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바다에서의 도전과 성공(30)

<‘황금가스전’을 시작하며>

황금의 나라 미얀마에서 미얀마어로 ‘황금’이라는 뜻을 가진 ‘쉐(Shwe)’가스전은 국내 석유개발업계가 지난 수십 년간 해외에서 발견한 유전·가스전 중 최대 규모다. 또한 쉐 가스전은 프로젝트 선정에서부터 개발·생산까지의 모든 과정을 한국 자체의 기술력과 인력으로 주도해 온 프로젝트다.

미얀마 전역의 자료를 검토하여 광구를 선정하는 작업에서부터 탐사작업과 시추작업은 물론이고 파트너 영입, 가스전 발견 후의 평가작업, 그 이후에 진행된 가스판매를 위한 협상과 계약, 가스전 개발계획과 시공사 선정, 개발작업 감독, 생산에 이르기까지의 모든 과정을 외국 회사의 도움 없이 자체적으로 실시하였다는 점에서 국내 석유개발업계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고 할 수 있다.

대우인터내셔널이 가스를 발견한 미얀마 서부 해상 지역은 1970년대 미국과 프랑스, 일본 회사들이 탐사를 하여 유전이나 가스전 발견에 실패하고 철수한 후 20년 이상 어느 외국 회사도 관심을 두지 않던 버려진 지역이었다. 외국의 유수한 회사들이 탐사에 실패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 지역의 자료를 분석한 끝에 가스 발견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판단하였다. 과거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탐사개념을 도입하고 이를 근거로 인공지진파 탐사와 시추를 실시하여 세계적 규모의 대규모 가스전을 발견하게 되었다.

탐사작업을 하는 동안 여러 가지 난관에도 부닥쳤다. 사업에 공동으로 참여하던 인도 파트너들이 더 이상 가능성이 없다고 철수한 상황에서도 단독위험부담으로 측면시추를 강행하여 가스전 발견에 성공하였던 일도 그 중의 하나다. 탐사가 진행되는 동안의 일련의 긴장된 순간들 뿐만아니라, 그 이후 진행된 가스판매를 둘러싼 치열한 협상과정, 막대한 투자비가 들어간 가스전 개발을 위한 준비작업과 개발공사 중 일어난 여러 가지 어려움 등 실로 긴박한 과정을 거쳐 왔다.

이러한 소중한 경험들을 독자들과 나누어, 석유자원에 대한 중요성과 개발의 필요성에 공감하시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미얀마 가스전에 대한 글을 쓰게 되었다. 석유개발에 대한 일반인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석유개발에 관한 지식도 간간히 소개하였다. 그 동안 미얀마 가스전 사업을 위해 혼신의 노력을 기울여 온 모든 동료들과 아낌없이 지원해 주신 여러 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또한 자료와 사진을 제공하고 원고를 검토해 주고 그래픽을 도와주는 등 여러 가지 방법으로 도움을 주신 많은 분들에게도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 원고에 등장하는 인물들 중 특별하고 마움을 주신 분들은 실명과 당시의 직급을 언급하였는데, 사전에 양해를 구하지 않았더라도 너그러이 이해해 주시리라 믿는다.

대우인터내서널 미얀마 해상 플랫폼. 사진=포스코대우

개발공사 입찰과 입찰 발주 전략

가스전 자원량 평가작업이 한창 진행 중이던 2005년 11월부터 우리는 가스전 개발을 위한 타당성 조사를 시작했다. 영국의 제네시스(Genesis)라는 엔지니어링 회사를 고용해 가스전 개발을 위한 여러 가지 방안 중 쉐 가스전 프로젝트에 가장 적절한 방안이 무엇인지 조사하고 이것에 대한 개발비용을 산정했다.

2006년 8월 끝난 타당성 조사 결과는 가스전 개발 입찰을 위한 기본 자료로 활용된 것은 물론, 경제성 확보를 위한 가스가격을 결정하는 자료로도 활용할 수 있어서 CNPC와의 가스 협상 때 아주 유용하게 활용됐다.

일반적으로 해상가스전 개발은 타당성 조사를 한 다음, 기본설계 단계를 거쳐 생산플랫폼과 해상가스관을 설계, 제작, 설치하는 본 공사를 하는데, 본 공사에만 보통 3~4년이 소요된다. 또한 공사를 위한 입찰, 입찰 평가, 승인에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기본설계를 통해 실질적인 가스전 개발이 시작되는 것이므로, 원래는 가스판매 협상이 완료된 후 기본설계를 시작하려고 했다.

그러나 가스판매 협상을 하는데 이미 상당한 시간을 보내버렸기 때문에 더 이상 시간을 지체할 수 없어 가스판매 협상이 진행되는 동안 우리는 기본설계를 시작하기로 결정했다.

기본설계와 본 공사 입찰방법에 대해 심사숙고한 끝에, 우선 기본설계 입찰을 통해 2개 회사를 선정해 2개 회사 모두에게 기본설계 작업을 맡긴 다음, 기본설계를 수행한 두 회사를 대상으로 본 공사 입찰을 실시해 두 회사 중 하나를 본 공사의 시공사로 선정하기로 했다.

기본설계 입찰

우리는 우선 해양플랜트 공사에 있어 이미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한국의 조선 3사를 각각 서울 본사로 불러 프로젝트 개요와 향후 기본설계, 본 공사에 대한 입찰 전략을 설명했다. 대우조선해양은 담당 임원과 함께 여러 명의 실무진이 참석해 가장 적극적인 관심을 보였다.

“대우조선해양과 대우인터내셔널이 지금은 비록 법적으로 아무런 관계가 없는 회사가 됐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한솥밥을 먹던 같은 대우가족의 일원이었으니 당연히 대우조선해양이 수주를 해야 되지 않겠습니까?”

“우리도 그랬으면 좋겠습니다만, 일단 기본설계 입찰에서 대우조선해양이 경쟁력 있는 가격을 제시해야만 본 공사에 참여할 기회를 가질 수 있습니다.”

발주자인 우리로서는 당연히 원론적인 얘기를 할 수밖에 없었다. 현대중공업 역시 우리 프로젝트가 놓쳐서는 안 되는 대형 공사라는 것을 알고 담당 임원이 직접 참석해 매우 적극적인 관심을 표명했다.

하지만 현대중공업 입장에서는 대우인터내셔널이 대우조선해양에 본 공사를 주려고 하지 않겠느냐고 지레 우려를 표명했다. 이에 “이번 일은 인도 파트너들과 미얀마 정부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 다국적 프로젝트이므로, 기본설계와 본 공사 모두 엄격하고 공정한 입찰절차를 통해 진행될 것입니다”라며 경쟁력 있는 여러 회사들이 입찰에 참여해 경쟁하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었다.

2008년 6월 기본설계를 위한 국제입찰 공고가 나가고 나서 3개 그룹이 입찰에 참여했다. 첫 번째 그룹은 대우조선해양을 대표로 이탈리아의 사이펨(Saipem)이 참여하는 그룹이었고, 두 번째는 프랑스 테크닙(Technip)을 대표로 삼성중공업과 중국의 CNOOC의 자회사 COOEC가 참여했다. 세 번째 그룹은 현대중공업을 대표로 프랑스 설계회사 도리스(Doris)가 참여하는 그룹이었다. 한국의 조선 3개사가 모두 참여한 셈이었다.

대우인터내서널 미얀마 해상 플랫폼. 사진=저자 제공

비록 처음 입찰은 기본설계에 국한되지만, 이번 입찰에서 선정되는 2개 그룹만이 본 공사의 입찰에 참가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므로 입찰 참여사들은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었다.

입찰평가 결과, 기술적으로는 3개 그룹 모두 가스전 개발을 위한 본 공사를 수행하는데 문제가 없는 것으로 평가됐다. 이에 기본설계를 위한 비용을 낮게 제시한 그룹을 선정할 수밖에 없었다.

입찰 평가와 승인 과정을 거친 후 2008년 10월에 기본 설계 계약자가 발표됐다. 현대중공업 그룹과 삼성중공업이 속해 있는 테크닙 그룹이 기본설계 계약자로 선정됐다.

본 공사 입찰

입찰 결과가 발표된 후 현대중공업 그룹과 테크닙 그룹에 의해 기본설계가 동시에 실시됐다. 기본설계가 실시되는 동안 우리 회사의 엔지니어들을 두 그룹으로 나눠 현대중공업 그룹이 작업하고 있는 프랑스 파리와 테크닙 그룹이 작업하고 있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로 파견해 수개월 동안 기본설계 작업을 감독하고 설계에 필요한 각종자료를 제공하는 역할을 수행하게 했다.

2008년 10월에 시작된 기본설계는 2009년 4월에 완료됐다. 기본설계 결과를 제출한 직후부터 본 공사에 대한 실행계획서, 상업적 제안서 제출, 설명과 확인과정을 거친 후 불과 2개월 후인 그 해 6월에 본 공사 최종제안서가 제출됐다.

적절한 프로젝트 매니지먼트 덕분에 기본설계 수행 후 본 공사 입찰에 소요되는 시간을 거의 허비하지 않았고, 짧은 시간에 본 공사 입찰 최종제안서를 받을 수 있게 되었던 것이다.

가스전 생산플랫폼, 해상가스관, 육상인수기지 등을 건설하는 미얀마 가스전 개발 본 공사는 공사금액이 10억 달러를 훨씬 넘어, 당시 시장에 나온 석유개발 공사 중 동남아시아 지역에서는 최대 규모였다.

투자비가 큰 만큼 우리는 본 공사 입찰금액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본 공사 낙찰자가 발표된 10월까지 철저히 보안을 유지했다. 특히 상업적 제안서는 회사 내부에서도 극소수의 담당자들만 결과를 살펴봤으며, 승인 과정에서도 파트너들과 미얀마 정부에 외부에는 절대로 누설되지 않도록 각별히 유의해 달라고 당부했다.

세계적인 불황속에서 조선업 경기가 특히 좋지 않아, 현대중공업이나 테크닙 그룹의 삼성중공업 모두 해양 설비 분야의 수주를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상황이라 시장 여건이 우리에게는 유리하게 작용했다.

현대중공업과 테크닙 양 그룹의 치열한 정보전과 경합 속에 제출된 최종제안서가 미얀마 국영석유회사의 입회 아래 개봉돼, 그 결과 저가로 입찰한 현대중공업 그룹이 본 공사의 시공사로 선정됐다. 한국 기업 대우인터내셔널이 주관하는 가스전 개발의 생산플랫폼 등 생산설비 제작과 해상가스관 공사를 한국의 시공업체인 현대중공업이 수행하게 됐던 것이다.

미얀마 쉐 가스전 해상 플랫폼. 사진=포스코대우

개발계획서 승인과 개발단계진입

본 공사 입찰이 진행되는 동안 우리는 가스전 개발계획서(FDP, Field Development Plan)를 준비했다. 가스전 개발계획서는 그동안의 탐사·평가와 개발 타당성조사 결과 및 향후의 개발 계획을 망라한 종합적인 계획서다.

컨소시엄 파트너들과 미얀마 정부의 공식적인 개발계획서 승인을 통해 쉐 가스전 프로젝트의 본격적인 개발이 확정되므로, 개발계획서 준비와 승인은 개발공사를 위해 매우 중요한 절차다. 우선 완성된 개발계획서를 근거로 하여 우리 회사 경영진과 이사회로부터 개발 계획과 예산에 대한 최종 승인(FID, Final Investment Decision)을 받았다.

미얀마 가스전 프로젝트의 경우, 제작된 생산플랫폼을 미얀마로 이동해 현장에 설치하는 작업은 미얀마 해상의 기상 조건이 아주 양호한 11월에서 4월 사이에만 가능하다. 따라서 프로젝트가 2개월 내지 3개월 지연되면, 해당 기간만큼의 일정이 순연되는 것이 아니고 1년이 지연되는 결과를 낳게 마련이다. 우리는 이런 상황을 파트너 회사들에게 사전에 설명하면서 승인 과정이 빨리 진행되도록 여러 차례 협조를 요청했다.

가스전 개발계획서와 본 공사 입찰자 선정 결과에 대한 승인 요청을 2009년 7월에 파트너에게 제출했다. 당초 계획대로라면 10월초까지 모든 승인을 끝내고 10월 중순에 현대중공업과 본 공사계약을 체결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파트너들의 내부 승인 절차가 예상보다 오래 걸려 2010년 2월이 돼서야 최종승인을 받게 되었다.

<다음호에 계속>

양수영 한국석유공사 사장

부산중·고등학교와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지구과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 이학석사 학위를 받았으며 미국 Texas A&M 대학교에서 지구물리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선임연구원과 한국석유공사 기술실 지구물리팀장을 거쳐 1996년 대우인터내셔널로 옮겼고, 에너지개발팀장, 미얀마E&P사무소장, 에너지자원실장, 자원개발본부장(부사장)으로 근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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