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거래 1조원대 일감몰아주기 선제대응 관측...현대차그룹 3세경영 신호탄 분석도

현대오토에버가 22일 코스피 상장을 위한 예비심사를 청구했다. 현대오토에버의 1대주주는 현대차이며,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도 전체 지분 중 19.47%를 보유하고 있다. 사진=민주신문DB

[민주신문=서종열 기자] 현대차그룹의 시스템통합(SI)업체인 현대오토에버가 코스피 상장에 나선다.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현대오토베어는 22일 코스피 상장을 위한 예비심사를 신청했다. 현대오토에버는 "4차 산업혁명 등 미래산업 패러다임 전환기를 맞아 상장을 통한 R&D 투자자금을 조달하고 기업 인지도 제고 및 우수인재 확보를 통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밝혔다. 

2000년 설립된 현대오토에버는 현대그룹에서 현대차그룹이 분리된 후 현대정보기술이 맡았던 자동차 부문을 넘겨받으면서 설립됐다. 이후 그룹 내 시스템통합 업무를 주력으로 컨설팅, 엔지니어링 서비스 등을 영위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액은 1조1587억원, 영업이익 606억원을 기록했으며, 지난 9월 오일석 대표가 취임했다. 상장예비심사 신청주간사를 NH투자증권이 맡았다.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비한 선제대응책?

재계에서는 현대오토에버의 상장추진 배경으로 공정거래위원회의 일감몰아주기 규제 강화를 지목하고 있다. 공정위는 지난 8월 발표한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통해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이 되는 회사의 총수 일가 지분 기준을 '30%(상장사) 이상에서 20% 이상'으로 강화하는 내용을 포함했다. 이들 기업들이 지분 50%를 초과해 보유한 자회사도 규제 대상이다. 

현대오토에버는 지난해 말 기준 최대주주인 현대자동차 및 특수관계자가 전체 지분의 90.3%를 보유 중이다. 이중 정의선 부회장이 19.47%를 갖고 있다. 공정위의 개정안 규제대상은 아니지만, 정 부회장의 보유 지분이 규제기준에 근접해 재계의 주목을 받았다. 

게다가 현대오토에버는 그룹 내 SI업무를 맡고 있어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 편이다. 지난 6월 기준 전체 매출의 90% 이상을 계열사간 거래를 통해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내부거래 규모가 1조원을 넘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재계에서는 현대오토에버가 상장을 통해 정 부회장의 지분을 낮추게 되면 일감몰아주기 논란을 해소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상장 이후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자들의 지분을 낮춰야 하는 만큼 정 부회장의 보유지분 역시 낮아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은 그러나 "현대오토에버의 상장 예비심사 신청은 총수일가의 일감몰아주기 논란과 관련없다"고 밝혔다. 이미 총수 일가의 지분율이 규제기준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대신 이번 상장신청은 사업확장을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오토에버 측은 "산업환경이 급변하고 기존과는 전혀 다른 경쟁이 이뤄지고 있어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상장을 신청한 것"이라며 "상장이 완료되면 정보통신기술 경쟁력 확보를 목표로 적극적인 혁신을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배구조에도 변화 올까?

재계 일각에서는 현대오토에버의 상장 예비심사 신청 이후 상장이 완료되면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에 대대적인 변화가 시작될 것이란 관측도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정 부회장은 ▲현대차 2.35% ▲기아차 1.74% ▲현대글로비스 23.29% ▲현대위아 1.95% ▲현대엔지니어링 11.72% ▲현대오토에버 19.47% 등 여러 계열사의 지분을 보유 중이다. 

증권가에서는 현대오토에버가 상장될 경우 정 부회장이 약 600억원 안팎의 현금을 보유하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장외시장에서 현대오토에버의 주당 가격이 약 15만원 선에 평가되고 있어서다. 이를 감안하면 정 부회장은 현대오토에버가 상장된 후 공모가 기준으로 보유 지분 전량을 매각해도 약 1000억원 이하의 현금을 가질 것으로 금융권은 보고 있다. 

그러나 증권가에서는 정 부회장의 안정적인 경영승계를 위해서는 순환출자를 구조를 이루고 있는 모비스 지분매입에만 약 5조원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사실상 이번 현대오토에버 상장을 통해 기대되는 수익으로는 현대차그룹 경영승계를 논하기에는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다만 상장 이후 현대차그룹을 주목해야 한다고 증권사 관계자들은 입을 모았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현대차는 이미 다이모스와 파워텍을 합병하며 계열사 정리에 나섰다"면서 "현대오토에버를 시작으로 그룹 지배구조와 관련해 큰 변화가 시작될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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