨(25)는 보증채무로 인해 급전이 필요한 한 여교사에게 지난해 말 290만원을 빌려주고 70일만에 이자와 원금 명목으로 340만원을 챙겼음에도 불구하고 120만원을 더 갚으라고 협박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한 김모씨(29)는 다방 여종업원을 상대로 돈을 빌려주는 대부업자로 지난 2009년 5월쯤 다방 여종업원 B씨에게 100만원을 대출해주면서 선이자 6만원을 공제하고 65일간 매일 2만원씩 받거나 100만원을 빌려주고 난 후 한달 뒤 120만원을 받는 속칭 ‘달돈’을 챙겨 각각 연이율 381.6%, 240%를 수수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경찰에 따르면 조씨는 A씨의 직업이 교사라는 점을 이용해 A씨가 근무하는 학교에 여러차례 찾아가 돈을 달라고 요구하는가 하면 교장과 교감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돈을 빌려줬는데 한 푼도 받지 못했다”고 허위사실을 유포하기도 했다. 또 시교육청 및 국가인권위원회 등의 게시판에 ‘교사에게 400만원을 빌려줬는데 3달 동안 돈 한 푼 안 준다. 교육감님 도와주십시오. 이게 교사가 할 짓입니까’라는 게시물을 올린 것으로 밝혀졌다. 이로 인해 A씨는 우울증을 호소,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으며 이들이 학교에 찾아올 것이 두려워 수업을 제대로 진행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는 다방 여종업원들이 빚을 갚지 못하면 ‘자폭하라. 시집가더라도 너를 잡겠다’ 는 등의 문자메시지로 협박하거나 피해자 주거지로 찾아가 폭언을 하며 ‘피눈물 흘리기 전해 차용증을 써라’ 등의 말로 위협을 가했다.

‘사금융과 전면전’ 실효성 논란 왜?

이번 사건은 정부가 ‘불법 사금융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나서부터 처음 적발됐다. 지난 4월 17일 김황식 국무총리는 ‘불법 사금융 척결방안’을 발표하고 불법사금융과의 전면전에 나섰다. 신고대상은 최고이자율 연 30%를 넘는 미등록 대부업자나 사채업자, 대부업법(최고이자율 39%)을 어긴 등록대부업체, 폭행·협박·심야 방문 등 불법 채권추심, 대출사기, 보이스피싱, 불법 광고 등이다.

이어 대검찰청은 행정안전부, 경찰청, 국세청, 금감원 등 관계기관으로 구성된 ‘불법사금융 합동 수사본부’(본부장 대검 형사부장 검사장 백중수)를 설치, 중요사건의 경우 범죄행위에 대한 처벌 수위를 결정짓는데 도움을 줄 수 있도록 수사한 검사가 직접 공판에 참여할 수 있게 했다. 또 경찰청도 다음달 31일까지 1차 특별단속을 실시하며 이를 위해 지방청별 전담수사팀 16개를 만들고, 사금융수요가 집중된 서울 등 도시지역 30개 경찰서에 전담수사팀을 운영한다. 아울러 지방청별로 ‘불법사금융 전담신고센터’를 설치·운영하고 112와 경찰청 홈페이지, 각급 경찰관서 방문신고 등 신고체계를 마련했으며 사금융 수요가 많은 지역에는 ‘이동식 신고센터’를 운영한다.

미등록 대부업체나 불법추심회사들이 기승을 부리기 시작한 것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후 시중은행들의 부실채권 규모가 증가하면서부터이다. 사금융은 경기체감에 민감한 취약계층이 주된 고객이다. 현재 불법사금융 시장의 규모는 대략 20조에서 30조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며 이는 지난 2008년 16조 5,000억원에 비해 약 2배 가까이 늘어난 규모이다. 사금융의 의존 경향은 2009년 약 130만명에 비해 2011년 약 274만명을 돌파했으며 대부업 대출잔액 또한 2009년 5조2,000억원에서 8조 6,000억원으로 크게 뛰었다.

이어 금융감독원에 접수된 사금융 관련 상담 및 피해신고 건수는 지난 2009년 6,114건이었으나 2011년 2만 5,535건으로 급증했으며 대출사기로 인한 피해신고도 2010년 794건에서 2011년 2,357건으로 늘어났다. 또 불법 고금리 대출은 748건에서 1,001건으로, 불법채권 추심도 1,136건에서 2,174건으로 약 2배가 증가했다. 정부가 여러 차례 실시한 불법사금융을 단속을 비웃기라도 한 듯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가고 있는 실정이다.

반면 불법사금융의 처벌은 미약하다. 처벌은 대부업법상 5년 이하 징역, 5,000만원 이하 벌금 등의 벌칙이 규정돼 있으나 통상 300만원이하 약식벌금형이나 기소유예 등 가벼운 처분을 받는다. 이에 피해자는 처벌을 받은 불법 대부업자가 보복을 할 수 있다는 두려움에 신고조차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법의 심판이 강화되지 않는 이상 앞으로 계속해서 정부에서 사금융에 대한 단속을 실시하더라도 불법사금융은 계속해서 활개를 칠 것이라는 전망이다.
장민서 기자 kireida87@naver.com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민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